「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신화가 재현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영화사들이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소재로 영화 2편을 기획, 관심을 끌고 있다.

쿠앤필름과 힘픽쳐스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 한석규를 캐스팅해 영화 「이중간첩」을 공동제작한다.

이 영화의 시대배경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었던 80년대. 남파된 이중간첩과 남한 내 연락책인 고정간첩(고소영)과의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이중간첩을 다루지만 북한을 극의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쿠앤필름은 '지난 79~83년 남한의 격변기를 무대로 역사 때문에 삶의 질곡을 겪는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간첩 리철진」을 제작한 영화사 씨네월드도 다시 한번 북한을 소재로한 영화를 기획중이다.

올 추석 대목을 겨냥해 추진되고 있는 이 작품은 북한 고위층의 딸과 남한 지도급 인사의 아들이 우연히 중국 옌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뒤 결혼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코믹풍자 터치로 그려나간다.

남북한 지도급 인사가 사돈지간이 된다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내용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씨네월드의 이준익 사장은 '남북관계는 민감한 소재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치적 상황을 떠나 남북간의 문화적 동질성을 심어주고 이해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소재로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분단현실을 담은 영화가 본격적인 장르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쉬리」와 「간첩 리철진」, 이듬해 「공동경비구역 JSA」가 잇따라 흥행 `대박'을 터뜨리면서부터.

사회 민주화와 남북화해 분위기에 따라 표현 영역이 넓어진 것도 반공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추는 데 큰 보탬이 됐다. 94년 조정래 소설을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이 국가보안법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90년대 중반까지 우리 영화계는 북한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남한에 침투한 북한의 특수 요원과 남한 정보기관 요원의 대결을 그린 첩보액션「쉬리」가 다분히 냉전구도에 기댔다면 「…리철진」과 「…JSA」는 남북간 대결 구도의 틀을 빌리면서도 간첩과 남북한 일선 병사들의 인간적인 면과 민족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한편 해외 영화로는 최근 내용을 비밀에 부친 채 제작발표회를 가진 제임스 본드 첩보영화 `007 시리즈'(제20탄)가 긴박한 대치상태에 놓인 한반도를 무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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