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일(對日)비난 목소리가 높다. 화살의 과녁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이다.

지난해 12월 하순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동중국해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의해 침몰한 사건이 발생하고 일본 당국의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등으로 반일감정이 새해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9일 일본 방위청이 새로운 방위계획에 자위대의 임무범위를 방위출동 및 치안출동에 이어 유엔평화유지활동(PKO)까지 확대한 사실과 신형 미사일정(艇)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인 것 등을 거론하며 '일본의 군사전략은 외부의 침략을 막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전수방위'전략으로부터 선제공격전략으로 바뀌어 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유엔 모자를 써도 자위대는 침략군'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일본의 속셈은 '유엔평화유지군의 이름밑에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 뛰어들어 국제경찰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배권과 시장을 확대하자는 것'이라며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은 또 같은 날 평양방송을 통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괴선박 침투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3월말께 미사일이 탑재된 고속 순시선 2척을 취역시킬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일본 반동들이 해상자위대를 재침의 척후무력으로 보다 확대 강화하는데 얼마나 발광적으로 달라붙고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신형 미사일정(艇)을 추가 배치키로 한데 대해서도 '해외 침략전쟁 수행에 효과적으로 써먹으려는 기도'라고 비난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6일자 논평을 통해 '일본이 방위나 치안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의의 군사적 타격을 노리고 신형 미사일정대를 창설하려 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해외침략의 첫 포성을 한반도에서 터치려 하고 있다는 것은 공개된 일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엄중한 단계에 이른 해외침략 책동'(1.22 중앙방송 논평) △`해외침략의 위험한 걸음'(1.23 노동신문 논평) 등을 통해서도 일본의 해외침략 책동이 엄중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아시아인들이 또다시 무서운 재난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언론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억지로 눌러쓰고 있던 평화의 모자를 벗어던지고 군국주의 독사, 새로운 침략세력으로서의 모습을 선보였다'며 따라서 일본 평화헌법이 `빈 종잇장'으로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9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일본이 북한화물선을 이유없이 수색한 것을 처음으로 거론하면서 이를 `주권침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러한 비난논조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9.11 미국 테러'에 따른 자위대의 해외파병, 괴선박 사건과 총련 본부 압수수색 및 간부 구속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불만의 표시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북-일관계는 국교 정상화 회담은 생각지도 못한채 냉각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도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북한과 일본이 지난해 12월 괴선박 침몰 사건후 베이징(北京)에서 극비 외교 접촉을 가졌다는 지난 24일자 도쿄신문의 보도는 그같은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양국은 냉각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11월 초순 베이징에서 양국 외무부 과장급 접촉을 가졌으며 12월 중순에도 중국 다롄(大連)에서 과장급 또는 수석 사무관급이 만났다.

북-일 수교회담은 지난 2000년 10월 베이징에서 제11차 본회담을 가진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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