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불가사리’가 22일 영화관에 걸린다. 북한 영화로 일반 영화관 상영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같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18일 현재 서울에서 이 영화 상영을 결정한 극장은 5개 밖에 안된다. 그것도 동대문 시장 MMC를 제외하면 외곽에 위치한 극장들이 대부분. 98년 12월 일본 영화 개방 1호 타이틀을 단 ‘하나비’가 15개 극장에서 개봉한 것과 눈에 띄게 비교되는 상황이다.

‘불가사리’의 ‘조용한’ 개봉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얽혀 있다. 수입사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가 늦어져 18일에야 등급을 받은 게 극장 잡는 데 문제가 됐다고 말한다. 수입사가 이 영화 특수효과를 맡은 일본 도호영화사를 통해 수입하는 바람에 판권 문제가 얽혀, 신상옥 감독이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장의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극장주들은 이 영화가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 전찬일씨는 “한국 관객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젊은층에게는 북한 영화라는 프리미엄이 작품 선택에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극장주들이 ‘불가사리’에 흔쾌히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드는 데는 이 영화의 국적도 작용한다. 어느 영화가 ‘국산’이라면 한국 영화 상영 일수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았을 수 있다. 현재 ‘불가사리’는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수입 심의를 거친, 엄연한 외국 영화. 이 영화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 있을 때 제작한 것으로, 80% 정도를 직접 연출했지만 신 감독 북한 탈출 이후 제작 크레딧에는 정건조 감독 등 완전히 북한 영화인 이름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사회적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를 ‘한국 영화’로 보아 스크린 쿼터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불가사리’가 ‘한국 영화’로 분류되면 애초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던 중심가 대형 극장을 포함, 서울 시내 10여개관 이상에서 간판을 내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 영상진흥과 윤성천 사무관은 “영화단체 자문 및 통일부와의 협의를 거쳐 20일까지는 유권해석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 문화교류 활성화를 비롯해 긍정적 효과가 더 많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극장들이 앞으로 스크린 쿼터를 채우기 위해 북한 영화를 땜질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작용도 부분적으로 예상된다.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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