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는 ‘남북관계와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싼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21세기 동북아 평화 포럼’이 주관한 한양대 이영희(이영희) 명예교수 초청 조찬 토론회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것이다.

군사·외교분야의 대표적인 ‘진보논객’을 자임해온 이 교수는 “군사문제에서 남북은 서로가 원인을 주고받는 문제의 주체인 만큼, 어느 한쪽만 선(선)이고 악(악)일 수는 없으며, 우리도 북한만큼 악이고 북한도 우리만큼 선이다”라며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의 지위 변경과 ▲우리 군사 예산의 1~2년 동결을 제의하고 ▲북의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수정 ▲‘2+4’ 방식의 지역안보체제와 한국이 이에 ‘중립적 국가’로 참여하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그 같은 내용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청와대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대통령의 안색이 반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남북 합의 여하에 관계없이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겠다’고 밝힌 것은 부당하고 오만한 내용”이라며 “이것은 통일과정마저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에 두겠다는 발상으로 ‘한반도의 남한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대통령에게 “남북 간의 신뢰와 평화관계 구축에 비례해서 미군을 감축해가는 정책이 필요하며, 미군이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소수가 한반도에 남는 주한미군의 대체구상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또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 등은 북한에 엄청난 핍박이었다며 “최소한 앞으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군(군) 출신 인사들은 이 교수의 주장에 적잖은 반감을 보였다. 민주당 안보위원회 소속인 김동신(김동신) 전 육군참모총장은 “오늘은 이야기를 않겠다”고 했고, 박춘택 전 공군참모총장은 “북한의 군사력을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는데 실상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며, 군사비 감축 주장은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4성장군 출신인 한나라당의 박세환(박세환) 의원은 “서해교전도 몰랐다고 발뺌하는 북한 김정일(김정일)의 말만 믿고 우리가 너무 들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북아 포럼의 대표의원이자 사회를 본 민주당 장영달(장영달) 의원은 “이 선생의 강연은 우리의 의식과 관념을 깨우쳐주곤 한다”며 “우리 일반의식보다 앞선 주장이지만 항상 냉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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