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아직도 분간이 안갑니다. ”

큰형 백남두(백남두·69)씨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언론기관을 통해 전해들은 백남성(백남성·63·대전시 서구 내동 코오롱 아파트)씨는 실감이 안난다는 표정이다. 큰형 남두씨는 19살이던 50년 7월 10일, 인민군이 대전을 점령하고 있을때 갑자기 행방불명됐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살았다면 형이 북한에 있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여태껏 적십자사에 신청도 안하고 있었다.

큰 아들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부모님도 70년대 각각 사망하고 남성씨도 2남1녀인 자녀들에게 형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남성씨의 아들 선욱(선욱·37)씨는 큰 아버지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처음에는 장난치는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씨는‘그래도 형님이 혹시 어디에 살아계시지 않을까’ 마음속의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지난해 SBS방송의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왔던 북한탈출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한 국군포로 명단을 발표하면서 ‘백0두’라는 사람이 있다고 증언한 사실을 자신의 수첩에 기록하고는‘한번 만나서 확인해야 할텐데…’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3살때 형과 헤어진 남성씨는 “형은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보겠다는 향학열과 집착력이 대단히 강해 기계설비기술을 배워 동화철공소에 다니다가 행방불명됐다”고 말하면서 당시 충남사진관에서 찍은 50전 형의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남성씨의 둘째형 남극(남극·66) 동생 남은(남은·59)등도 모두 생존해 있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50년만에 4형제가 극적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심재율기자 jys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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