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이 200명의 명단을 공개한 16일 전국 곳곳에서 혈육의 생존사실을 확인한 이산가족들이 지난날을 회고하며 재회의 부푼 꿈에 젖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 및 언론사에는 이산가족들의 확인 전화가 밤늦게까지 몰려들었다.

○…경기도 하남시 이덕만(이덕만·여·87)씨는 맏아들 안순환(안순환·65)씨가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이날 저녁, 자녀들을 껴안고 50년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50년 가을 15살이었던 순환씨는 “북한으로 가면 학비 없이 공부할 수 있다더라”며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집을 나섰다. 이씨는 “소식이 끊겨 막연히 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돌아올지 몰라 50년 동안 이사하지 않고 남은 5남매와 함께 그 집에서 쭉 살았다”고 말했다.

○…항공대 교수를 지내고 3년 전 퇴직한 서울 출신 임창혁(71·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의용군으로 끌려간 동생 재혁(66)씨가 북측 방문단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임씨는 “인민군이 서울에 진입한 당일, 동생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 하루종일 동생을 찾아헤맸다”며 “이웃들로부터 ‘동생이 의용군으로 징집돼 혜화국민학교 교정에 모여있다’는 말을 듣고 학교로 달려갔지만 끝내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교환명단에 동생(주영훈·69)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주영관(주녕관·72·전 언론인·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죽기 전에 동생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연락을 받고나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주씨는 “두 살 차이인 동생과는 함께 학교를 다니며 친구처럼 지냈었다”며 “50년 7월 동생이 북한 의용군으로 차출된 이후 정확히 50년 만에 동생소식을 듣게 됐다”고 기뻐했다.

○…홍익대 조형대학 학장인 오근재(59·서울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교수는 명단에 친형 영재(65·조선문학창작사 작가)씨의 이름이 포함된 사실을 전해 듣고 “꿈인지 생시인지 정확한 감각이 없을 정도”라며 “오랫동안 둘째 형님이 돌아가신 줄만 알고 살아왔었는데 몇년 전에 미국에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생존 소식을 알게 됐고 북한서 계관시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영재씨는 83년 남북작가회담의 예비대표를 맡기도 했고 89년에는 김일성상(상)을 수상하고 95년 ‘인민의 아들’ 등의 시(시)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북한 문학계의 대표인물이다.

/이규현기자 while@chosun.com

/김수혜기자 sh-kim@chosun.com

/최원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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