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에서는 연형묵 국방위원회 위원 겸 자강도당 책임비서, 정하철 당중앙위 비서, 김영성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 이제강·주규창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연형묵(오른쪽 사진)은 외교나 경제분야에 아무런 직책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김정일의 중국 러시아 방문에 동행, 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김정일이 쩡칭훙(曾慶紅)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부장,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접견할 때도 배석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주석단 서열에서는 이을설·백학림 국방위원을 제치고 7위로 약진해 주목 받았다.



지난해 7월 중앙방송위원장에서 일약 당 선전선동부장으로 발탁됐던 정하철(왼쪽 사진)은 1년여 만에 다시 선전담당 비서로 기용돼 초고속 승진을 보였고 올해만 30회 가량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수행했다.

김영성은 지난 9월 전금진에 이어 제5차 장관급회담부터 북측단장으로 남북대화의 전면에 나섰다. 이제강은 99년 사망한 문성술, 주규창은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박송봉의 뒤를 이어 각각 핵심 요직인 당중앙위 조직지도부와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김용순·김기남 당중앙위원회 비서, 전금진·전경남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부장, 박송봉 당중앙위 제1부부장, 이성복 당중앙위 서기실장 등은 올해 활동이 크게 위축되거나 아예 중앙무대에서 자취를 감춰 명암이 갈렸다.

지난해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김용순은 올들어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남북공동선언 발표 1주년 기념 평양시 보고회와 「2001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 참석한 것이 거의 전부다. 지난해까지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빠짐없이 동행했으나 올해에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전금진과 전경남은 현직에서 철직(해임)돼 감옥에 갇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금진은 대남전략 실패에 따른 문책성으로, 해외 친북조직 구축사업의 책임자로 활동해온 전경남은 분파주의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각각 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중앙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중앙당 서기실장이라는 막강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박송봉과 이성복은 사망했다. 박송봉은 북한이 부고에서 「급병」이라고 밝혔으나 피격됐다는 설이 그럴듯하게 떠돌기도 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