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에 대한 중간평가도 된다. 한나라당은 2년간 여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이 있다.
“총재되던 날부터 총풍-세풍 공세와 의원 빼내기에 시달렸다. 김 대통령은 야당을 벼랑으로 몰아 힘을 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앞으로 상생(상생)의 정치를 할 것이다. ”
―현정권에 대해 평가할 것은?
“외환위기 극복은 평가한다. 하지만 IMF 이전보다 국가신용도가 아직 3~5% 떨어져 있다. 위기 벗어났다고 보는 건 속단이다. ”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을 것인가?
“당원이니까 헌금 내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공천과 관련해서 돈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례대표는 각계 대표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
―지금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과거 경쟁했던 이인제(이인제)씨다. 그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 정치의 기본적 조건은 법과 원칙이다. 이 정도로 말하겠다. ”
―항간에 ‘정형근(정형근) 총재, 이신범(이신범) 원내총무’라는 말이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한건주의식 폭로정치가 3김청산을 주창하는 이 총재 이미지에 맞느냐는 의문이 많다.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말하는 걸 모조리 폭로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이들이 집중공격의 표적이 돼 부각된 점이 없지 않다. ”
―정 의원에 대한 영장집행을 막는 것을 보고 법대로 이미지의 이 총재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총선이 50여 일밖에 안 남았는데 느닷없이 구속하겠다는 게 무슨 뜻인가. 정략적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소크라테스는 아닌데 죽을 것 예상하고 피한 것이다. 법과 실생활 사이의 사정을 이해해달라. ”
―최근 병무비리 수사에 대해서는 보고받았나?
“돌아다니는 리스트를 봤다. 내 이름도 있더라. 여당에도 병역 미필이 많은데 한나라당만 잔뜩 끼여있어 보기에도 불공정했다. 비리 처벌은 당연하지만 선거 앞두고 한나라당에 손실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본다. ”
―3김의 장단점을 평가해달라.
“다 정치선배들인데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분들로 표상되는 3김정치는 꼭 바꿔야 한다. ”
―정형근 의원이 ‘좌익광란의 시대’라고 한 것에 동의하나? 김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을 ‘식견있는 지도자’라고 했는데 이 총재는 김정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 의원의 표현이 과했지만 화가 나서 그랬을 것이다. 김정일 평가에는 적성단체와 대화상대로서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
―김영삼(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특별히 관계가 어떻다고 할 만한 관계형성은 없었다. ”
―무지개연합을 추진하던 홍사덕(홍사덕) 의원이 기성 정당의 품으로 들어왔는데 그 처신을 어떻게 보나?
“참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철새정치인이란 비판도 있지만 이 분에겐 맞지 않는다. 철새는 추운 데서 따뜻한 곳으로 가지, 추운 곳으로 오는 건 철새가 아니다. ”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을 어떻게 보나?
“어떤 정치활동이든 공정 투명성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
―총재회담이 성사되면 자민련 이한동(이한동) 총재와도 만나나?
“만나는 건 좋지만 여당인지, 야당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총선 후에 자민련이 여당과 공동보조를 취할지도 모르니 (회담을 하려면) 분명히 공동정권을 탈퇴하고 나와야 한다. ”
―지금의 2여 갈등이 선거전략이란 말도 있는데, 한나라당에 유리한가, 불리한가?
“선거전략인지, 아닌지 김종필(김종필)씨 같은 정치9단이 아니라서 깊은 속은 모르겠다. 적어도 비판할 것을 비판하는 자민련 태도는 긍정적이다. 2여 갈등은 양면이 있다. ”
―총선 때 과반수 못 얻으면 자민련과 제휴할 가능성은?
“자민련이 야당적 행태를 보이면 필요할 때마다 제휴하겠다. ”
/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