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 총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2년과 한나라당의 총선전략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패널리스트로는 민병욱(민병욱) 동아일보 논설위원, 고영신(고영신) 경향신문 논설위원, 박원기(박원기) KBS 정치부장, 이백만(이백만) 한국일보 경제부장, 제정임(제정임) 국민일보 경제부 정책팀장 등이 참여했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에 대한 중간평가도 된다. 한나라당은 2년간 여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이 있다.

“총재되던 날부터 총풍-세풍 공세와 의원 빼내기에 시달렸다. 김 대통령은 야당을 벼랑으로 몰아 힘을 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앞으로 상생(상생)의 정치를 할 것이다. ”

―현정권에 대해 평가할 것은?

“외환위기 극복은 평가한다. 하지만 IMF 이전보다 국가신용도가 아직 3~5% 떨어져 있다. 위기 벗어났다고 보는 건 속단이다. ”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을 것인가?

“당원이니까 헌금 내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공천과 관련해서 돈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례대표는 각계 대표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

―지금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과거 경쟁했던 이인제(이인제)씨다. 그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 정치의 기본적 조건은 법과 원칙이다. 이 정도로 말하겠다. ”

―항간에 ‘정형근(정형근) 총재, 이신범(이신범) 원내총무’라는 말이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한건주의식 폭로정치가 3김청산을 주창하는 이 총재 이미지에 맞느냐는 의문이 많다.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말하는 걸 모조리 폭로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이들이 집중공격의 표적이 돼 부각된 점이 없지 않다. ”

―정 의원에 대한 영장집행을 막는 것을 보고 법대로 이미지의 이 총재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총선이 50여 일밖에 안 남았는데 느닷없이 구속하겠다는 게 무슨 뜻인가. 정략적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소크라테스는 아닌데 죽을 것 예상하고 피한 것이다. 법과 실생활 사이의 사정을 이해해달라. ”

―최근 병무비리 수사에 대해서는 보고받았나?

“돌아다니는 리스트를 봤다. 내 이름도 있더라. 여당에도 병역 미필이 많은데 한나라당만 잔뜩 끼여있어 보기에도 불공정했다. 비리 처벌은 당연하지만 선거 앞두고 한나라당에 손실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본다. ”

―3김의 장단점을 평가해달라.

“다 정치선배들인데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분들로 표상되는 3김정치는 꼭 바꿔야 한다. ”

―정형근 의원이 ‘좌익광란의 시대’라고 한 것에 동의하나? 김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을 ‘식견있는 지도자’라고 했는데 이 총재는 김정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 의원의 표현이 과했지만 화가 나서 그랬을 것이다. 김정일 평가에는 적성단체와 대화상대로서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

―김영삼(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특별히 관계가 어떻다고 할 만한 관계형성은 없었다. ”

―무지개연합을 추진하던 홍사덕(홍사덕) 의원이 기성 정당의 품으로 들어왔는데 그 처신을 어떻게 보나?

“참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철새정치인이란 비판도 있지만 이 분에겐 맞지 않는다. 철새는 추운 데서 따뜻한 곳으로 가지, 추운 곳으로 오는 건 철새가 아니다. ”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을 어떻게 보나?

“어떤 정치활동이든 공정 투명성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

―총재회담이 성사되면 자민련 이한동(이한동) 총재와도 만나나?

“만나는 건 좋지만 여당인지, 야당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총선 후에 자민련이 여당과 공동보조를 취할지도 모르니 (회담을 하려면) 분명히 공동정권을 탈퇴하고 나와야 한다. ”

―지금의 2여 갈등이 선거전략이란 말도 있는데, 한나라당에 유리한가, 불리한가?

“선거전략인지, 아닌지 김종필(김종필)씨 같은 정치9단이 아니라서 깊은 속은 모르겠다. 적어도 비판할 것을 비판하는 자민련 태도는 긍정적이다. 2여 갈등은 양면이 있다. ”

―총선 때 과반수 못 얻으면 자민련과 제휴할 가능성은?

“자민련이 야당적 행태를 보이면 필요할 때마다 제휴하겠다. ”

/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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