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사실상의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한마디로 정부수립 이전에 한국을 떠난 중국 및 구소련 동포 등에게도 동등한 기회와 혜택을 주라는 취지다.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 범위를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국외로 이주한 자 중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와 그 직계 비속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자 중 외국 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자와 그 직계 비속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두 번째 요건이다. 중국동포와 구소련 동포의 경우 이 요건 때문에 재외동포로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재외동포를 구분할 때 정부수립 이전과 이후가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데도 이를 기준으로 삼아 40여년간 국교가 단절됐던 중국과 구소련 동포들만 차별받게 만들어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외동포법에 의해 재외동포로 인정되면 출·입국 국내 취업 및 기타 경제활동 국내 부동산 취득과 보유 국내 금융기관 이용 장기 체류시 의료보험 적용 등 광범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헌재가 “입법자(정부 또는 국회)는 늦어도 2003년 말까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하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 취지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중국동포 188만명, 구소련 지역 52만명, 무국적 재일동포(사할린 동포 등) 15만명 등 약 260만명이 재외동포로 인정된다.

그러나 법 개정 과정에서 자국 내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러시아 등과의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과 이들 지역의 동포들이 취업을 위해 대거 국내로 몰려올 경우 예상되는 혼란 등 몇 가지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 이항수기자 hangsu@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