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비난 공세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제6차 남북장관급회담(11.9-14, 금강산)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성과없이 끝나고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대남비난 공세는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에 대한 지속적인 비난은 물론 비무장지대내 곡사포 반입문제, `주적' 개념, 한반도 정세 등 사안들이 다각화되고 있다.

북한은 우선 장관급회담이 아무런 결실없이 끝난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특히 홍 장관의 회담태도를 문제삼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6차 장관급회담 종료와 함께 14일 발표한 대표단 성명에서 결렬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의 무성의와 남측 수석대표의 전횡과 불순한 태도에 있다'고 비난했던 북한은 △`제6차 북남상급(장관급)회담에 관한 상보'(11.15) △노동신문 논평(11.17)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보도'(11.24) 등을 잇따라 내보냈다.

북한은 이같은 성명과 논평 등에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이후 1년반동안 지속돼온 남북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면서 무엇보다 홍 장관의 `반북 대결자세'를 집중적으로 비난함으로써 앞으로 장관급회담진전에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이 홍 장관에 대해 `대화 상대자'로서의 자격을 문제삼고 있는데다 사죄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남한의 비무장지대내 곡사포 반입과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기로 한데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2일 조선중앙방송은 남한이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에 곡사포를 반입, 북측을 향해 사격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용납못할 반민족적인 행위', `군사도발' 등으로 비난했다.

또 중앙방송은 24일 내년 5월부터 격년으로 발행하게 될 남한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북한은 남한의 군사당국과 `우익보수 세력'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에 편승, 발령한 비상경계태세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전쟁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남측의 `우익 보수세력'과 `군 당국'에 대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동조해 남북대결을 고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평양방송도 22일 '남조선 군부와 우익 보수세력은 대화 상대방인 우리(북)를 계속 `주적'으로 규정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압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과 중앙방송 등은 「대화와 전쟁연습은 양립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한ㆍ미 양국이 서부전선에서 연안상륙 합동 군사훈련을 벌인 것은 `북침전쟁연습'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이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태도는 북한이 장관급회담에서 미국의 아프간 공격과 이에 따른 비상경계태세를 시종일관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대남 강경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의 남측 군부대 움직임을 1년반만에 `군사도발'로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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