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3일 “앞으로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되, 무리하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4일에도 “대북정책은 임기내에 내가 다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으며, 바른 방향으로 줄기를 잡아두면 다음 정권이 또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연일 대북 정책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여권 인사는 이를 “김 대통령이 ‘대북문제를 지나치게 서두른다’ ‘임기내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는 외부나 야당의 비판적 시각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은 특히 ‘햇볕정책’이 다음 정권에 그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도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경직된 북한 자세나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를 정국에 이용하려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김 대통령 임기내 김정일 답방은 물건너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김 대통령은 최근 “독일도 사민당이 동방정책을 시작하고, 기민당이 오랫동안 반대했지만 결국 통일은 기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했다”면서, ‘햇볕정책’의 다음 정권으로의 이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향후 대북문제에 대한 접근이 벌여놓은 사업의 마무리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역점을 둘 마무리 사업으로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 ▲금강산 육로관광사업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제도화▲금강산 관광 특구 등 ‘5대과제’를 들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시장의 연결통로인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金民培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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