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금까지 매년 발간하던 국방백서를 갑자기 격년제로 발간키로 방침을 바꿔 올해 국방백서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만일 그것이 군 일각의 지적처럼 백서의 주적개념 변경을 요구하는 북한을 의식한 눈치보기라면 더욱 문제다.

국방부는 격년발간 이유로 「국방정책과 업무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내용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의 국제정세와 전혀 맞지 않는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국제테러가 나라마다 새로운 중요 안보이슈가 되고 있으며, 더구나 그것을 기회로 삼은 일본의 해외파병은 동북아 안보환경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새로 조성된 안보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기존의 국방정책이 타당한지 여부를 점검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백서로 발간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이점에선 『국방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백서발간을 연기하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국방당국은 또 일본 이외에는 국방백서를 매년 발간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주적개념 문제제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 갑자기 격년제로 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리가 군 일각의 우려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지금까지 국방당국이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면 되도록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저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6·25 5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려고 계획했다가 북한이 문제를 삼자 행사를 대폭 축소했고, 한·미 합동훈련인 포커스 렌즈 훈련에 대해 북한이 이의를 제기하자 「도상훈련」 중심으로 바꾼 적도 있다. 군이 원칙을 포기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은 안보를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북한 눈치보기 때문에 백서발간을 연기했다면 그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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