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전통민요와 전자악기를 다루는 '보천보전자악단(단장 최상근)'과 '왕재산경음악단(단장 김제선)'은 가장 인기있는 퓨전밴드로 꼽힌다.

이곳 소속 가수나 작곡가들은 어릴때 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관계로 실력면에서도 북한 가요계에서는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이 두그룹의 이름은 김일성주석의 '항일혁명전적지'이름에서 모두 따왔는데 이같은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많은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두그룹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연장소 및 대상이다.

'왕재산경음악단'이 주로 김정일 총비서가 주최하는 당,정 고위간부들의 모임이나 외국인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공연을 하는데 비해 '보천보전자악단'은 대중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보천보전자악단'의 인기가 '왕재산경음악단'에 비해 더 높고 더 많이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음악의 색깔에서도 이 두그룹은 구분되고 있다.

'보천보전자악단'이 신디사이저 등 전자악기를 주축으로 해서 음악적 특성에 따라 피아노 등 양악기와 새납, 꽹과리를 비롯한 전통악기를 혼용하고 있는데 비해 '왕재산경음악단'에서는 전통악기가 주를 이루고 전자악기는 보조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천보전자악단'이 경쾌한 리듬의 생활가요를, '왕재산경음악단'이 민요풍의 노래를 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또하나 차이점은 '보천보전자악단'의 경우 무용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왕재산경음악단'은 노래와 함께 창작무용을 주요 레퍼토리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왕재산경음악단'에는 북한에서 손꼽히는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한금이, 양창남, 정석범, 리영숙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왕재산경음악단'의 대표적인 창작무용으로는 < 노을비낀 바닷가 >, < 처녀병사의 영예 >, < 계절춤 >, < 춤추는 인형 > 등이 꼽히고 있다.

지난 83년 7월 결성된 '왕재산경음악단'은 16명의 전속악단과 6명의 가수 및 16명의 안무가와 무용수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이 그룹은 북한에서 보기드문 서구식 패션과 현란한 율동으로도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있다.

가수로는 렴청 ,장윤희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내나라 제일로 좋아>, <새타령>, <모란봉>, <능수버들>, <바다의 노래>,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등을 주요 레퍼토리로, 무용곡으로는 <우등불>을 대표작으로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곳 소속의 안무가 리영숙에게 인민배우 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을, 작곡가 한영철에게는 공훈예술가 칭호와 노력훈장을 각각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 85년 6월 4일 만수대예술단의 전자음악연주단을 떼어내 조직한 '보천보전자악단'은 작곡가 리종오와 가수 전혜영, 김광숙, 리분희, 조금화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6월4일 평양방송은 보천보전자악단 창단 16돌을 맞아 '이 악단에서 창작한 노래들은 한결같이 우리 민족음악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 사람들의 감성에도 맞는다'고 치하한 뒤 '이곳의 창작가, 성악가, 연주가들은 하나와 같이 세계적인 예술기량을 소유한 이름있는 창작가, 가수, 명연주가들'이라고 소개했다.

이 악단의 대표곡으로는 <햇빛같은 그 미소 그립습니다>, < 우리는 맹세한다>, <친근한 이름>, <사랑의 미소>, <그품 떠나 못살아>, <내나라 제일로 좋아>, <휘파람>, <예쁜이>, <대홍단 삼천리> 등이 꼽히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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