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언론이 알까봐 몹시 신경쓰이는 고민거리가 하나 생긴 듯하다. 오는 12월 발간될 「2001년도 국방백서」에서 「주적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빼느냐 존속시키느냐에 대해 은밀히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신 국방장관을 비롯, 국방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주적개념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검토는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보수층의 반발 등「위험」을 무릅쓰고 주적개념 삭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정부 최고 안보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등 정부 일각과 북한, 여당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NSC 상임위에서 일부 참석자가 “북한에서 계속 항의하며 반발하니 삭제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 검토가 시작됐다고 한다.

북한은 작년 12월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한 「2000년도 국방백서」가 발간되자 방송과 남북회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강력히 비난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세계적으로 주적을 명시하는 국가는 없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주적개념 변경이 필요하다”며 국방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햇볕정책 추진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국방부 내에선 「남조선 적화통일」을 명시한 노동당 규약 등 북한의 대남전략과 군사적 위협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주적개념 존속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가 곧 검토안을 NSC에 상정할 계획인 것만 알 뿐…』이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주적개념이 그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감안, 정부는 결론을 내리기 앞서 떳떳하게 검토 사실을 공표하고 일반 여론을 수렴해야 불필요한 의혹을 사지 않을 것이다.
/ 유용원·사회부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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