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에 인공기(인공기)가 게양됐다. 국방부는 주적(주적) 개념도 바꾼다고 한다. 6·25전쟁 50주년 행사도 ‘평화행사’로 바뀐다. 북한 가요·영화가 우리 안방까지 밀려든다. 정상회담 이후 우리 내부는 ‘바꿔’ 열풍이 거세다.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공존과 교류활성화를 선언했으니 남북관계 법령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가보안법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외환거래법 대외무역법 법인세법 등을 손질할 움직임이 보인다.

보안법은 반국가단체규정(2조), 찬양고무죄(7조1항), 이적(리적)표현물 제작·반포·판매죄(7조5항), 회합·통신(8조), 불고지죄(불고지죄·10조) 등이 개폐(개폐)대상으로 꼽힌다. 마음만 먹으면 북한 위성TV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적표현물’ 조항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통일부 관계자). 간첩신고 안 한 것을 처벌하는 것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했다(한 법학자). 동기와 목적만 불순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지만, 보안법을 바꾸지 않으면 늘 시비가 되기 때문에 아예 폐지하거나 개정하자는 주장들이다.

남북교류 절차와 관련, 현행 북한주민접촉 승인제를 ‘신고제’로 바꾸고, 일정 규모 이하의 대북(대북)투자도 신고제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한 교역업자)도 나온다. 묶여 있는 컴퓨터의 대북 반출도 허용하고, 이산가족의 대북 송금절차 규정도 별도로 만들며, 대북 투자·교역업체에 세제혜택을 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남북합작투자법(가칭)과 원산지증명 관련법 등도 북한과 협의해 조속히 제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안법 개폐는 논란도 없지 않다. 한 당국자는 “시내 한복판에서 인공기를 흔들고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치는 행위(찬양·고무)가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해도 정서상 수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보안법 개폐 문제는 노동당 규약의 ‘대남 적화노선’ 수정과 맞물려 있어 상당한 시일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제성호(제성호) 명지대 교수는 “보안법엔 반국가단체의 규정만 있지, ‘북한’이라고 명시돼 있진 않다”며, 낙태가 이뤄진다고 해서 낙태금지를 폐지할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또 “분단국가끼리 한쪽에서 교류하고 다른 쪽에서 군사대결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분단국가의 이중성을 감안해야지, 교류활성화로 안보가 위협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동반자이자 적”이란 응답이 절반을 넘은(53%) 19일의 통일부 여론조사가 우리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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