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의 ‘법적 의미에서 국군포로는 없다’는 발언은,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 3항에 담긴 ‘이산가족’의 범위를 확대·해석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6·15 선언 이후 국내에서는 비(비)전향 장기수 석방이라는 북측의 요구는 수용하면서, 국군 포로와 납북 어부 문제는 실종됐다는 의문들이 제기됐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즉 6·25 종전 직후 귀환 희망자 교환이 이뤄지면서 법적으로 국군포로 논쟁은 끝났으며, 자의든 타의든 현재 북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4만5000여명의 미귀환 국군포로는 ‘넓은 의미’에서 ‘이산가족’과 비슷한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군포로의 존재는 물론, 그 논의조차 거부하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굳이 이를 거론하기보다는 차라리 남쪽에 가족을 둔 이산가족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은 실정법과 충돌되는 것으로 판명됐다. 정몽준(정몽준·무소속), 김용갑(김용갑·한나라) 의원 등은 이날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99년 제정된 ‘국군포로 예우에 관한 법’과 충돌되며, 정부 입장과 실정법이 상호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지난 2월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조성태(조성태) 국방장관이 똑같은 내용으로 사실상의 ‘유권’ 해석을 내렸다고 국방부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국방부 관계자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저녁 발표된 국방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은 정부 내 갈등의 모습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국군포로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그간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국방부 측의 불편한 심기가 담겨 있었다.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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