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근 역사학계 거목이었던 김석형(金錫亨) 전 사회과학원장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신념과 인간」(리규춘 작)이 출간됐다.

그는 북한 역사학계에서 독보적인 인물로 북한 사서(史書)인 「조선전사」를 집필했고 「리조실록」을 번역했으며 특히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고대 한ㆍ일관계사 연구의 권위자이다.

그는 1915년 대구에서 출생, 1939년 경성제국대학 사학과를 졸업한후 1946년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와 부총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상무위원, 사회과학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제3∼9기) 등을 지냈으며 지난 96년 11월 사망했다.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최근호(10.5)는 김 전 사회과학원장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이 '투철한 신념과 높은 과학지식으로 당과 수령을 충성으로 받들어온 우리 나라의 역사학자 김석형의 빛나는 삶의 자욱을 펼쳐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주조선에 따르면 이 소설은 북한 사회과학자대표단 단장으로 일본을 방문한 그가 논문 `초기 조일관계에 대하여'를 발표해 일본 역사학계와 사회계를 크게 뒤흔들어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8.15광복전에 한 변호사의 가정에서 출생한 그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배울 뜻을 안고 경성제대에 입학했지만 일제의 식민지 노예교육에 불만을 품게 돼 졸업후 중추원의 고등관자리를 마다하고 교외의 자그마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다.

그는 이때 김일성 주석이 파견한 공작원의 지도를 받으면서 애국적인 지식인들을 전민항전 무장대오에 결집시키고 각종 반일활동을 전개하다가 일본경찰에 체포돼 옥중에서 광복을 맞는다.

광복 직후 서울사범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중 김 주석이 보낸 위촉장을 받고 월북하며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교수로 일한다.

6.25전쟁 발발 후 김일성종합대학이 임시 자리를 옮긴 평남 백송리에서 김 주석을 만난 그는 조상들의 병법을 논술하는 「리조병제사」를 집필할 과업을 받으며 이를 훌륭히 완성해 역사학부 학부장으로 승진한다.

전후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일제가 조작한 `임나일본부설'의 부당성을 논증하는 논문 「초기 조일관계연구」를 완성하며 이후 '우리 나라 역사를 주체적으로 정리 체계화하고 나라의 귀중한 역사유적과 유물을 조사발굴'하는 데 주력한다.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삼국사기」주해에 관한 대논문을 단 기간에 완성하기도 했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그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자신 명의로 된 화환을 보냈고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묘비를 세우도록 배려했다.

민주조선은 이 소설이 '당과 수령만을 믿고 끝까지 충성하는 길에 인생의 참된 삶, 참된 길이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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