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의 통일소떼 몰이’로 상징되는 현대의 대북사업은 민간차원의 경협에서 시작됐고, 주변의 우려와 억측을 극복하면서 그런대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현대의 대북사업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북간 경제협력 테이블이 ‘현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라는 구도에서 남북 정상(정상)과 정부 간 구도로 바뀌었고 삼성·LG 등 경쟁그룹들의 대북사업진출도 가시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남북 정상회담 후 현대가 앞으로 추진할 대북경협분야는 크게 4가지. 30년간 독점사용권을 확보한 만큼 금강산관광개발사업을 더 확대하고 ▲서해안공단개발사업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개발사업 ▲남북공동영농사업 등 경제협력사업 등이 주요 분야들이다.

이 중 서해안공단문제는 최역점 추진 사업. 서해안공단은 해주와 남포사이의 총 2000만평 규모로 현대측은 8년간 3단계에 걸쳐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단계로 100만평 규모의 시범공단을 조성하고 이어 2·3단계로 수출기지·중화학·산업설비 분야의 복합공업단지로 개발, 연간 200억달러의 수출효과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는 3만평 규모 강원도 통천 경공업단지도 연내 착수, 현대의 대북사업 주도권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전략.

금강산관광객유치 확대도 사업수지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여관과 해상호텔 운영문제가 현안이며 북측이 거부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금강산관광허용 문제도 풀기 위해 북측과 협상 중이다.

도로·철도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시설 분야에도 현대는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몽헌 전 회장이 올 들어 수차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함께 일본 출장길에 올랐던 것도 일본 금융기관들의 외자를 유치, 대북 SOC투자 재원으로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북한의 철광석·마그네 사이트 등 자원공동개발, 금강산통신 2단계사업, 이동통신사업 등도 북측에 이미 제시해 놓고 있다.

◆흔들리는 주도권, 넘어야 할 숙제=그러나 삼성·LG 등도 북한 내 공단사업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여서 국내 기업들 간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북측과의 재협상을 통한 사업의 순조로운 추진도 해결 과제다.

현대 측은 98년 11월부터 매달 800만~1200만달러씩 북의 아·태위원회 측에 금강산관광 대가로 2억4600만달러, 공연·온천장 등 시설투자비 1억2200만달러 등을 포함, 총 4508억원(3월 말 현재)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일부 사업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현대는 이달 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재방북을 통해 그동안 미뤄져 왔던 금강산개발 확대와 서해안공단 부지선정 등의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주)현대아산 정규환 이사는 “현대의 대북사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국내외 컨소시엄을 통한 더 효과적인 경협전략이 구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현대아산 금강산관광사업 투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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