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북한군 수십명이 연 이틀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사실을 1주일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공개하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공개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는 국방부의 논리는 괴이쩍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공개하지 않은 국방당국의 정신상태와 책임감부재를 더욱 불안하게 여긴다.

이번 사건을 국방부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종종 있었던 일」이어서 공개 안했다면 테러가 자주 일어나면 그냥 덮어둘 수도 있다는 논리인가.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는 「종종 있었던 일」도 아니다. 그것도 연 이틀에 걸쳐 일어났다. 두 번째 침범사건이 발생한 20일 오전엔 아군의 경고사격으로 물러난 북한군이 확성기방송을 통해 남측에 책임을 전가한 뒤 「천벌적 타격」 운운하며 긴장을 조성했다. 저들은 진상조사를 하자는 유엔 군사정전위의 전화통지문 수령마저 거부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북한의 의도성마저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연이어 침범했으며, 그 의도와 노리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한 뒤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설령 국방부의 말대로 『우발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전후사정을 알려야 국민들이 군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세 차례나 간부회의를 열었으면서도 결국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직전의 남북 장관급회담 등 모처럼 재개된 남북대화를 고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군이라 해서 남북대화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군의 날 치사에서 「튼튼한 국방력과 남북간 협력추진은 상호보완적 평화요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군은 군통수권자의 말조차 듣지 않는 것 같다.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남북대화를 지원하는 길인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가 일부에서 제기한 남북대화를 의식한 것이라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이며,「정치 눈치보기」나 다름없다.

마침 53주년 「국군의 날」을 맞고 있는 군은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보다 당당하게 처신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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