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월간북한」 9월호에서 대북정책을 비판한 글 3건을 삭제토록 압력을 가한 뒤 「국방부용」으로 재편집해서 납품받은 것은 과잉처사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장병들의 「교육용」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햇볕정책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군 수뇌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그대로 내보낼 수 없어 사전 예방차원에서 취한 조치라는 것이 국방부측 설명이지만, 적어도 「민주군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방부가 「북한연구소」에서 지난 71년부터 발간해온 이 월간지를 구입해 장병 교육용으로 사용한 데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장병들이 현실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주적은 여전히 북한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모저모와 함께 우리와 다른 점, 잘못된 구조 등을 장병들에게 숙지시키는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필승"이란 병법의 가르침과도 합치된다. 「월간북한」은 그런 점에서 꼭 필요한 교재였을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드는 이 월간지는 그동안 장병들에게 북한을 제대로 알리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30년동안 아무 탈이 없다가 최근들어 지난 7월호에 이어 이번에 다시 국방부에 의해 이 월간지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7월호 때는 「휴전 48년, 공동선언 1년, 무엇이 문제인가?」와 「북한상선 영해 및 북방한계선 침범사건의 평가」 등 2건, 9월호에서는 「8·15 평양통일축전 무엇을 남겼나」, 「2001년 8·15 민족통일대축전 평가」, 「대북정책 재점검할 때다」 등 3건을 삭제토록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제목이 시사하듯이 일부 비판내용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들은 언론에 소개된 글보다 비판의 강도가 약하고 내용도 순화시켰으며 북한의 대남공세의 본질을 냉철한 이성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글들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당국은 아직도 장병교육을 주입식·세뇌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대다수가 고등교육을 받은 장병들의 지적수준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제는 장병 개개인이 판단할 수 있는 시대다. 일반인에게는 그렇게 설명하면서 장병에게는 덮어놓고 「정부홍보식」은 구시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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