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근 일본을 비난하는 담화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이들 담화에는 양자간의 관계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0일 일본의 신형로켓 H2A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위성발사 재개 가능성을 밝힌 이후 23일 현재까지 △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 △직업총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대외문화연락협회 책임자들이 비난담화를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 담화에는 일본의 군국화 움직임과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북ㆍ일 관계를 적대 관계가 아닌 선린우호 관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일본측에 당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실제로 문재철 대외문화연락협회 위원장대리는 지난 20일 일본 사회계 인사들에게 '두 나라 관계를 선린우호의 관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고 승상섭 농업근로자동맹 위원장도 일본 당국에 대해 '과거청산 문제를 바로 해결할 정치적 의지를 내외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당ㆍ단체 관계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수교회담이 지난해 10월말 이후 1년 가까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일본에서 열렸던 제11차 수교회담에서 북한측이 '다음번 회담은 일본측이 준비하는데 따라 개최하기로 한다'고 밝혔던 만큼 일본이 대화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7월 러시아 공식 방문에 앞서 이타르타스 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이 우리 나라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적대행위를 그만둔다면 조ㆍ일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일본 외교부문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도 '북한에서 나오는 담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비난이 전부라고 할 수 없다'면서 '비난 보도의 이면에는 관계개선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위성발사 중지 조치를 재고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자간의 수교회담이 재개될 때 이를 협상카드로 내놓으려는 길을 열어두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면서 '여기에서도 관계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도 지난 22일 한 보도물에서 북ㆍ일 관계개선이 아시아와 세계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 당국에 대해 '조ㆍ일 관계개선을 위해 용단을 내리고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북ㆍ일 관계개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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