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60~70대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이 몰려들어 이산가족찾기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이왈범(이왈범·79·함경북도)씨는 “이전엔 북한 당국에 내가 남한에 있는 사실이 알려져 가족들이 고생할까 걱정돼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미뤘다”며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서 회담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돼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사무실 한쪽 책상에 앉아 신청서에 북에 두고온 가족 이름을 써 넣는 노인들 눈에선 때로 눈물이 흘렀다. 신청서 한 장을 쓰면서 3~4차례 펜을 내려놓고 눈가를 닦는 이들도 있었다. 김춘심(여·52)씨는 “몸져 누워 계신 친정어머니(71)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라며 “혹시 방북신청을 했다고 하면 병세가 좀 호전될까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이산가족대책본부 박성은 팀장은 “한 달 100여건이던 신청 건수가 지난 3월 정상회담 발표 이후 500, 700, 800건으로 꾸준히 늘다, 어제는 하루 100건에 달할 정도로 신청이 폭증했다”며 “전화문의도 늘어 15일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 구기동 이북 5도청도 사정은 마찬가지. 1층의 ‘이산가족찾기 정보센터’ 직원들은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밀려드는 사람들을 다 수용하지 못한 센터측은 기존 테이블 6개 외에 의자 40석과 테이블 3개를 추가 설치했다. 3년전 심근경색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원규(김원규 73·인천)씨는 “내 손으로 직접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고 우겨 5도청을 찾았고, 북한관에서 인터넷으로 북한 관련 소식을 검색하는 이들도 많았다.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혜원(43)씨는 “점심시간이면 이북 억양 말소리로 가득하다”며 “조금만 귀 기울이면 북쪽 가족 생사를 궁금해하는 이들의 간곡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적십자사와 이북5도청에 신청서를 접수한 이산가족은 모두 14만6000여명. 통일부가 이들의 정보를 북측에 넘기면 양쪽 자료를 검색해 헤어진 가족들을 찾게 된다. 적십자사 박기륜(박기륜) 사무총장은 “이달 중 시작될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실향민들의 바람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

/곽주영기자 joykwa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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