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 서명 후 “내가 젖먹던 힘까지 내서 진실되게 설명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설명했다고 박준영(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이 15일 전했다. 박 수석은 “회담시간이 3시간50분이었지만 3시간40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특히 통일방안에 두 정상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부연했다.

회담은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얘기를 모두 경청한 뒤 오해가 있는 점에 대해서는 성의있고 진실되게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박 수석은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펴다가도 김 대통령의 설명이 합리적이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즉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상당한 합의가 가능했다고 박준영 수석이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김 대통령의 발언 중간 중간에 “나도 섭섭한 게 있는데 말씀을 하겠다”면서 그동안 남측에 대해 불유쾌하게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탄없이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일관되게 하는데 남측에서 모순되게 한다. 이래서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남측 신문을 김 대통령과 함께 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좋지 않게 다룬 기사를 보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도 나름대로 북한에 서운한 점을 밝혔다고 박 수석은 말했다. 박 수석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잠수정 침투사건이나 서해교전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수석은 “김 대통령은 서로간에 전쟁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동선언 2항의 통일방안 조항에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라고 표현한 것은 김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을 상당시간 설득한 결과라고 했다. 김 대통령은 “(북측 안에 대해) 국제기구에서의 관계 등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것”이라고 장시간 설명, ‘낮은 단계의…’라는 표현을 쓰기로 합의했다는 것.

이날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의 인생역정, 정치역정에 대해 “여러번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는 탄압을 받고도 집권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등 여러번 존경심을 표시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회담 후 북측은 김 위원장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서명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남측에서 “우리는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남북의 지도자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김 위원장이 서명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