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나라의 병폐나 전유물처럼 떠올리는 마약문제는 북한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에서 웬 마약이냐고 하겠지만 북한만큼 마약이 흔한 나라도 드물다. 함경남도 장진, 부전을 비롯해 북한전역에서 재배되는 양귀비에서는 막대한 량의 아편이 생산되고 있다. 지방의 제약공장에서는 양귀비 꽃에서 뽑아내는 양귀비 진액을 1차 가공해 함경북도 라남 제약공장과 같은 대형 제약공장으로 보내며 여기서 최종 가공 처리된다.

이 과정에 참여했던 한 탈북자에 따르면 가공된 아편은 흰 가루 형태가 된다고 한다. 생산현장에서는 물론 처리 과정의 제약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1차 농축된 엑기스를 손에 넣을 수가 있다.북한 주민들은 대개 아편을 마약이라기 보다는 약으로 생각하고 사용한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진통제나 설사약으로 비상약처럼 아편 엑기스를 가지고 있다. 엿 덩어리 같은 엑기스는 ‘말거미’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마당에서도 약이라는 명목으로 아편이 흔하게 거래 되고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설사를 하거나 통증을 느낄 때 별 수 없이 아편을 쓰게 되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아편을 아이들이 안보는 곳에 깊숙이 감추고 약으로 쓰고 있지만 자주 복용하다 보면 중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탈북자는 최근 군대를 제대하고 고향에 가보니 몇몇 친구들이 마약에 중독돼 폐인처럼 돼있었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이런 현상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양귀비를 대량 재배하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북한 농촌 주민들은 대개 집주변에 조금씩 양귀비를 키우고 있다. 때문에 마약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처벌도 일반범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마약으로 극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중국과 밀매를 했을 경우다. 중독자들의 경우엔 감옥에서 3개월 정도 구류처벌을 받는데 대부분의 경우 수감 기간 동안 끊게 되지만 심한 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마약문제는 내륙지방보다 국경지대가 심각하다. 특히 함경도 일대와 량강도, 자강도가 양귀비 주요 생산지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중독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 목적으로 국가기관이 대량으로 마약밀매를 하고 있고 일부 국경지역에서는 지방당국도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 실정이라 마약 통제는 느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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