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신뢰관계 구축을 통한 평화체제 제도화, 당국간 협의를 통해 통일방안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 시작, 투자보장·이중과세 방지협정 협의,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 15일 아침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이 내놓은 향후 남북관계 전망이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동선언으로 ‘남한 측의 포용정책과 북한 측의 대화 거부’로 요약되던 기존 남북관계가 변화의 급류를 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도착성명에서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아닌, 공존·공영에 서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이 당초의 예상을 깨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김 대통령과 공동선언에 합의한 점, 서울 방문을 확약한 점 등을 종합하면 확실히 남북관계가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할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우선 당국간 대화가 주목된다. 남북한은 이 창구를 통해 통일방안, 평화체제 구축방안 등 정치문제를 비롯, 비정치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직통전화 설치 문제도 구체화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정상간 직접 대화 채널 구축은 냉전체제 해체의 대표적 상징이다.

남북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면 북한의 국제적 위상도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제외할 것이고 일본도 북한과의 수교협상을 급진전시킬 것이다. 더불어 북한이 각종 국제기구에 참여,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더 이상 북한은 고립국가가 아니다.

사회·문화·체육 등의 교류 활성화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 같다. 가깝게는 임진강 수해방지 공동대책, 시드니 올림픽 공동입장 문제부터 예술교류, 경·평(경·평) 축구 부활 등까지 북한의 의지만 확인된다면 남북이 하나되기는 정치분야보다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증가일로에 있는 남북간 교역(99년 3억3343만달러로 98년과 비교해 50% 증가)과 함께 경제협력 분야에선 ‘통일’에 성큼 다가설 가능성도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서 출발해 남·북한을 거쳐 유럽에 까지 이르는 ‘철(철)의 실크로드’를 비롯해 북한의 전력, 도로, 항만 문제 해결까지 거론했다.

이러한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다양한 교류가 시도되고 성사 된다면 분단 후 동·서독 주민과 같은 ‘정서적 통일’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이른 바 ‘근본문제’인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 전제조건을 철회할 것이냐와, 경협을 통한 실리추구 외에 대규모 인적교류를 수용할 태세가 갖춰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 측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대 백진현(백진현) 교수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와 후속조치가 잘 될 것으로 보지만, 북한이 통일협상, 정치협상으로 끌어가지나 않을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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