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스포츠 분야의 교류가 다른 분야보다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스포츠는 정치적 부담이 적고 그 동안의 교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체육대학 이상철 총장과 이학래 한양대교수(한국체육학회장)의 대담을 통해 앞으로 남북 체육교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인지를 조망해 본다.

▲이상철=그동안 남북 관계에서 가장 많은 접촉을 벌였고, 또 확실한 성과를 내놓았던 것이 스포츠 교류다. 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처럼 한민족에게 기쁨을 주었던 적도 있고, 반대로 63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회담, 90년 북경 아시안게임을 앞둔 체육회담 등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던 시기도 있다. 그동안은 정치적인 입김으로 위축된 적도 있었으나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연 만큼 앞으로의 남북 스포츠 교류는 탄탄 대로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학래=우선 과제는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남북 교류다. 워낙 시일이 촉박해 단일팀 구성은 어렵겠지만 ‘동반 입장’과 종목별 합동 훈련, 공동 응원 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동반 입장과 합동 훈련 등이 이뤄지면 전 세계에 한 민족은 하나라는 동질성을 과시할 수 있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도 보여줄 수 있다.

▲이상철=동서독은 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부터 동시 입장을 논의하기 시작해 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기어코 성사시켰다. 국기는 분단 이전의 통일 독일의 깃발을 사용했고 국가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으로 대신했다. 이미 지난달 국가올림픽연합회(ANOC) 총회가 끝난 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남북한의 두 정상에게 동시 입장이 바람직하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제 양 정상이 만났고,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직접 제의한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다.

▲이학래=시드니 올림픽 이후엔 10월의 아시안컵 축구대회, 2001년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 등 단일 종목에서의 단일팀 구성이 이어질 것이다. 단일팀 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게 선수 선발이다. 청소년 축구대회 단일팀 구성 때도 북측은 대부분 공격수였고, 남측은 수비수여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대승적인 민족 화합 차원에서 양측이 양보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 종목별로 서로 우수한 종목을 나누어 출전 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사격과 여자 마라톤 등이 강하다. 실무회담을 통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문제다. 그리고 남북이 하나가 되면 실제 전력 이상의 힘이 나온다. 탁구가 우승했고, 축구는 세계 8강에 올랐다.

▲이상철=경기적인 측면 외에도 체육 교육, 체육 학술 연구에서의 교류도 필요하다. 스포츠는 순간적인 감동을 주지만 교육과 학술은 영원히 남는다. 각급 학교간 스포츠 교류도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학래=남북 체육교류는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대규모 인적 교류는 북한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1단계는 대규모 인적 교류 부담이 없는 학술교류가 되어야 한다. 2차적으로는 남북에서 개최하는 주요 국내 체육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다. 한국의 전국체전이나 범민족 체전, 북한의 인민 체육대회에 양측 대표단이 상호 참가함으로써 서서히 양측의 이질감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그 다음 3단계로 종합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을 성사시키는 게 순서다.

▲이상철=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공동 개최 가능성도 크다. 월드컵 공동 개최 문제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적극 지지하는 바다. 북한에는 15만명 수용의 5·1경기장과 10만명이 들어가는 김일성 경기장 등이 있다. 문제는 북한의 통신·교통·숙박 등 제반 여건이다.

▲이학래=과거 북한은 대규모 인적 교류로 인한 체제 붕괴를 의식, 체육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정상회담까지 했고, 5가지 합의문에 양 정상이 서명했다. 이런 마당에 대규모 인적교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02년 월드컵을 분산 개최해도 이를 용인할 능력이 생겼을 것이다.

▲이상철=부산 아시안게임 공동 개최는 남북 체육교류의 절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백두산에서 성화를 채화해 부산까지 봉송하면 그 효과는 그대로 통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이 단일 국가로 부산대회에 참가하는 방안,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 남북이 함께 아시안게임을 공동 개최하는 방안 등 세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이 중 남북이 함께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면 통일의 바로 전 단계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학래=이번 6·15 공동 선언은 최고 정상간 합의다. 전 세계에 공개됐고 바꿀 수 없는 남북 최고위층의 약속이다. 함부로 번복하긴 어렵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세계 최초의 일이다. 동서독도 단일팀을 구성하지는 못했다.

▲이상철=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5가지 사항은 분야별 회담이 얼마나 성실하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스포츠는 이미 검증돼 있는 분야인 만큼 쉽게 교류가 이뤄질 것이다. 통일로 가는 길을 스포츠가 앞당길 수도 있다.

/정리=고석태기자 kost@chosun.com

/사진=임현찬기자 hc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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