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28일 부산 다대포항에 북한 선박 만경봉 92호가 닻을 내렸다. 북한이 부산아시안게임에 보낸 여성 응원단 290명이 타고 있었다. 키 165㎝가 넘는 대학생과 예술인 위주로 뽑은 응원단은 초승달 눈썹에 하얀 얼굴, 화려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나무 '짝짝이'로 박수를 치고 일사불란하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신기했던지 몇몇은 인터넷에 팬클럽이 생기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우리 응원단의 의상과 몸치장은 온 남녘땅의 유행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했다.▶이때 맛 들였는지 북한은 이듬해 8월 대구유니
북한이 현송월을 대표로 한 올림픽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을 하루 중지시킨 것은 '대북 제재' 거론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실무 문제들을 놓고 '대북제재위반'이니 뭐니 하는 잡소리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북 대표단 체류비용 지원, 고려항공 이용 등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제재위반 여부니 뭐니 하는 경망스러운 언행들이 북남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버릴 수 있다"고도 했다. 우리 정부 안팎과 언론에서 대북 지원이 유
국방부는 19일 현재 61만8000여명인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육군 복무 기간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력 축소는 육군만 해당돼 매년 육군 2개 사단이 없어지는 셈이다. 병력과 복무 기간을 줄이는 방안이 처음 나온 2006년에는 북핵 위기가 지금처럼 '전쟁'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악화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던 때였다.저출산으로 군대 갈 젊은 층이 계속 감소하고는 있다. 그러나 작년 9월 북의 6차 핵실험은 5차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고, 북 ICBM은 미 전
국제봅슬레이경기연맹이 남북 봅슬레이 4인승 팀을 꾸려 올림픽 전에 테스트 주행 합동 훈련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국 봅슬레이계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 같지도 않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바람이 불자 IOC에 이어 각 연맹들까지 한 건 하는 식으로 끼어들려는 듯하다. 북에는 봅슬레이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이 종목 첫 메달을 꿈꾸며 '은둔 훈련'을 해온 우리 팀엔 날벼락이다. 시속 140㎞로 질주하는 봅슬레이에서 훈련 한 번 해보지 않은 선수가 끼어들어 사고라도 나면 이들의 꿈은 그날로 끝
평창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한반도에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북은 올림픽 개막 바로 전날인 2월 8일 정규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한다. 캐나다의 한 대북 교류 단체는 이미 홈페이지에서 평양 열병식 관광 상품을 팔고 있다. 북이 이날 열병식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4월 25일을 군 창설일로 기념해왔다. 북이 평창올림픽 팡파르 전날 전례 없는 열병식을 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김정은이 '완성'을 선언한 핵 무력을 과시해 한반도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대내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하자 직접 나선 것이다.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라고도 했다.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내내 '정치 보복'이라고 해왔다. 자서전에 관련 부분 제목부터 '정치 보복의 먹구름'이다. 실제 이 전 대통령 시절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정치 보복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17일 남북회담에서 북측에 마식령 스키장 훈련과 올림픽 전야제 금강산 개최, 개회식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제안해 합의문에 반영시켰다. 북은 230여명의 응원단과 30여명의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도 파견하기로 했다. 친북(親北) 단체인 조총련 응원단 활동까지 보장키로 했다. 평창에 오는 북 선수는 고작 10여명인데, 삼지연 관현악단 140명을 합쳐 약 500명의 북한 선전요원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셈이다.원산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이 자랑하
2012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관현악단이 연주회를 가졌다. 정명훈이 지휘한 라디오 프랑스 필과 은하수관현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1번 합동 연주가 메인이었다. 하지만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 리명일·윤범주가 이끈 1부 연주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민요와 북한 가요를 편곡한 관현악 네 곡이 연주됐다. 해금과 가야금·장구·꽹과리 같은 전통 개량 악기를 서양 악기와 섞은 '주체 음악'이었다. '민족 악기와 서양 악기의 배합'은 김정일이 주창한 것이다. 프랑스 언론은 이날 공연을 '남북 관계를 음악으
2015년 12월 김정은 '친위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3시간 앞두고 돌연 철수하자 공연장인 국가대극원에 모였던 중국 관객 100여 명은 분노를 터뜨렸다. 한 대학생은 "진싼팡(金三胖·김씨 세 번째 뚱보, 김정은) 때문에 신경질 나 죽겠다"며 "공연 당일 돌아가는 게 어디 있느냐"고 했다. 바링허우(80년대생)·주링허우(90년대생)로 불리는 중국 2030세대는 전(前) 세대와 달리 북한, 특히 김정은에 대한 감정이 나쁘다.▶이들은 김정은을 전 세계에서 가장 꼴불견인 '푸얼다이(富
15일 열린 평창올림픽 남북회담에서 올림픽이 아니라 북한 예술단 파견 문제가 먼저 논의됐다. 북에서 140여명으로 구성된 삼지연 관현악단이 내려와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북측의 요구에 의해 '예술단 회담'이 먼저 열렸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올림픽에서 부차적인 문화·예술 행사가 먼저 의제에 오른 것 자체가 북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남북 간에 진행되는 일이 얼마나 비정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북은 우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한 올림픽에 무임승차하고서 이 대회를 북 김씨 왕조 선전 무대로 만들려 하
정부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에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의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북측과 IOC도 긍정적인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일팀이라도 기존 국가대표 23명에 북한 선수가 추가되는 '23+α' 방식이면 우리 선수 피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출전 엔트리 22명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22명 출전 명단에 들어가는 북 선수들만큼 우리 선수들이 빠져야 한다. 올림픽 무대를 위해 얼음판 위에서 피땀을 흘려온
청와대는 14일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와 수사 경험자들이 "대공수사 기능이 약화된다"고 우려해 왔지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북·해외 정보 수집만 하게 된다. 이 역시 국회에서 법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국정원의 간첩 수사가 잘못되거나 조작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진짜 간첩을 잡고 막은 사례가 더 많다. 일부의 잘못을 갖고 전체를 없애는 과잉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간첩 수사와 정보는 한 몸과 같다. 한 몸통을 두 기관이 나눠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을
미·소 핵경쟁이 절정이던 1983년 9월 26일 모스크바 외곽 핵전쟁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섯 기를 발사했다는 경보가 울린 것이다. 당직 장교는 즉각 "컴퓨터 오류로 여겨진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몇 시간 뒤 소련 첩보위성이 햇빛 반사 현상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직 장교였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미·소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이 핵전쟁을 시작한 것이라면 미사일을 다섯 발만 쏘지는 않았을 걸로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작년 9월 77세로 사망한 페트로프는 우발적 핵전쟁에서 세계를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北)은 핵은 미국과 담판 지을 문제고, 남(南)으로부터는 경제적 이익만 취한다는 분리 대응 전술을 구사해 왔는데 문 대통령은 그 장단에 놀아나는 일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은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아무 대가 없이 북에 양보하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
정부는 지난 9일의 남북 회담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북의 속셈이야 뻔한 것이지만 오랜만에 남북이 마주 앉았다는 의미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대화가 이어지면 북의 도발 억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북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이상 1988년 서울올림픽 때와 같은 북의 테러 가능성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우리 대표단이 북측을 향해 비핵화 쟁점을 거론했을 때 북측이 정색하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거기 덧붙여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은 철두철미
9일 남북회담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공식 확정됐다. 남북은 공동 보도문에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 긴장 해소를 위한 군사회담 개최, 남북 관계 모든 문제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해결한다는 3개 항의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서해 군 통신선도 복구됐다. 북이 왜 갑자기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두가 안다. 남북대화를 바라는 한국 정부와 북핵 폐기를 바라는 미국 정부 사이를 벌리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북이 평창으로 오는 이상 이 기간에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이틀 앞둔 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5명 명단을 밝혔다. 하루 전 정부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우리 대표단을 결정한 데 이어 양측 대표단 구성이 완료된 것이다.회담 성사에 대해 미·중·북은 제각각 반응을 내놓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나의 강경한 태도(tough stance)에 대단히 감사해했다"면서 "내 언사와 강경한 태도가 아니었다면 남북이 지금 올림픽에 대해 얘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
북한이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에 응하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시작되게 됐다. 북은 5일 전통문에서 평창올림픽 문제뿐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의제로 삼겠다고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이라면 정치·경제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북이 이산가족 상봉 등을 미끼로 던지면서 한·미 훈련 전면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중단,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것으로 한·미 이간을 본격화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지금 미국에서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들 경비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남북 실무 회담은 주로 남북 단일팀 구성, 개·폐회식 공동 입장, 북한 응원단 참석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단일팀은 북측 선수가 워낙 적고 시간이 촉박해 여자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정도를 제외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북 공동 입장 가능성은 크다고 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9차례 공동 입장한 전례가 있기도 하다.정부 관계자는 4일 "종전처럼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같이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개회식 공동 입장이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