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석 미래기획부 차장나는 1990년대 초 맹호부대에서 정훈장교로 군 복무할 때 김관진 전 장관을 상관으로 모셨다. 여단장이었던 그는 가끔 정훈·군종·법무장교를 관사로 불렀다. 저녁 먹으며 세상 이야기하기를 즐겼다.1992년 초였던 걸로 기억한다. 노태우 정권은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김 여단장은 당시 군 최고 수뇌부가 병사들에게 여당에 투표하도록 정신교육했으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걱정했다. 며칠 후 사단장과 영관급 이상 사단 주요 간부 20여 명이 여단장실에 모여 군 부재자투표소 운영 방침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지난 14일 타계한 이대용 공사는 '마지막 주월(駐越) 공사'였다.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이 점령당할 때 사이공에 남아 우리 교민들의 철수를 책임지고 기밀 서류를 파기하느라 피난 헬리콥터를 놓쳤다. 체포된 그는 5년이나 감금되었다. 북한 요원과 베트남 신문관의 회유를 수없이 받았다. "평양으로 간다면 당장 풀어주겠소. 당신을 귀빈으로 환대할 것이오"라고 유혹했지만 당당히 물리쳤다. 그는 진짜 군인이고, 대한민국에 충성을 바친 바른 공무원이었다.나는 만년에 공사님을 자주 뵈었다. 순댓국을 좋아하셨다. 을지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유화책 아닌 고강도 제재 써서 북핵 완전 폐기하겠다는 것反덤핑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美는 中 동참 이끌 카드도 많아… 군사적 방안도 적절히 쓰길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오래전에 유명무실해진 6자회담 체제가 북한 비핵화에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미국이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제네바 합의 체제가 실패로 끝나고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6자
안보·정보 수장 잇단 구속대외 정보 신뢰도 추락하고 안보 상황에 악영향 끼쳐뒤를 캐고 과거 들쑤시는 문화혁명 같은 숙청 멈추고 앞을 보며 미래 준비해야 김대중 고문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首長)이었던 사람이 한꺼번에 3명씩이나 잡혀가고, 최고 국방기관의 장(長)이었던 사람이 구속되는 사태는 마치 이 나라에 쿠데타라도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언필칭 법치국가에선 누구건 죄가 있으면 잡혀가고,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도 탄핵되고 교도소에 갇히는 나라에서 그깟 전직 국정원장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1994년 이전에 초·중·고 교육을 받은 이들은 분변 검사에 얽힌 추억이 있다. 나는 중학생 시절 어느 날 깜박하고 분변 시료를 가져오지 않아 급한 나머지 짝꿍 것을 쪼개어 냈다가 동양모양선충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애꿎은 약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같은 시료였는데 왜 그 친구는 회충만 있고 나는 동양모양선충이 있는 걸로 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담임 선생님이 약을 나눠주며 그 자리에서 먹으라 하셔서 피할 길이 없었다. 온종일 하늘이 노랬다.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장내 기생충 누
北에 아토피 없는 건 기생충 많은 탓젊은이들 왜소한 것은 천일염 부족 때문북한 가던 두루미는 배고파 남으로 온다 한삼희 수석논설위원JSA 귀순 북한 병사에게서 많은 기생충이 나왔다는 보도에 서울대 의대 신희영 교수(연구부총장)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신 교수는 북한 의료 지원차 2003~08년 여섯 번 방북한 경험이 있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들이 금강산 온정리를 찾아가 주민들 기생충 검사를 한 적이 있다. 95%가 기생충을 갖고 있었다. 인분을 비료로 쓰는 데다 구충제가 부족해서다. 신 교수 팀이 기생충 약을 지원해주
양해원 글지기 대표딴 사람을 만나던 바람둥이가 뜻밖에 배우자와 맞닥뜨렸다. "여… 여… 여보… 인사해. 우리 처제(妻弟)야." 하필 아내의 여동생이라고 둘러댔다는 우스개다. 그런데 왜 내 처제가 아니고 우리 처제일까.집단주의가 짙게 밴 우리말에선 웬만하면 '나(내)'가 아니고 '우리'다. "우리 회사가 너희보다야 낫지" 하거나 "우리 마누라가 한번 놀러 오래" 식이다. 이 '우리'를 낮추는 말은 '저희'인데…. 얼마
위안화가 쏟아지면 값비싼 안보의 代價는 까맣게 잊을 것이다核을 지고 살아도 좋은 게 좋다는 우리는 대체 어떤 국민인가 선우정 사회부장한국 언론은 올해 중국의 광군제를 크게 다뤘다. 중국의 할인 행사를 이렇게 다룬 것은 한국 제품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렸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 전지현이 다시 중국 광고에 나온 것도 화제였다. 이번 광군제를 '사드 해빙'의 출발점으로 보는 언론도 있었다.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의 상가 임대료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因爲理解 所以等待)'
계속 불길 키우는 '적폐 청산'文 대통령이 과거 비판했던 '마녀사냥' '모욕 주기'와 과연 다르게 진행되고 있나코드 司正 유혹 털어내야 진정한 적폐 청산 될 수 있어 권대열 정치부장현 집권 세력은 이른바 적폐 청산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야당 대표들에게 "적폐 청산은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다.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뒤 굴러가는 모양새는 과거 '코드 사정'과 다르지 않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은
아베의 총선 압승은 경제 덕분대졸 97% 취업, 실업률 2.9%에 20대 지지율 49%로 가장 높아日 국민의 현실주의 반영한 것 차학봉 산업1부장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 28일 의회를 해산할 때만 해도 선거 전망은 안갯속이었다. 국유지 헐값 매각으로 촉발된 '사학(私學) 스캔들'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지난 7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아베 총리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가 야당 후보 단일화를 위한 무공천을 선언하
[74]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모든 자에게서 그의 능력만큼, 모든 자에게 그의 필요만큼"이라는 마르크스의 구호는 20대의 나에게 위대한 시(詩)였다. 그런데 얼마 후, 혹시 내가 발휘하고 싶은 능력과 국가가 나에게서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고, 국가가 내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지급하는 것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다르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국가에서 개성과 개인적 기호가 존중받을 수 있을까?지난 7일은 러시아 공산혁명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한 세기의 참혹한
이상주의는 공허하고 위험'균형 외교'라는 이상론은 국제정치 현실 앞에서 無力아시아 지역 패권국인 중국… 한국 종속시키려 실력 행사中 공세 억지하는 전략 짜야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한·중·일 외교 삼국지가 뜨겁다. 트럼프의 체재 시간을 두고 신경전을 벌일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건너뛰기'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반도 운전자론'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진력했다. 날씨 문제로 성사되진 못했지만 한·미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공동 방문 시도는 그 자체로 상징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한·미 정상이 머리 맞대고 대화한 것은 1시간 남짓… 동맹 과시하는 행사에 집중반면 美·日, 美·中 정상은 북핵 놓고 장시간 밀담 박두식 부국장'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어제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서 떠올린 외교의 속설(俗說)이다. 정상회담은 분(分) 단위, 초(秒) 단위 일정까지 서로 협의를 거친다. 회담에서 다루게 될 주제와 발언 수위, 표현도 대개 사전에 의논하는 것이 외교 관례다. 깜짝 일정, 즉석 합의는 정상회담의 극적 효과를 높
日도 50년 전엔 反美 데모, 지금은 "트럼프와 함께해야"10~20년 후 미래 보기 때문… 中 대비 '안보 스크럼' 구상 김수혜 도쿄 특파원1967년 11월엔 도쿄도 서울만큼 시끄러웠다. '6·8 부정선거' 규탄 데모로 여름 내내 열병을 앓은 서울보다 어쩌면 도쿄 쪽이 더했을지 모른다. 아직 미군이 점령 중이던 오키나와를 일본에 돌려달라는 데모, 베트남 인민을 지지한다는 데모,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의 방미를 결사 저지하자는 데모가 하루가 멀다 하고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 앞에서
성혜랑 '등나무집'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등나무집'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이복동생 김정은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당한 김정남의 이모 성혜랑의 회고록이다. 김정일-성혜림-김정남의 기이한 가족사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정작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성혜랑·성혜림 자매 집안의 3대에 걸친 가족사이다. 두 자매의 조부모, 부모의 생애를 통해 격변기 우리 민족의 의식이 형성된 여건들을 조망할 수 있고 공산주의의 생리를 충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아들이 아내의 편을 든다고 아들을 때려서 죽게 한 남편에게서 독립
강대국들 논리와 전략 앞에서 약소국은 한 조각 卒일 뿐… 누구에게 붙느냐가 생존 좌우해中은 南과 친해져도 北 안 버려美와 우호 유지하며 군사력 키워 北 제어하는 것이 우리가 살 길 김대중 고문한반도에 '전쟁과 평화'의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떠오르는 두 가지 일화가 있다. 하나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이 지난 1950년 8월 27일 소련의 스탈린이 체코 대통령 고트발트에게 보낸 메시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소련)가 전쟁 당일 (뉴욕 시각으로는 6월 27일) 유엔 안보리에 불참한
싸울 決意 없는 나라가 평화 지키는 방법은 싸울 決意 가진 나라의 노예 되는 것뿐決意 없어 무시당하고 북핵 못 막는 것양상훈 주필한·중 사드 갈등 합의의 밑바닥에는 '한국 무시'가 흐르고 있다고 느낀다. 시진핑이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을 때의 그 '무시'다. 있지도 않은 중국의 피해에 대한 우려는 유념하고, 지금 당장 핵 인질이 돼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한국인 5100만명의 안위에 대한 유념은 없는 게 이 합의다. 한·중 관계는 이렇게 등급과 서열이 정해져 가고 있다.일
김진수 前 남서울대 교수북한 김정은의 최우선 정책은 '안정적이고 확고한 체제 유지'이다. 이를 위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북한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지원이 중단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개방'을 피할 수 없었다.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으로 시작된 남북 교역은 우리의 5·24조치로 중단되기까지 규모가 총 222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29억 4500만달러가 원조 성격인데, 그 대부분인 24억2
김씨 일족 떠받친 '궁정 경제'와 핵·미사일 집중한 '군수 경제'로민생 방치, 北 경제 파탄 지경… 유엔 제재로 '돈주'까지 자금난주민 생활 고통받고 어려워지면 김정은, 파국의 결과 맞을 것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과거 김정일은 아무리 유엔 제재 같은 것들이 있어도 우리는 끄떡없다고 말했다.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김정은도 과거처럼 유엔과 그 주변국들이 아무리 북한을 압박해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