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월 29일 북한 등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한 것이나, 최근 방한해서 한 발언은 김정일 정권의 본질에 관한 한국인들의 ‘기억’을 일깨웠다고 할 수 있다.부시가 지적한 사실들, 김정일 정권이 주민들을 굶주림에 방치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든가, 자유를 철저하게 억압하고 있다든가,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든가 하는 것은 사실 보통의 한국민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런 지적들은 '민족' '통일' '화해' 등의 구호나
姜孝祥“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메시지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고무된 분위기다. 외교부 장관은 TV에 나와 “한·미가 이번에 대화로써 북한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흡족해 했다. 미국 성조기(星條旗)를 불태우던 반미시위단체들도 “다행스럽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끝난 것인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서울에서 공언한 대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언제 미국이 북한을 무력침공하겠다고 한 적이 있는가. 격렬히 반미시위를
李鎭雨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우리 사회는 지금 다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보와 평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이 말에 국론을 결집하여 초당적으로 대처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국회의원들은 말도 되지 않는 원색적 비난으로 정쟁이나 일삼고 있다. 한 쪽에서 ‘부시 대통령은 악의 화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악의 뿌리’라고 극언을 내뱉으면, 다른 쪽에서는 ‘DJ 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이라는 극언으로 되받아 친다.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민주화를 통해 극
김정일 정권에게 지금은 분명 대외적으로 위기의 시간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북한 정권 스스로의 상황인식과 그에 따른 행동에 달려있다. 지금까지는 김대중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을 달래고 바깥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환경을 조성하고 여러 가지 유인책을 제공해 왔지만 이제 그 여지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북한 정권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과제는 달라진 국제정세의 흐름과 주변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속에서 생존전략을 새롭게 짜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외무성의 22일 성명과 후속 반응들에서는 그러한 고민의
부시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점거한 한총련 대학생 등 28명에 대한 경찰조사 과정에서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여러차례 벌어졌다.이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경찰은 조사시간의 대부분을 신원 파악에 썼다. 갖고 있던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일부 학생들의 신원은 간접적으로 확인했지만 직업운동권으로 보이는 30~40대 남녀 3명은 끝내 누구인지조차 몰라 구속영장에 이름 대신 ’30대 체크무늬 상의 남자’라고 쓰는 촌극(寸劇)이 벌어졌다.영장청구시한인 ‘체포 후 48시간’이 다가오자 경찰은 이들에게
부시 대통령의 현지 연설로 도라산이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개성이 눈 안에 담기는 전망대와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제3땅굴 그리고 판문점이라는 분단 관광재들에 이번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철도 침목이 호재로 더해진 셈이다. 분단 분계선에 쳐져 있던 녹슨 철조망을 잘라 관광상품으로까지 개발할 참이라 한다. 이처럼 분단 관광재 위주로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역사 관광재 개발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도라산 역사 관광재 1호는 한양·개성·평양을 이었던 봉수대(烽燧臺)의 원형 복원이다. 민족 염원의 봉화를 올릴 수
사람 나이 60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 공자(孔子)가 60세를 “어떤 말도 순화해서 들을 수 있다”는 뜻의 이순(耳順)이라고 한 것은 진리에 대한 순응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성(理性)의 철학자 칸트가 “인간이 이성을 완전히 사용하게 되는 시기는 지혜의 관점에서는 대략 60대라고 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회갑(2월 16일)을 맞아 각종 축하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바깥에서 김정일 정권에 대한 압박이 드세지고 있는 만큼 내부의 단합을 고취하기
全寅永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북 시각 및 정책이란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양국은 좁히기 힘든 차이점과 갈등을 노출했다.한·미 양국이 회담에서 서로 상대방의 대북 시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반(反) 테러전쟁에 동맹국으로서 적극 협력할 것을 다짐했고,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면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
한·미 정상이 대북·한미관계 등 한반도 문제의 앞날을 놓고 머리를 한창 맞대고 있는 한편에서 여의도 의사당은 「우리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몸싸움과 욕설·고함 끝에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사태의 발단이 통일·외교·안보분야의 대정부 질문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민망하다.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논의가 결정적 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막상 국회는 내팽개친 채 「의원총회」만 무성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부시는 악의 화신」 「이회창은 악의 뿌리」라는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과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한 한나라당에 의해 촉발돼
20일의 한미 정상회담은 공개된 내용만으로 본다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이를 더이상 예각화하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넘어가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작년 3월 첫 양국정상의 만남에서 어색한 장면들이 표출됐던 것과 비교한다면 이번 회담에서 두 대통령이 파열음보다는 화음(和音)을 내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 의미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두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전통적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 대량살상무기 해결의 절실함에 공감하면서 이 문제를 북한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
로버트 아인혼Robert J. Einhorn/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전(前) 미국 국방부 차관보명료성과 모호성은 둘 다 외교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단들을 쓸 때는 메시지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메시지가 왜곡돼서 받아들여진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부시 대통령은 1월 29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나라들이 대량살상무기(WMD) 획득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 나라들이 WMD를 얻는 것을 받아들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한 마리 연어가 되겠다”는 충성편지를 써 시중의 빈축을 샀던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이번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매도했다. 그는 작년 8월에는 당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이는 미국의 음모”라며 “해임이 관철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성명까지 낸 인물이고 보면, 그의 막가는 언동과 자신의 말에 대해서도 책임질 줄 모르는 처신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집권당 국회의원이 동맹국의 국가원수에 대해, 그것도 그의 공식 방문 바로 전날 국회에서 적대국 간에나 사용
柳宗夏얼마 전 정부가 미국과 회담하고 돌아오는 외무장관을 기내에서 경질함으로써 미국에 불만을 표하더니, 18일엔 여당 의원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시는 악의 화신”이라며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논리를 펼쳤다.우리나라는 지금 미국의 대북 정책을 놓고 큰 논란에 빠져 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 따뜻한 햇볕을 비춰야 된다고 하는 데 반하여, 미국은 북한을 세계 3대 악동의 하나로 채찍으로 다스려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 한·미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거나 한·미 공조가 이미 깨어진 것이 아닌가 하
지난 9~10일 도쿄에서 열린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느낀 것은 최근 몇 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많은 외국인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북한에 직접 들어가 의료봉사활동을 폈던 폴러첸씨를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현실을 몸으로 부대꼈던 외국인들의 경험은 국제사회에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독일의사 폴러첸씨가 직접 촬영한 병원시설이나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할 말을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경솔하다거나 비외교적인 발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몇몇 그룹들은 전쟁전략과 일방주의를 관철시키려는 언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공산국가를 ‘악’으로 지칭한 것은 부시가 처음은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6월 영국 하원에서 연설하던 중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지칭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레이건을 외교의 기초를 모르는 ‘무식한 카우보이’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다음해 기독교단체 모임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동아시아 3국 순방, 특히 한국 방문이 갖는 의미는 무겁고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세계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있어서도 본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대북문제를 놓고 국내외에서 이번처럼 우여곡절과 논란을 거친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부시 방한이 갖는 상황의 중요성과 미묘함을 한층 더 짙게 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지방선거와 월드컵, 두 큰 행사가 있다. 그리고 곧이어 6월 장마와 8월 태풍이 줄줄이 들이닥친다. 그러고 나면 어느 틈에 가을이 왔나 싶다가 이내 다시 대통령 선거가 휘몰아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4월이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달쯤 뒤면 한나라당도 대통령 후보를 낸다. 이렇게 보면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은 정치적 햇볕은 그야말로 한뼘쯤밖엔 안된다. 김 대통령이 진실로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면 그는 당장 오늘이라도 모든 「그래도 다시 한번」을 깨끗이 접어야 한다. 그래야 김 대통령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의 국가원수가 평양을 방문할 때면 보름쯤 전부터 평양은 사실상 봉쇄된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여행증 발급이 중단되고 평양에 있던 지방사람들도 대개 1주일 전까지는 떠나야 한다. 평양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는 철저히 통제되고 기차역은 보안요원들로 포위되다시피 한다. 한마디로 모든 주민이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이 같은 조치는 외국원수의 신변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환영행사 등에 나서는 김정일의 경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김정일이 통과하는 도로주변에는 미리 정해진 사람들 외에는 접근할 수가
지난 12일 귀성길 고속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유태준씨가 살아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가족의 전화였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기자는 작년 3월 그가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중국에 갔다가 행방불명된 후 북한에서 처형됐다는 기사를 썼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다 정보소식통의 확인까지 거쳤고, 당국에서는 그의 임대아파트를 회수하고 주민등록까지 말소한 상태였다. 기사가 나간 후 한국과 미국 등지에 그의 생사확인을 위한 시민연대가 구성되었고, 외신들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응답인 듯 북한은 평양 라디오방송을 통해 작년 6월
아내를 데려오겠다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체포당한 후 다시 탈출해나온 유태준씨의 ‘모험 이야기’는 엄혹한 남북분단 상황과 엄격한 북한의 주민통제체제를 감안할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이다. 그의 귀환이 극적인 만큼 재입북과 탈옥, 재탈출과 재입국 등의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 한껏 격려를 보내고 싶다.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그가 맨몸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나들며 시련을 겪고 있는 동안 현 정부가 보인 무관심과 소극적 대응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정부당국은 그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