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순종식씨 일행 21명의 해상 탈북은 거스를 수 없는 분명한 흐름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북한체제를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번 해상탈북을 주도한 순종식씨의 장남 룡범씨는 지난 2000년 12월 중국에서 만난 남쪽 친지에게 “더이상 희망이 없는 북녘보다는 자식들이라도 자유로운 땅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다”고 절규했다고 한다. 용범씨처럼 최근 탈북한 사람들은 ‘배고픔’ 뿐만 아니라 ‘더이상 희망도 없고 미래도 기대할 수 없게된 북한체제’를 진정한 탈북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이다.북한체제에서 더이상 미래를 찾
김현호/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월남이 공산화된 지 4년이 지난 1979년, 남지나해에는 수천명의 보트피플이 떠돌고 있었다. 자유를 찾아 조국을 탈출해 나온 그들은 바다에 빠져 죽고 해적들에게 약탈당했다. 그들의 고난은 수년째 계속됐지만 구조의 손길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때 유럽의 지식인들이 나섰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와 레이몽 아롱, 독일의 하인리히 뵐 등 좌우파로 갈려 이념적 대립을 보이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했다. 이들은 모금운동을 벌여 5335t의 대형선박을 임대해 남지나해로 보냈다. 터키 선적의 이 배
‘8·15 민족통일대회’가 열리고 있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워커힐호텔 무궁화볼룸 앞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친필 편지 전시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로 사진전 개막이 1시간 이상 지연될 때였다.어디선가 “왜 말을 못하게 막느냐”는 고성(高聲)이 터져나왔다. 소리를 지른 주인공은 한 50대 남자로,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곧이어 그를 향해 “통일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나” “훼방놓지 말고 나가달라”는 질책이 쏟아졌다.그는 경남 하동군에서 농민 상대의 주간(週刊)신문을
車相哲 /충남대 교수·미국외교사학1950년대의 한·미관계는 대립과 갈등에 이은 궁극적 타협이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승만(李承晩) 전(前)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미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탁월한 외교수완을 발휘했다. 국제정치의 냉혹함은 물론 미국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철저한 ‘지미(知美)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체결 협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대통령은 때로는 ‘벼랑 ??전략을 구사하는 모험도 불사했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반공포로 석방은 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을 재촉하기 위한 비장의
南成旭최근 북한이 남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의 곡물 생산량 부족이다. 북한은 풍·흉년에 관계없이 연간 100만t 이상에 달하는 곡물 부족을 보충해야 하는 구조적인 농업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은 모자라는 곡물을 보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성과는 그리 시원치 않다. 외화부족으로 모자라는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기도 여의치 않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 금년도 북한의 식량 사정은 1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규모 기아로 전환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가을철 수확기를 앞
李翰雨정사(正史)보다 야사(野史)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야사가 훨씬 폭넓게 읽힌다. 그렇다고 야사만 읽으면 이야깃거리만 남고 정작 ‘역사’는 놓치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1980년대 이후 유행한 ‘새로 쓴’, ‘다시 쓴’, ‘뒤집어 본’ 한국 근·현대사는 ‘현대판 야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정말 뒤집어진 탓인지 야사가 정사가 되고 정사는 증발해 버리는 일이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질 것 같다. 내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일부에 김일성(金日成)의 보천보전투가 크게 실려 논란이다. 이번
이번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연결공사 재개 등 소기의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북한측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대북 지원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경협추진위원회 회의를 우선적으로 개최키로 한 데서 분명해진다. 앞으로 다른 실무회담들의 진행 추이는 경협(經協) 회담의 결과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북측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및 책임자 처벌 약속이 없었던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제7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그 성과와 실패를 구체적으로 결산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회담은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고 실무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내는 일은 깨끗이 단념하고, 기존의 합의사항들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확실하게 북으로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북한당국이 남북 회담을 자신들의 필요와 편의에 따라 열고 닫기를 마음대로 하면서 합의사항마저 제멋대로 내팽개치고, 현 정부가 여기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북한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으로 북한 국기(人共旗)와 국가(북한 ‘애국?? 사용의 허용 여부와 허용할 경우의 범위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국제체육대회의 일반적 관례, 남북관계의 현실과 미래, 국가보안법 같은 실정법(實定法) 규정, 그리고 대한민국 안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국민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대단히 미묘한 사안으로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 현 정부가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왔고, 경비까지 우리가 부담하는 마당에 그들의 국기와 국가를 일
김운근/북한농업전문가, 한국농업정책학회장 북한은 임금과 물가를 대폭 인상함과 동시에 달러 대비 북한 원화의 환율을 암시장 시세로 현실화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의 첫번째 배경은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국가수매 정책의 실패에 따른 재정적자의 누적에다 사회주의권으로부터 지탱해온 각종 원조 중단으로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재정부담이 발생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두번째는 주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생동안 평균주의 분배에 길들여진 주민들이고 보면 소유권 허용은 배제한 채 임금
洪準浩북한이 마치 언제 도발을 했느냐는 듯 얼굴을 바꾸어 미소로 나오고 있다.며칠 전 금강산에서 열린 장관급회담 실무접촉에 다녀온 우리 측 대표단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예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지고 사뭇 공손한 태도였다고 한다. 또 이번 접촉을 계기로 남북간 대화퍼레이드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전망이다. 어제는 장성급회담이 열렸고, 12일부터는 장관급회담이 시작되며, 그 회담이 끝나자마자 8·15 민족통일행사 대표단이란 북쪽 사람들이 서울에 오게 돼 있다. 한 달 뒤엔 상암경기장과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을 구경하게 될 것
鄭且權백마부대 중대장이었던 고(故) 박우식 소령의 유해가 3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헬리콥터가 악천후 속에서 추락해 4명의 미군과 함께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월남전에서 전사한 군인의 유해가 하와이에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월남전 참전 이후 전사자의 유해가 발굴된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미군과 함께 전사했기에 하와이에 있는 미 육군 유해발굴센터의 노력에 의해 유해라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고인에게 미안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수치심을 느꼈다. 순간
지해범/국제부 차장대우 hbjee@chosun.com 중국 옌지(延吉)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탈북자 이모(58)씨는 중국 경찰에 붙잡히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중국 공민증(公民證)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두만강을 처음 건넌 것은 3년 전. 옌지에 도착한 뒤 조선족 동포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 호구(戶口·호적)를 만들었다.이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약 400위안(元·한화 약 6만원). 이 돈을 알뜰히 모아 1년에 한두 번 평양으로 돌아간다. 중국 인민폐와 식량, 옷, 의약품 등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방북(訪北) 추진」 문제는 갈수록 안개 속이다. 정말로 북한에 가는 것인지 아닌지, 그 목적과 배경은 실제 무엇이며, 간다면 무슨 자격으로 간다는 것인지, 모두가 불투명해 보인다. 당초 한나라당이 「도라산 프로젝트」라는 한 대표의 방북 시나리오를 폭로했을 때 한 대표는 『확정된 게 없다』면서 『성사가 된다 해도 (8·8 선거 후의) 복잡한 상황에서 내가 어디를 가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측은 정 의원의 폭로를 「소설」이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지난 2일에는『방북하고 안 하고는 한화갑이가 결정하는 것』
북한이 최근 한·미·일을 상대로 펼치고 있는 대화 전략에는 그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내재돼 있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직결된 본질적 사안은 미·북대화에서 다루고, 남북관계와 일·북관계에서는 일련의 화해제스처를 통해 북한정권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 얻겠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것은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지난 1일 미국과의 대화에서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29 서해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은 정작 이 문제를 다루는 대화에서 배
朴斗植/논설위원요즘 한·미(韓·美)관계는 뭔가가 잔뜩 틀어져 있다. 손발이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한·미 모두 아예 손발을 맞추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대북(對北) 공조만 해도 그렇다. 김대중(DJ) 정부는 임기 마지막을 장식할 북한 관련 ‘대박’을 터뜨리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거꾸로 부시 행정부는 햇볕정책의 조역을 맡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기말의 DJ 정부와 본격적인 대북공조를 펼치기보다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 등을 계기로 미·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31일 약 15분간 만나 미·북 대화 재개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또 제임스 켈리 국무부차관보가 이르면 이달말쯤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작년 1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1년8개월여만에 어렵게 본격적인 미·북 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그러나 미·북 대화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미·북간에 산적한 한반도 안보 관련 현안들을 해결키 위한 길고 어려운 협상의 출발인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과 미사일, 재래식무기
정부는 어제 북한측에 남북대화 재개를 공식 제의했다. 북측이 지난 25일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모호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남북접촉을 제안한지 닷새만에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깨는 일의 주도권은 늘 북측에 있어왔고 이번에도 그같은 방식이 반복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가 남북대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그것은 김 대통령과 현 정부가 국민들에게 다짐했던 약속들이다.지난 4
로버트 아인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전(前) 국무부 차관보북한이 서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보낸 메시지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사과라고 간주하는 것이 충분한지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한국 내에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국은 그 문제에 너무 사로잡히기보다는 관심의 초점을 북한 메시지의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부분, 즉 “미래에 그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촉구한 대목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북한 김령성이 지난 25일 보낸 메시지는 진정한 사과였는가? 아니면 서해교전
/이돈구(李敦求)·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동북아산림포럼 공동운영위원장광복 전 북한은 남한보다 더 좋은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산림 황폐화가 가속됐다. 북한은 10년 내에 150만 정보의 산림을 복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종자·묘목과 장비·기술·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북한의 훼손된 산림 복구는 식량과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나아가 북한의 산림이 울창한 나무로 녹화(綠化)됨으로써 통일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한반도 생태계가 보다 효율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