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원 도쿄특파원지난 8일 일본 도쿄 시내 롯폰기 근처의 외무성 이이쿠라(飯倉) 공관. 이틀간 평양 방문 후 동해를 건넌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나란히 기자들 앞에 섰다.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 주최자인 고노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유창한 영어로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일본이 앞으로도 핵심적인 역할(major role)을 하겠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일본 소외를 뜻하는 '재팬 패싱'이 유행하는 것을 의식한 말이었다. 고노는 폼페이오 방북 직후, 도쿄에서 한·
기업보다 勞組, 경찰보다 시위대 대립 앞세운 선동으로 흐를 위험안보·경제 중시하는 主流를 용도 폐기하겠다는 뜻은 아닌가 김광일 논설위원'사람이 먼저다.' 이 여섯 글자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이데올로기다. 몇 년 전 '문재인의 힘-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도 나왔다. 문 대통령 선물용 시계에도 이 말은 쓰여 있다. 선거 구호로서 '저녁이 있는 삶'보다 전파력이 월등 세다. 너무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다. 사람이 먼저라는데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는가. 이 말은 듣는 이를 취하게 만든다.
北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으로 포장 꾀하지만 실체는 달라진 것 없어 이철민 선임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북한을 떠난 뒤, 곧 나온 북한의 거친 성명을 접하면서 한 트윗이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돌아오자마자 올린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는 선언이다. 협상의 대가(大家)를 자처하는 그는 관심법(觀心法)에도 정통한 듯, 회담 직전에는 "5초만 만나면 '좋은 일이 일어날지'를 금세 안다"고 했다.하지만 이번
北 주민 인권 상황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외면하는 文 정부에 국제 단체들 비판 수위 높여인권유린에 침묵 말고 지속적 관심, 문제 제기 해야 윤덕민 前 국립외교원장·한국외대 석좌교수얼마 전 한 일본 정치인이 찾아왔다. 변호사 출신의 40대 유력 정치인인 그는 야당인데도, 북핵도 중요하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를 우선하는 아베 총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요코다 메구미 등 납치 피해자의 부모들이 이미 고령이므로 그들이 죽기 전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중생이던 요코다 메구미는 1997년 북한 공작
"한·미가 협의해 결정한다"고 뒤에 따라붙는 말의 이중성1999년 평북 금창리 때처럼 다른 테이블에서 다루진 않는지 권대열 논설위원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늘부터 평양에서 실질적 핵 협상을 벌인다.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살려 비핵화와 남북 공존의 길을 열어야 한다. 나라와 민족의 앞날이 걸린 미·북 협상에서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는 주한 미군 문제다. 미국이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몇 차례 밝히면서 지금은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듯하다. 하지만 미국 쪽 신호를 보면 실제론 '테이블 밑'에서 다루는 것 아니냐는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 첫눈이 올 때국민이 바라는 것은청와대 2급 행정관의 '사라질 자유'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다 선우정 사회부장날이 갈수록 세(勢)를 불리는 집회가 있다. '여성 차별' 반대 집회다. 두 달 전 1만명이 참여하더니 지난달 집회엔 2만명으로 늘었다. 7일엔 3만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시위대는 거의 여성이었다. 이 집회에서 '유×무죄 무×유죄'란 살벌한 구호를 본 적이 있다.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그들이 구호를 통해 말하려는 일그러진 세태, 그
노석조 국제부 기자"좋은 친구이자 나와 가장 가까운 글로벌 파트너!"버락 오바마가 2016년 말 미국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해외 순방에 오르기 전 8년간의 임기를 회고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 한 말이다. 오바마의 최측근인 벤 로즈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면, 오바마는 메르켈을 "존경했다"고까지 했다.실제로 오바마와 메르켈은 세계 자유주의 진영 동맹의 리더로서 러시아의 팽창주의·국제테러리즘 같은 각종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둘은 국제회의에서
미국·북한의 주변 맴돌며 처분 기다리는 신세 된 한국평화협정 맺고 미군 철수하면 동북아 '편 짜기' 구도에서중국 중심 대륙세에 편입돼 조공 바치는 처지 될 것 김대중 고문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대미(對美) 정책의 방향을 감지하려면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씨의 발언을 잘 해석하면 된다. 보기에 따라서 문 특보는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하기 껄끄러운 발언을 대신해 주는 악역(?)을, 또는 여론을 선도하고 기정사실화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고 할까.문 특보는 사드 배치로 정부가 뭉그적
"핵보유국 지위 국제적 인정이 개혁·개방 전제 조건" 재확인40년간 北 설득도 실패… 자칫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 최유식 중국전문기자북·중 국경에 있는 랴오닝성 단둥(丹東)과 지린성 훈춘(琿春)은 요즘 상하이, 항저우 등지에서 오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두 도시 신축 아파트는 최근 두 달 사이 거래 가격이 30~50% 뛰었고, 거래량도 작년 같은 시기의 2배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북·중 경협이 지지부진하면서 바닥세를 면치 못했던 아파트들이다. 중국 매체들은 현지 시장을 르포하면서 "투자자들이
'선거 없는' 향후 22개월이 경제에 매진할 '골든타임'미래 개척하려면 정권 正體性만 고집 말고 유연하게, 욕 먹더라도 정공법으로 임해야 김대기 前 청와대 정책실장 단국대 초빙교수올 상반기에는 정치·안보 이슈가 워낙 커서 경제 문제는 우선순위가 다소 뒤처졌다. 이제 북핵 위기가 봉합되고, 평화도 찾아왔으니 앞으로는 경제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0년 4월 총선까지 선거가 없기 때문에 향후 22개월은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다.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도 보름이 넘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 미국의 후속 협상은 공동성명에 나온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행하기로 약속한다”는 대목에 맞지 않게 부진한 모습이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엇갈리는 이유다.우려의 근저(根底)엔 친인척까지 죽인 지도자의 잔혹함, 억류된 미국 대학생을 혼수상태에 이르게 한 뒤에야 석방한 변하지 않은 인권 상황, 경제보상과 핵·미사일 개발의 속내를 감춘 위장된 평화 제스처의 전력(前歷) 등이 복
조의준 워싱턴특파원'압박(maximum pressure)'의 부고(訃告)장은 갑작스럽게 날아들었다.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이란 용어가 사라진 것은 돌연사(突然死)에 가깝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갑자기 "더 이상 최대 압박이란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하루가 멀다고 백악관과 국무부 브리핑장에 등장하던 용어가 그의 이 발언 후 하루아침에 공식 브리핑장에서 사라졌다.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협상이 계속
권대열 논설위원이 만난 '서울교육감 선전' 박선영 교수 권대열 논설위원지난 지방선거 때 서울 교육감에 출마한 박선영 동국대 법대 교수(18대 국회의원)는 36.2%를 얻었다. 조희연 현 교육감(46.6%)에게 졌지만 안철수 후보가 사실상 지원한 조영달 후보가 '기호 2번'이 되면서 17.3%를 가져간 것, 보수 진영 인사들 요청으로 선거 개시 한 달 전에야 급하게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52%, 김문수 후보가 23%, 안철수 후보가 20%를 얻었다.
박돈규 주말뉴스부 차장사람은 관(棺) 뚜껑을 닫아 봐야 가치를 알 수 있다.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숨지자 공과(功過)에 대한 평이 쏟아져 나온다. 그는 4·19혁명으로 수립된 민주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무너뜨린 사람이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맡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部訓) 아래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인권 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하지만 공헌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산업화 시대로 이끌고 국가의 체계를 다졌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무
"노무현 정책은 옳았는데 논쟁 벌이다 임기 다 보내"文 정부 이번엔 속전속결로 나라 틀 통째로 뜯어고쳐 김창균 논설위원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00명 직접고용, 기초연금 인상 및 아동수당 신설 등을 앞세워 국정 운영의 초반 속도를 내던 작년 10월 경제 분야 핵심 관계자를 만났다. "너무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으려니 하면서 던진 말이었는데 반응이 의외였다.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앞뒤를 재다가 일을 그르쳤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지난 6월 12일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좌파는 크게 만족한 듯한데 우파는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우파가 기대하고 원했던 것은 물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였다. 그런데 공동성명서에 CVID가 없지 않은가? '비핵화'라는 문구가 CVID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트럼프는 주장하지만 준비 과정의 논의를 감안하면 들어있어야 한다. 이 사안은 악당 국가가 인류를 파괴할 능력을 보유하느냐
트럼프와 한국 정치인들의 對北 시각 고정되거나 편협해'北에 대한 無知' 깨닫고 글로벌 안목·보편적 가치에 바탕한 자유롭고 비판적인 '북한 바로 보기' 노력해야 박성희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작년만 해도 "(비핵화를 바라는 건)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스스로 천명했던 북한이 '전면적 비핵화의 즉시 시행'에 나섰다고 한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미국 언론은 성명서에 그런 말이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문정인 특보는 '완전한
손진석 파리특파원얼마 전 주말을 맞아 차를 몰고 파리 서쪽을 찾았다. 3시간쯤 달려 노르망디의 바이외(Bayeux)란 소도시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큼직한 군인 동상(銅像)을 마주쳤다. 하도 웅장하길래 어떤 프랑스 군인을 기념하는지 확인하려고 차에서 내렸다.놀랍게도 동상은 프랑스인이 아닌 미국의 2차 대전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의 형상을 담고 있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시킨 공로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었다.요즘 노르망디는 1944년과 함께 살아 숨 쉰다. 연합군이 독일군 해안 진지를 기습 공격한 디데이(D-D
상황을 낙관적으로보지 않으면 '수구 냉전 세력' '평화 발목 잡기'로공격받는 세상이 됐지만 용기를 내서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최보식 선임기자화기애애한 '판문점 회담'이 있고서 보름도 안 지났을 때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 공중 전투 훈련을 벌여놓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약속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취소했다.이런 갑작스러운 표변(豹變)이 황당했지만 원칙적으로
공동 성명에 CVID 넣지 못한 美 "회담 지연 없다"며 부담감 표출北은 생색나는 이벤트부터 할 것… 非核化 위한 접점 찾을지 의문 강인선 워싱턴지국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상회담 전에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뿐 아니라 자발적인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북한이 스스로 먼저 움직일 수도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그런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