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準浩북한이 마치 언제 도발을 했느냐는 듯 얼굴을 바꾸어 미소로 나오고 있다.며칠 전 금강산에서 열린 장관급회담 실무접촉에 다녀온 우리 측 대표단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예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지고 사뭇 공손한 태도였다고 한다. 또 이번 접촉을 계기로 남북간 대화퍼레이드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전망이다. 어제는 장성급회담이 열렸고, 12일부터는 장관급회담이 시작되며, 그 회담이 끝나자마자 8·15 민족통일행사 대표단이란 북쪽 사람들이 서울에 오게 돼 있다. 한 달 뒤엔 상암경기장과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을 구경하게 될 것
지해범/국제부 차장대우 hbjee@chosun.com 중국 옌지(延吉)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탈북자 이모(58)씨는 중국 경찰에 붙잡히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중국 공민증(公民證)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두만강을 처음 건넌 것은 3년 전. 옌지에 도착한 뒤 조선족 동포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 호구(戶口·호적)를 만들었다.이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약 400위안(元·한화 약 6만원). 이 돈을 알뜰히 모아 1년에 한두 번 평양으로 돌아간다. 중국 인민폐와 식량, 옷, 의약품 등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鄭且權백마부대 중대장이었던 고(故) 박우식 소령의 유해가 3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헬리콥터가 악천후 속에서 추락해 4명의 미군과 함께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월남전에서 전사한 군인의 유해가 하와이에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월남전 참전 이후 전사자의 유해가 발굴된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미군과 함께 전사했기에 하와이에 있는 미 육군 유해발굴센터의 노력에 의해 유해라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고인에게 미안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수치심을 느꼈다. 순간
북한이 최근 한·미·일을 상대로 펼치고 있는 대화 전략에는 그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내재돼 있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직결된 본질적 사안은 미·북대화에서 다루고, 남북관계와 일·북관계에서는 일련의 화해제스처를 통해 북한정권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 얻겠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것은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지난 1일 미국과의 대화에서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29 서해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은 정작 이 문제를 다루는 대화에서 배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방북(訪北) 추진」 문제는 갈수록 안개 속이다. 정말로 북한에 가는 것인지 아닌지, 그 목적과 배경은 실제 무엇이며, 간다면 무슨 자격으로 간다는 것인지, 모두가 불투명해 보인다. 당초 한나라당이 「도라산 프로젝트」라는 한 대표의 방북 시나리오를 폭로했을 때 한 대표는 『확정된 게 없다』면서 『성사가 된다 해도 (8·8 선거 후의) 복잡한 상황에서 내가 어디를 가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측은 정 의원의 폭로를 「소설」이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지난 2일에는『방북하고 안 하고는 한화갑이가 결정하는 것』
朴斗植/논설위원요즘 한·미(韓·美)관계는 뭔가가 잔뜩 틀어져 있다. 손발이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한·미 모두 아예 손발을 맞추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대북(對北) 공조만 해도 그렇다. 김대중(DJ) 정부는 임기 마지막을 장식할 북한 관련 ‘대박’을 터뜨리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거꾸로 부시 행정부는 햇볕정책의 조역을 맡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기말의 DJ 정부와 본격적인 대북공조를 펼치기보다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 등을 계기로 미·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31일 약 15분간 만나 미·북 대화 재개 원칙에 합의했다고 한다. 또 제임스 켈리 국무부차관보가 이르면 이달말쯤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작년 1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1년8개월여만에 어렵게 본격적인 미·북 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그러나 미·북 대화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미·북간에 산적한 한반도 안보 관련 현안들을 해결키 위한 길고 어려운 협상의 출발인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과 미사일, 재래식무기
로버트 아인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전(前) 국무부 차관보북한이 서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보낸 메시지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사과라고 간주하는 것이 충분한지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한국 내에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국은 그 문제에 너무 사로잡히기보다는 관심의 초점을 북한 메시지의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부분, 즉 “미래에 그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촉구한 대목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북한 김령성이 지난 25일 보낸 메시지는 진정한 사과였는가? 아니면 서해교전
정부는 어제 북한측에 남북대화 재개를 공식 제의했다. 북측이 지난 25일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모호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남북접촉을 제안한지 닷새만에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깨는 일의 주도권은 늘 북측에 있어왔고 이번에도 그같은 방식이 반복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가 남북대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그것은 김 대통령과 현 정부가 국민들에게 다짐했던 약속들이다.지난 4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6일 “북한이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사실상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해사태 발발 한달여 만에 북한이 보내온 전화통지문에 담긴 ‘우발적인 무력충돌’ ‘재발방지 공동노력’ 등의 부적절하고도 모호한 표현들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과로 보기는 어렵다.국회 1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조차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정부도 강경한 국민여론에 놀라 겉으로는 북한의 사과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김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이 사실상 사과했다”고 주장한 진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김 대
/이돈구(李敦求)·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동북아산림포럼 공동운영위원장광복 전 북한은 남한보다 더 좋은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산림 황폐화가 가속됐다. 북한은 10년 내에 150만 정보의 산림을 복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종자·묘목과 장비·기술·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북한의 훼손된 산림 복구는 식량과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나아가 북한의 산림이 울창한 나무로 녹화(綠化)됨으로써 통일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한반도 생태계가 보다 효율적
요즘 항간에는 “김대중(DJ) 대통령과 이 정권이 북한에 무슨 약점 잡힌 것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들이 돌아다닌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에 대해 사사건건 양보하고 기어들어가고 비위 맞추는 DJ의 행태들을 도저히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근거가 있어서 하는 말들은 아니겠지만 일반 사람들의 머리로는 북한문제에 관한 ‘대붕의 뜻’을 헤아릴 수 없기에 해볼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 대통령만큼 ‘대붕’은 아니지만 대북문제를 옆에서 관심있게 관찰해 온 사람들에게조차 이 정권의 대북 저자세, 대북 무체통은 납득하기
尹雄燮/한국공항공사 사장 대북 경수로 인력과 물자수송을 위한 양양국제공항과 북한 선덕공항 간 남북 직항공로 첫 시험비행이 지난 20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북한 직항공로시대의 개막은 남북 항공교류의 전초기지 확보라는 의미에서 지난 4월 2일 개항한 양양국제공항의 발전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이처럼 국제공항은 단순한 항공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역사회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인근의 지역상권 형성, 공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수단 확충, 고부가가치 물류수송의 촉진 등 공항과 연계된 여러 산업의 활성화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북한이 서해교전 사태와 관련해 우리 측에 보내온 ‘유감 표명’은 사과라고 보기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에서 서해교전을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이라고 규정하고, ‘북남 쌍방’이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북한의 기습적인 선제 군사공격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 해군당국의 조사로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북측은 ‘우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북한이 90년대 이후 사실상 붕괴상태였던 식량배급제를 지난 7월 1일부터 폐지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배급제는 평양시민과 일부 특권층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이제 북한당국이 그나마도 지탱할 여력을 상실하고 공식 포기를 주민들에게 선언하기에 이른 형국이다.배급제 포기로 모든 북한주민들은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들을 장마당(비공식 시장) 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 쌀의 경우 배급가격은 1㎏에 10전(북한 돈) 안팎으로 거의 무상이었으나, 장마당에서는 40~100원에 달한다. 물가 현실화에 따라 100원 정도이던 근로자들
/이두원연세대 교수·경제학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어 왔던 부분 중의 하나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무분별한 퍼주기라 비난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잠재적인 투자라고 옹호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6·29 서해교전 이후 더욱 증폭됐다. 이제 우리는 보다 냉철하게 각종 경협의 득실을 따져보고, 무엇을 지속하고 무엇을 중단해야 할지 그 기준을 마련해 보도록 하자.대북 경협은 그 형태와 목적에 따라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식량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인
朴庸玉/국방대 초빙교수·전 국방부 차관6·29 서해교전 사태는 우리 군(軍)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결코 한번 일어났다 지나간 과거사일 수가 없다. 서해의 물결은 다시 잔잔해졌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아직 분노와 자괴와 결의의 격랑이 맞부딪치고 있다.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치명적인 선제기습 공격을 받은 우리 고속정의 해군 장병들은 참으로 용감했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배가 침몰돼 가는 극한상황에서도 투철한 군인정신과 NLL(북방한계선) 사수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교전상황과 결과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자찬할 수
김대중 대통령의 15일 간담회는 아들 홍업·홍걸씨 구속과 북한의 서해도발, 장상 총리지명자를 둘러싼 잡음 등 최근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육성(肉聲)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런 대형 사건들이 터진 후 처음 마련된 자리였기에, 김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 가슴에 남은 상처와 상심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기회였다.그러나 이 같은 기대를 가진 것 자체가 허망하게 느껴질 만큼 이날 간담회에서 보인 김 대통령의 태도에는 진솔함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부족해 보였다. 오히려 김 대통령과 청와대측은 국민들이 듣고 싶
朴庸玉/국방대 초빙교수·전 국방부 차관6·29 서해교전 사태는 우리 군(軍)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결코 한번 일어났다 지나간 과거사일수가 없다. 서해의 물결은 다시 잔잔해졌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아직 분노와 자괴와 결의의 격랑이 맞부딪치고 있다.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치명적인 선제기습 공격을 받은 우리 고속정의 해군 장병들은 참으로 용감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배가 침몰되어가는 극한상황에서도 투철한 군인정신과 전투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들이 치른 희생을 값지게 하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 군의 몫이다. 무엇으로 이들의 희생을 값지게
류근일/주필 ‘DJ 치세(治世)’를 전체적으로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얼치기 시대’라는 말이 가장 맞을 것 같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얼치기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된 것’ ‘이것 저것이 조금씩 섞인 것’으로 풀이되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4년 5개월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투성이였다. 우선 ‘햇볕’도 대포알 한방으로 뒤통수를 맞았고, 안보도 ‘5명 사망 5명 사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집권측은 당초에 ‘튼튼한 안보와 지속적인 햇볕’을 호언장담했다. 양수겸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북쪽의 “돈은 받아챙기되, 대포 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