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권이 북한 김정일 정권과 검은 뒷거래를 해온 것이 사실이고 이제 그 실체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것인가. 현정부가 재작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화 4억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25일 국회에서 제기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의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주장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지원한 돈이 곧바로 현대아산으로 넘어가 북한으로 갔다는 것이고,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이 돈의 채무자가 현대가 아니라 사실은 정부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홍성필/북한인권시민연합 기획이사·법학박사·전 이화여대 교수중국 정부와 북한 당국의 강화된 통제에도 불구하고 탈북 동포들의 자유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 대사관에서 한국대사관으로, 외국공관 부설 학교에서 아예 중국 외교부로, 탈출로를 잃은 이들의 질주는 극한을 치닫고 있다.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외부인들의 관심은 이제 일본·미국·프랑스 등 서유럽을 넘어서서 과거 북한의 공산주의 형제 국가들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북한 인권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4900억원에 달하는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은 현 정권의 도덕성과 존립 근거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엄청난 의혹 제기에 대해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도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청와대는 납득하기 힘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거론된 인사들은 한결같이 “나는 잘 모른다”,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는 식의 책임회피성 말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권의 임기와 관계없이 반드시 그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는, 국기(國基)와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조사가 필요
로버트 두자릭/미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워싱턴 한·일 오찬그룹 회장냉전 체제가 무너지자 1990년에 일본의 원로 정치인 가네마루 신은 평양으로 날아갔다. 당시 한국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을 저해할까 우려해 그의 방북에 편치 않은 심기를 나타냈다.10년이 넘은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자본주의 세계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이 북한과 일본 사이의
북한이 파멸 상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침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띄우는 것인가. ‘북한 속의 홍콩’ 건설을 목표로 한 신의주특구의 첫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華僑) 사업가 양빈(楊斌)이 내정된 사실과 그가 밝힌 특구 운영 구상은 파격적이다.양빈의 구상대로라면 신의주는 완전한 ‘자본주의 도시국???탈바꿈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 가장 개방적인 특구가 들어서는 이같은 ‘반전(反轉)’에 담긴 의미와 예상 효과를 정확히 읽어내기는 어렵다. 이것이 북한체제의 본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체
'경기는 해봐야 알지만 마음 속으로 해내야 겠다는 각오는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심판 자격으로 방한한 리만섭(56) 북한 체조 대표팀 책임감독은 24일 남북한 남자대표들이 함께 훈련한 부산 사직체조체육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조선체육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리만섭 책임감독은 90년대 남자체조팀 감독을 맡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안마에서 금메달을 따낸 배길수를 길러내는 등 북한체조를 한단계 끌어올린 인물. 이날 90년대 한국남자대표 감독을 맡았던 조성동 협회 강화위원장과 반갑게 해후했던 리만섭 책임감독은 각종
오늘의 한반도는 북한문제 해법과 관련해 두 개의 상충하는 국제흐름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에서는 김대중 정부와 일본·러시아를 중심으로 ‘김정일 달래기’가 전개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북한을 ‘악의 축(軸)’으로 규정한 채 ‘김정일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가는 길’이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며칠 동안 이 같은 두 개 흐름은 서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정치선언’을 채택하고, 미국 등의 대북대화를 촉구했
북한이 발표한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은 앞으로 신의주를 북한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관련 법대로라면 신의주는 행정 입법 사법에서 거의 독립권을 갖는 ‘국가 속의 국??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북한으로서는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7월부터 실시한 ‘경제관리 개선조???최근 일련의 대남(對南) 유화 국면 조성, 그리고 일·북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대일(對日) ‘유화 자세’에 이어 이번 신의주특구 지정은 북한이 나름대로 일정한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폭과 깊이가 지금까지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음을
“북한에 줄 벙커C유로 200만명이 넘는 강원도 수재민들의 겨울나기부터 도와줘야 옳은 순서가 아닐까?(ID·brianyim)”정부가 벙커C유 등 일부 공급 과잉인 석유류를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기사보기)가 나오자 수백명의 네티즌들이 추석연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조선일보(www.chosun.com)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더러는 “형제가 어렵다면 과거사에 연연하지 말고 도와야 하지 않겠나”(jekim)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중동 위기로 하루가 다르게 국제 원유가가 들썩이고 있는 마당에 북한에 기름을 퍼주
래리 닉쉬/미국 의회조사국(CRS) 아시아 전문가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결과를 얻었다. 북한은 긍정적으로 보이는 몇가지 선언들을 했다. 그러나 그같은 다짐이 진지하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해묵은 조작 전술에 불과한지는 앞으로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오랜 대북 경험은 말해준다. 김정일은 부시 행정부와 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시했고, 그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고이즈미 총리에게 부탁했다. 북한이 진지한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시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온전한 삶’을 살 수가 없죠.”이영욱(70·변호사) 전 의원은 작년 2월에야 미국 MIT대 재학 중 지난 87년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다 납북된 장남 이재환(당시 25세)씨의 사망통지서를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아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두번이나 집을 옮겨야 했고, 15년이 흐른 지금도 불면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 전의원이다. “추석에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아들 이야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습니다.”해군에 복무하던 지난 70년 연평도 부근에서 납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공사의 착공식이 예정대로 열린 사실이 보여주듯 지금 남북관계는 순항 국면이다. 각종 회담과 행사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동력(動力)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북한이 경제실리를 추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일·북 회담의 결과도 마찬가지다.북한이 대내외 정책에서 경제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주목할 변화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지원과 협력을 요청할 때는 최소한의 명분과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남한을 그저 돈 뜯어가는 ‘봉’쯤으로 여기고 사사건
‘일본인 납치는 북한 특수기관들 사이의 망동주의와 영웅주의의 산물’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인으로 특징지워진 이번 북·일 정상회담은 우리를 향해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북·일간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양측 사이의 교류·협력이 본격화되는 상황에 대처할 전략적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회담을 계기로 북·일 수교가 현실의 문제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북·일 합의의 골자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사과하고, 이에 따라 양측은 수교 교섭을 재개하며, 또 일본은 대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일본총리에게 “대남(對南) 공작을 위해 일본인들을 납치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정작 남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미안한 기색마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참담한 자괴심을 안겨준다. 그의 이런 태도는 남한을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우습게 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하는 자성도 떨칠 수 없다.더욱 해괴한 것은 김정일이 남한을 목표로 한 범죄사실을 자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국가차원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지난 16일 발언은 여러가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발언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얼마나 단호하고 강경한지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일·북 정상회담과 최근 남북관계 진전 등 한반도 주변에서 진행되는 대화무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심은 초지일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쪽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한마디로 미국이 보는 북한문제의 핵심은 대량살상무기와 북한의 위협 제거인 것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17일 평양에 도착한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실무적이고 냉정한 태도다. 그의 말과 몸짓은 절제돼 있었고, 표정에서는 감정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처음 대면했을 때 한손으로 가벼운 악수만 건넸을 뿐이었고, 점심식사도 따로 했을 정도다.이같은 태도는 이번 평양행을 일·북 간 중요 현안에 대한 정상 간 담판의 기회로 삼을 뿐, 불필요한 정치행사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일본측 보도에 따르면, 이런 ‘냉정한 협상’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반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인지 모르겠다. 2년 전 평양에서 김정일과 얼굴을 맞대고 한 이야기를 정작 상대방은 “80%만 알아들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으니 말이다. 김정일은 “남조선말에는 영어단어가 너무 많이 섞여 있다”고 불평해, 김 대통령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게 영어 때문이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작년 7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밀착 수행했던 러시아 고위관리가 최근 펴낸 책에서 밝힌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황원탁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통역이 필요치 않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우리가 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혁명인지, 아니면 개혁인지를 생각하게 된다.한 좌파 지식인은 얼마 전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마지막 보루인 조선일보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냈다. “이승복에 대한 조선일보의 기사는 작문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린 판사는 일부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서해교전 때는 한반도의 분쟁은 남한이나 북한의 어느 한쪽이 아니라 제3자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어 온 통념과 양식에 대한 도전이
현 정부는 간첩을 못 잡는 것인가, 안 잡는 것인가. 그나마 적발된 간첩사건마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쉬쉬해 온 것은 또 무슨 이유인가.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은 아닌가.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간첩행위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사태다.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검거된 간첩은 모두 34명에 불과하다(한나라당 강창성 의원 공개 자료). 1년 평균 6~7명꼴이며, 그나마 갈수록 줄어들어 작년에는 5명, 올해엔 1명뿐이다. 김영삼 정부 때는 모두
북한이 금강산 관광비 지급을 한국 정부가 보증할 것을 요구하면서 관련 회담을 결렬시켜버린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구해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그나마 지금 금강산 관광사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관광경비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인데, 북한은 이것도 모자라 앞으로 현대가 지급해야 할 5억6000여만달러를 아예 한국 정부가 몽땅 책임지라는 것이다.북한의 이같은 억지는 현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의 사업이며, 따라서 정경(政經)분리와 시장경제 원칙을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