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핵(核)포기를 거부한 것은 적반하장의 도발이다. 이번 성명은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이 공개된 이후 나온 북한 정권의 첫 공식 반응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비밀 핵개발에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벌거벗고 뭘 가지고 협상하겠느냐”며 ‘선(先)핵포기 요구를 거부했다.결국 북한은 이번 성명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핵 흥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북한이 우
김정일 정권은 지금 세 가지 중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인민들에게 세끼 끼니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주체(主體) 논리의 공허함이다. 둘째는 김일성·김정일이 기대려 했던 ‘국제 지원역량’의 소멸이다. 그리고 셋째는 남한 내 우호적인 정권의 몰락추세다.경제파탄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른바 ‘신의주 특구’라는 것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남한도 감히 엄두조차 못 냈을 정도의 조차지(租借地) 할양(割讓)이라는 사실이다. 주체사상, 반(反)제국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아예 북한 대변인 역할을 하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엊그제 평양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이후 정 장관이 한 일은, “북한이 얼마나 핵 문제를 대화로 풀기를 원하는??하는 점을 설득하고 다닌 것이었다. 당사자인 북한은 요지부동인데 우리 통일부 장관이 왜 그토록 ‘북한의 대화의지’를 추측에 바탕해 선전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더 기가 막히는 것은 미국이 북한 관련 정보를 입맛대로 ‘요리’해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정 장관은 북한은 대화할 의지가 충분
김대중 대통령과 현 정권에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북한이 핵(核)을 개발하더라도 대북 지원과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보는가. 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보해야 할 쪽은 북한보다는 미국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남북 장관급회담의 공동발표문과 김 대통령이 대선 예비 후보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동발표문은 북한 핵에 대해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원론적인 한 마디를 언급하고 난 뒤 나머지는 대부분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착공 같은 경협
북한 핵(核)과 관련해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물을 것도 많고 들어야 할 것도 많다. 김 대통령이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고 나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고 난 뒤에도 북한에 현금지원을 계속하라고 했는지, 그리고 이제 북한에 대해 어떻게 할 작정인지, 국민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고 그 속에는 짙은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국민들의 의아심은 김 대통령이 22일 “안보와 화해 협력은 어느 하나도 포기해서는 안 될 지상과제”라고 천명한 데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내용도
어제로 8주년을 맞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94년 제네바 핵 합의는 현재 사실상 파기된 상태다. 지난 8년간 북한 핵문제는 물론 미·북관계를 규율해온 제네바 합의가 파산 상태에 이른 책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북한에 있다.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꾀해 온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사실상 합의의 틀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제네바 합의가 파기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직 한·미 정부는 물론 북한도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 제네바 합의 파기의 순서와 방법, 그리고 그 이
현대그룹 대북(對北)사업의 핵심인물인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지난 20일 비밀리에 입국한 이후 보이고 있는 처신은 한마디로 해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귀국을 미루다 27일 만에 돌아온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스파이 흉내를 내듯 한 비밀입국까지 감행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김 사장이 귀국한 이후 공식적인 입장표명 한마디 없이 잠행(潛行)을 거듭하고 있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현대그룹의 ‘4000억원 의혹’ 문제로 벌써 한달 가까이 온나라가 아우성인 사정을 뻔
북한 핵무기 문제를 다루는 현 정부의 자세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애써 사태를 축소 해석하려는 경향과 마치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는가 하면, 서둘러 경협(經協) 지속방침을 천명했다. 게다가 한·미 간에는 갈등양상을 보이면서, 북한이 강요하는 핵문제의 ‘민족공조’에는 단호한 거부 의사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놀라운 사실은 현 정부가 북한의 비밀 핵무기 개발추진 사실을 3년 전에 포착해 관련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으면서도 정작 우리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대비책 마련도 없이 태연히 북한지원에
북한의 비밀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금 김대중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남은 임기동안 국민이 현정부를 최소한이나마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출발은 대북 핵포기 압박을 높이고 있는 미국 주도의 국제공조와 기왕의 대북사업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대북 핵 국제공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김 대통령 스스로가 이제 남북관계에서 역사적 업적을 남기겠다는 집착과 망상(妄想)을 포기하고, 당장 현실로 닥친 북한 핵문제가 한반도 안보위기로 번지기 전에 해결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李東馥/명지대 초빙교수·15대 국회의원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을 통해 새로이 불거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그 자체가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계속하는 북한의 이중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켈리 특사의 이번 방북을 통해 그 이중성이 사실로 확인된 것일 뿐이다.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안이한 자세이다.1994년 10월의 미·북 제네바 합의의 대전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동결’한다는
17일 밝혀진 북한의 비밀 핵개발은 그동안의 북한 핵개발과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다. 90년대 초 핵개발은 명목상으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었다. 따라서 ‘핵의 평화적 이용이냐’ ‘핵무기 제조용이냐’는 논란이 있었으며,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98년에 불거진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도 ‘핵시설 의혹’이 제기되는 정도였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 목적으로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장비를 구입해, 이미 농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또 이번 핵개발은 북한이 문서로 “앞으로 핵개발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제네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고 스스로 실토한 데 대한 현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부가 과연 일관되고도 결연한 원칙을 갖추고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 그저 ‘핵 개발 불용(不容)’과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수사(修辭)만 들려올 뿐이다.현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최소한 보름 전, 켈리 미특사의 방북 전에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사실이 공개된 지금에는 당연히 정부의 준비된 상황인식과 대응책이 제시돼야 할 것인데도, 국민들은 외교부 차관보의
崔祐英/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북한에서 살아남은 5명의 일본 납북자들이 고국을 방문했다. 김일성 배지를 달고 나타난 이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 생각에 제대로 감회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숨겨진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 납북자 8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북한 발표와 마찬가지로, 이들 살아남은 사람들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 납북자가족들을 대표해 바쁘게 달려온 필자로서는 이들 일본 납북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이들은 조국의 국민들과 고이즈미 총리의 노력으로 ‘납북자
洪慶珠 “글쎄요. 남남북녀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네요. 저 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하며 전혀 때묻지 않은 남성미. 자연 그대로인 미남들 아닙니까. 참 북한 남자선수들 어쩜 저렇게 잘 생기고 늠름한지. 그 미모에 다시 한번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만일 이 같은 글이 신문·TV를 비롯한 모든 미디어에 한동안 거의 매일 반복된다고 상상해 보자. 외모에 대한 이러한 노골적인 관심에 우리는 곧 낯뜨거워질 것이다. 그럼 왜 북한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판에 박힌 듯한 칭찬들은 우리에게 이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일까. 실제로 그들이 도착하기
金基天돌이켜보면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증권시장에선 ‘다음에는 현대그룹’이라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대우 때와 판이하게 달랐다.당시 재경부와 금감위 고위 간부들은 “현대와 대우는 다르다”며 이구동성으로 현대를 비호했다. 대우와는 달리 현대는 ‘캐시 카우(cash cow)’, 즉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관리들의 주장이었다.2000년 3월 ‘왕자의 난’ 이후에도 정부의 ‘현대 짝사랑’은 변함없었다. 한 경제부처 장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에서는 도무지 ‘정상(正常)’을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그렇게 시종일관 ‘실수’와 ‘이상한 것’만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인가? 산은(産銀)은 과연 언제까지 ‘우연의 일??遮?궤변만 늘어놓고 있을 것인가? 이래도 ‘비(非)정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실을 호도하고 은폐하려는 속셈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서 받은 대출신청서류들을 일차 기록한 ‘문서접수대장’이 조작의혹을 받고 있다. 2000년 6~12월 접수한 차입신청서 8건이 모두 정식번호가 아닌 임시번호(가지번호)를 달아 행간
/김현호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1980년대 후반 소련제국의 몰락을 예견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저서 ‘대실패’에서 “공산주의는 비록 그 명칭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대내적으로 공산주의 본질을 일탈한 곳에서나 번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통찰은 요즘의 북한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경제관리 개선조???한마디로 중앙정부의 계획과 통제에 의한 명령식 경제를, 가격과 시장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황해도에서 새로 발견된 고분벽화의 고구려 여인을 보고 누구나 그 생동감과 아름다움에 놀랐을 것이다. 고분벽화의 많은 고구려 여인상이나 일본에서 발견된 다카마쓰(高松)고분의 고구려 여인들처럼 얼굴이 둥글고 이마가 넓으며 하반부가 풍만하여 후덕해 보인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곧 하반부가 갸름한 약소미가 아니라 널리 포용하는 심신의 건강미를 추구했음을 미루어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점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전 벽화 속의 고구려 여인들은 눈썹이 성글고, 눈이 가늘고 작으며, 코도 작고 입도 코폭을 넘지 않을 만큼 작았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 시중의 만담(漫談)거리로 전락해버린 군(軍)의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대한민국 국군이 창군(創軍) 이래 이토록 지리멸렬해버린 적이 또 있었던가. 5679부대장 한철용 소장의 폭로로 발화된 「6·29 서해도발 정보보고 묵살」 파문은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뒤죽박죽이 돼가고 있다. 북한군 동향 보고를 국방장관이 삭제·묵살했다고 주장했던 당사자가 그 자신도 도발징후 정보를 누락시킨 「이상 무(無)」 보고서를 두 번씩이나 올린 사실이 드러나, 그 이유와 경위 여하 간에 이쪽저쪽 모두 우스꽝스러운
李淳子21세기 현재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가 존재하고, 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종족이 살고 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같은 민족이 갈라져 다른 나라를 세우고 살기도 하고, 여러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기도 한다. 바람직한 일이건 아니건 현대사회의 국가란 민족집단과는 별개의 인공적인 사회 인프라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또 정권이란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 기본적인 틀 안에서 시대 상황적 우선순위에 따라 국민들이 선택해서 갈아입을 수 있는 옷 같은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남한과 북한은 엄연히 독립된 두 개의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