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78명이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해상 탈출하려다 대부분 중국 당국에 체포당한 사건은 내연(內燃)하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어떤 일까지 벌어질 것인지를 시사하는 중요한 사태전개라고 할 수 있다.이번 사건은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행 시도 방식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대담해지면서 동시에 국제적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0여명이 한꺼번에 해상탈출을 시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미국·일본·유럽·한국의 여러 인권단체들이 ‘공동 작전’을 펼친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이 예고하듯
감사원의 대북(對北) 4000억원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감사(監査) 결과는, 결국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선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새삼 입증하고 있다. 이번 감사로 의혹이 규명되기는커녕 오히려 궁금증만 더 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일단 감사원이 확인한 사실 중 눈에 띄는 것은, 문제의 4000억원 중 2240억원 가량의 거액이 국내에서 사용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에서 이 돈을 대출받은 현대상선측은 줄곧 ‘운영자금’이라고 밝혀왔다. 만약 정상적인 기업 운영자금이라면 수표의 사
노무현 당선자는 엊그제 TV토론에서 “(한·미) 작전지휘권과 상호방위조약, 주둔군지위협정(소파) 등에 문제를 제기할 만한 많은 문제가 있다”며 “5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관계를 어떤 방향으로든 크게 수술하겠다는 중대한 발언인 셈이다.비록 북한위협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국민들이 평화에 대한 안정감을 가질 때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적잖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우선 한·미관계를 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내정자가 15일 대북 4000억원 비밀 지원 의혹과 관련해 “현 정부가 털고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집권측의 정치적 속사정은 별개로 하더라도 ‘털고 가야 하는 것’ 자체는 이제 불가피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현 정권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4000억원을 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은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검찰, 감사원 등 관련 국가기관 모두가 조사를 미루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가운데 당사자인 정몽헌(鄭夢憲)씨는 남의 얘기하듯 명
金明燮/한신대 교수·국제정치학16대 대통령 선거 이후 한 쪽에서는 파워이동이 부산하고, 다른 쪽에서는 설익은 신주류선언이 요란하다. 한국의 보수는 왜 패배했는가? 세대교체·인터넷 열풍·내분·신지역주의·병역문제 등이 회자되고 있지만 미흡하다. 보다 큰 틀을 보자.첫째, 밖을 보면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 냉전시대의 미국은 ‘초대받은 제국’이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일방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반미(反美) 정권의 출현을 부추겼다. 미국 중심적 세계화가 20대80의 구도를 빚어내면 낼수록 가진 것 없는 80은 뭉칠
金聖翰/외교안보연구원 교수뚜껑을 열 때마다 새로운 인형이 나타나는 러시아의 ‘마트로시카’ 목각인형처럼, 북한은 작년 12월 핵동결 해제를 선언한 이후 폐연료봉 봉인 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 등 단계적 조치를 단행해 오다, 올해 1월 10일 마침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음번에 등장할 ‘인형’은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일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북한의 NPT 탈퇴 성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 단계에서’ 핵활동은 오직 ‘평화적 목적’에 국한된다는 점,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북핵 위기가 계속된다면 올해 수출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인가?”“반미(反美)감정 확산에 따른 외국인 직접 투자(FDI) 감소 대응책은 무엇인가?”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 산자부 간부 공무원 4명과 블룸버그·로이터·다우존스 등 외국 경제전문 통신사 소속 기자들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두 시간여 동안 봇물처럼 터져나온 질문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국 기자들은 하나같이 “북핵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세계경제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한국의 경제환경이 최악의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외교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부적절한 입씨름이 계속돼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어제 한나라당 북핵 방미조사단 발표를 비판하면서 언론이 그런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도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지난 13일 한나라당 방미조사단은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미간의 이상기류를 포착했다는 나름의 소감을 발표했다. 노 당선자측은 이같은 발표에 대해 ‘당리당략에 따라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노 당선자측이 이런 유감을
노무현 당선자가 어제 미국 특사 일행을 만나 북핵(北核) 문제와 한·미관계에 대한 본인의 입장과 구상을 밝혔다. 노 당선자와 미국 정부내 한반도 문제 정책결정자들 사이의 첫 만남인 셈이다.노 당선자는 미국 특사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3대원칙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엔 북핵 문제를 보는 노 당선자의 관점은 들어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찔할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북핵 위기의 속도를 감안할 때 노 당선자는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북핵 위기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복안(腹案)을
북한이 엊그제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재개까지 시사한 것은, 결국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볼모로 삼은 ‘대형 벼랑끝 핵게임’의 시작을 뜻한다. 이로써 북한은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받아내기 전까지는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입증하듯 북한 관영언론들은 연일 내부 결전(決戰) 태세를 다짐하고 있다.지금 추세라면 결국 ‘북한 대(對) 국제사회’간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직접적 피해자인 우리의 대응이다.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외국인 투자
북한이 어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은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일주일여 동안 한·미·일 3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가 어렵게 만들어놓은 ‘외교를 통한 북핵(北核)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조롱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기 때문이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북한 정권은 상대편이 ‘약세(弱勢)를 보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은 현재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간 의견 차이를, NPT 탈퇴라는 초강수를 쓰면서 파고
尹平重이번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다채로운 독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자칭 보수주의가 전무후무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위기 상황은 자초한 것이다. 보수를 자임하는 정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경제는 여전히 대기업 집단에 의해 좌우되며, 보수지를 자처하는 신문들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하는 현 상황에서 과연 보수주의의 위기를 운위할 수 있는가? 표면적으로는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적 지표는 한국 보
지금 한·미관계는 50년 동맹관계사(史)에서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서로간의 오해와 불신이 끝없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급기야 한·미관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내 ‘반한(反韓) 내지는 혐한(嫌韓) 현상’이다. 거의 매일 북핵(北核)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는 미국 언론들은 동시에 한국내 반미(反美)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에는 반미 분위기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며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의 갈등을 기정사실화 하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미국이 극히 제한적 성격이긴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용의를 표명함으로써 꽉 막혀 있던 북한핵(核) 위기 국면에 작지만 의미있는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조건 없이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확실한 방법으로 포기한 후라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으나, 이번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에 관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개발 포기에 앞서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천명하면, 그 구체적 방법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
리언 라포트 주한 유엔군사령관은 엊그제 발표한 논평에서 “북한이 정전협정 자체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간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안보문제를 해칠 수 있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주한 유엔사측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고, ‘정전체제’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이다.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탱해온 것이 ‘정전체제’인데 라포트 사령관의 논평에는 마치 그 축이 흔들리는 듯한 경고가 들어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북핵(北核) 위기와 정권 교체기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처럼 우리의 안보를
노무현 당선자의 첫 시험대는 북핵(北核)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1994년에 이미 한 번 출제됐던 문제다. 그렇긴 해도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크게 변했다. 문제가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직접적 계기는 미군의 무한궤도차량에 치인 두 여중생의 참변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을 전투경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벌써 눈에 익어 버렸다. 한국 방위를 위해 이 땅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한국경찰이 방위하는 진풍경도 이미 낯설지가 않다.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핵과 한·미관계라는 생소한 안보 이슈에 대한 설
金玄浩/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졌겠지만, 특히 자신의 대북정책이 단명(短命)으로 끝나지 않고 차기 정부로 이어지게 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됐을 것이다. 남북문제야말로 김 대통령 스스로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왔고 노벨평화상까지 안겨준 만큼 자신의 대북정책 철학과 원칙이 생명력을 유지해 역사 속에서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 대통령이 진실로 자신의 대북정책이 차기 정부로 온전히 이어져 역사적 성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등장 이후 미국 내에서 한·미관계를 걱정하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감안할 때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런 우려들은 대개의 경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확대재생산 되기 일쑤이고, 자칫하면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미국 내 분위기는 우선 노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난 연말 미국 유력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노 당선자의 얼굴 커리커처를 잘못 실은 데 이어, 어제 LA타임스는 노 당선자를 북한 대통령으로 오기
金昌基/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론조사 결과,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북한이 핵무기 가지면 어떠냐’는 생각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보인다. 하나는 핵무기를 강대국의 상징으로 여기고, 우리 남한은 못가질지언정 북한이라도 그렇게 해서 강대국 반열에 낀다면 기분 나쁠 것 없지 않느냐는 소박한 견해다. 이런 생각은 핵무기의 군사적·전략적 위협에 관한 인식이 낮고 오히려 막연한 동경(憧憬)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
1월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새해 문을 열자마자 한 펀드 매니저를 만나 보았다.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 감정과 새 대통령 당선 이후 불거진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이 궁금해서였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안해서 한국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방 전쟁이 나지는 않겠지만, 북핵 문제와 반미 감정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한국은 자칫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어느 외국인 투자가가 핵 위협이 존재하는 한반도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아마 한반도의 현재 상황에 가장 쾌재를 부르는 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