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두자릭/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의 노무현 16대 대통령이 25일 취임했다. 노 대통령의 새 한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대북 접근에 관한 견해차 때문에 썩 좋지는 못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첫째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한 지지를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한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져온 미국인들조차도 상당수가, 지난해 미군 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의 비극적 죽음 이후 한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시민 시위가 반드시 반미적인 것은
金奎/국방대 초빙교수·예비역 공군소장 한국의 정치세력을 양분한 듯한 진보와 보수 논쟁에서 진보주의는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을 급진적으로 개혁하려는 성향’으로, 보수주의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불합리한 부분은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성향’으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개념하에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을 ‘사회주의 성향을 가진 급진적 변혁세력으로 일부는 반체제적 혹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을 ‘가식적 자유와 민주를 내세우고, 냉전구조를 이용해 기득권이나 유지하고
반국가단체의 핵심인물로 9년간이나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아온 사람이 버젓이 집권당의 대통령선거 대책위원회 간부로 활동한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으로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국가 핵심부의 인적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공안당국의 기능이 무기력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참으로 어이없고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문제의 인물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판명된 ‘구국전위’의 선전이론책으로 94년 이후 지명수배를 받아 온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가 민주당과 인수위에 들어갈 때 간단한 신원조회 한번 거
특별검사의 몫으로 돌아간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관한 수사의 기본은 어떠한 유보나 제한도 없이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특별검사가 「진실이 곧 국익(國益)」이란 자세로 의혹 속의 대북송금 전모를 낱낱이 밝혀낸 후에만, 이 사실에 대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 판단의 기준도 세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특검의 성역없는 수사가 지금까지 권력의 편의적 국익 판단에 의해 왜곡되어왔던 대북관계를 뒤늦게나마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여권 일각에서는 은밀한 부분들을 까발리는 게 현대를 파산 상태로 몰아넣고
우리 사회의 각계 원로 인사들이 엊그제 시국선언을 통해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미군철수 반대와 한·미 동맹의 굳건한 유지,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그 구체적 실천으로 오는 3·1절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국민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국정(國政)과 사회활동에서 오랜 경륜을 쌓아 온 원로들의 시국선언에는 국가의 안보와 나라의 앞날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담겨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를 놓고 반미(反美)적 성향의 일방적 흐름만이 부각돼 왔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취임사에서 밝힌 대북·대미 정책의 기조(基調)는 일단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평화번영 정책’이라고 명명한 대북정책에서 대내외적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나, 북한의 핵개발을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대해 ‘핵 보유’와 ‘체제안전 및 경제지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촉구한 것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그리고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한 부분도 노 대통령의 취임사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적절한 내용이었다.이제 중요한 것은 취임사에서 천명한 이런 기조들을
빅터 차/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내일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노무현 당선자가 2008년 퇴임할 때까지 고민하게 될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이 될 것이다. 역사적인 독특한 징후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한미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한 미 지상군은 북한 침략을 방어하고 이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체적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주한미군 같은 맞춤형 전력의 필요성은 감소됐다. 동시에 한국군은 50년 전과는 달리 강하고 능력있는 존재로 성장했
대북 거액 뒷돈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과 고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야는 하등 대치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의 국회 관례와 국회법 절차에 따라 두 사안을 처리하면 그만인 것이다.지금 야당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보다 특검법안을 먼저 표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이 특검법안 표결을 물리력으로 막을 경우, 그 다음 총리 임명동의안도 제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란 경고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는 관례상 두 개 이상의 안건이 있을 경우 인사(人事) 안건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솔직한 입장과 구상을 밝힐 때가 됐다. 엊그제 한 세미나에서 리온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새 정부 등장으로 한·미동맹을 변화시킬 기회가 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류의 발언이 미국측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시대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강화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핵심은 방향의 문제다. 한·미 양측 모두 겉으로는 ‘발전적 재조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을
새 정부의 첫 내각을 짜는 마무리 과정에서 노무현 당선자는 무엇보다 통일외교안보팀과 경제팀의 인선에 각별히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 두 분야가 국정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비중을 감안해서만이 아니라 그동안 정권인수 과정에서 노 당선자와 그의 팀이 특히 이 분야에서 국민들에게 적잖은 불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새 정부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이 두 분야의 각료 인선에서는 이른바 ‘개혁적 사고’나 노 당선자와의 ‘코드’ 일치 여부보다는 검증된 능력과 안정감을 더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더구나 청와대 비서실이 이미 ‘이념
安秉稷/서울대 교수·서양사학지난 세기 분단의 비극과 통일의 기쁨을 모두 경험한 독일의 사례는 한국의 통일문제나 대북 정책의 논의에서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된다. 특히 1960년대 말 빌리 브란트 총리의 집권 이후 동독에 대해 화해와 협력노선을 견지한 서독의 대 동독정책은 지난 5년 간 우리 정부가 추진한 대북 정책의 모델이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3월 대북 경제 지원의 뜻을 밝히는 외교무대로서 베를린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동안 ‘햇볕정책’으로 일컬었던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새로운 ‘동방정책’
“경영실적이나 투자계획에는 관심이 없고 투자자들이 온통 북핵(北核)과 주한 미군철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보는데 정말 갑갑하더군요.” 최근 투자설명회(IR)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는 “해외 IR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 경우는 당혹스럽다 못해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설명회에선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정책 방향이나 SK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 같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속출했다고 한다. 그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는 했지만 외국에서 지금 한국을 저렇게 불안하게 바라보
金大植/서울대 교수·물리학우선 기성 세대에 간신히 입성한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미국 CBS방송의 ‘60분(munites)’프로 내용과 관계없이, 한국인의 절대 다수는 미군의 주둔을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위원장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군의 주둔 여부와 관계없이, SOFA(한미행정협정)의 개정과 무관하게 그를 추종하는 군대와 싸울 것입니다.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대부분이 젊은 세대입니다. 우리는 젊은 세대 일부에게 생각하는 방법, 스스로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방법, 진정한 유머 감각을 전
노무현 당선자는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전쟁을 막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의견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그 이유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면서 미국과 다른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모순된다”고 말했다.그러나 미국과 입장이 같으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당선자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강행할 경우에 대비한 대북(對北)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한 적은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가 이를
李根植/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3일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미국과 다를 것은 달라야 하고, 북한과의 전쟁 위기를 막아야 하며, 전쟁으로 다 죽는 것보다는 어려운 게 나으므로 경제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굳은 결심을 해야 하며, 북한에 더 퍼주더라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기도사건과 푸에블로호사건, 1976년의 판문점 도끼사건, 1993년의 핵 위기 등 지금까지 6·25 이후에도 여러 번 위기가 있었던 탓에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만성이 되어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 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사안 자체의 중대성보다는 그 이례성(異例性)에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강한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새 정부 출범이 임박한 시점인 데다, 국내 3위의 대기업 집단에 대해 검찰이 전례없이 신속하고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게 한다.검찰이 밝히고 있는 SK그룹의 혐의는 크게 두가지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자기 소유의 워커힐 호텔 지분을 적정가보다 높게 계열사에 매각했다는 것, SK증권의 해외
랄프 코사/ 미국 CSIS 태평양 포럼(하와이) 회장 북한 핵 위기와 관련해 오는 25일 취임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하게 될 첫 공식 언급을 세계는 대단히 주의깊게 들을 것이다. 그의 말은 향후 수년간 전개될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의 기조를 설정할 것이다.노무현 차기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평양과 워싱턴에 대해 분명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현 대치 국면에서 남북이 함께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 대해 선제공격 위협까지 했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한국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생일(16일)을 전후한 15~17일은 북한의 공식 경축 공휴일이다. 축하 분위기는 홍콩에서도 느껴졌다.공휴일 직전인 지난 14일 저녁. 홍콩외신기자클럽(FCC)에서 북한 총영사관 주최 ‘61회 생일 기념’ 리셉션이 거행됐다. 행사 장소가 예년처럼 총영사관이 아니고 주목도 높은 외신기자클럽이어서 그 배경이 궁금증을 낳았다. 언론인보다는 공직자·기업인들을 주로 초청했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초청자들도 예상외였다. 홍콩 서열 3위 앤서니 렁(梁錦松) 재정사장 등 고위공직자, 마카오 재벌 스탠리
2000년 6월, 2억달러 대북 송금 당시 외환은행장이던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은 요즘 사무실을 자주 비운다. 당시 은행에서 이뤄진 2억달러의 환전·송금 과정을 묻는 기자들을 피하려 아예 출근을 하지 않는 때도 있다.하지만 그가 모든 사안에 함구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국정원과 송금에 협의·협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답변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다. 2억달러의 송금 과정에 대해서만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이런 행태는 대부분 임직원들이 마찬가지다. 캥기는 것이 있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은행측 주
대북 5억달러 뒷거래와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과 현대측 정몽헌씨가 입장을 밝히자 여권이 일제히 ‘정치적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에 짜맞춘 듯한 두 사람의 발표는 의혹만을 부풀렸으며, 이를 계기로 한 ‘정치적 해결’이란 것도 가당치 않은 국민기만일 뿐이다. 남북관계, 국내정치, 시장경제를 위해서도 지난 5년간 남북 정권과 현대의 삼각관계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여권은 5억달러 뒷돈이 마치 평화의 대가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