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玄浩 논설위원hhkim@chosun.com3·1절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갓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남북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겪게 될 시련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깊이 성찰해내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 대북정책의 초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우선 정부는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뒤덮은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보아야 한다. 시민들은 북한 핵과 김정일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고, 우
정권이 바뀐 지 불과 며칠 만에 검찰이 김성호(金成豪) 전 복지부장관의 수뢰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이러고서도 검찰이 「권력층 수사」를 정권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엄정히 수사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의심케 하고 있다.검찰은 “김홍업(金弘業)씨에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흔적이 포착됐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9개월여간 수사를 일부러 늦춰온 셈이 된다. 검찰의 해명으로는 “계좌를 따라가며 추적하다 보니 늦어졌다”는 것인데, 계좌추적 전문가들이
3·1절 민족대회에 참석한 북한의 ‘종교인’들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 “민족공조, 외세배격” 운운의 정치 선전을 하다 신도들의 항의를 받은 것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되 대화 상대방의 실상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경종이 됐다.어느샌가 우리 사회에선 마치 북한에 진실된 종교와 종교인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들이 퍼지고 있다. 북한은 마르크스의 교리에 따라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다 1990년대 들어 대외·대남 활동에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종교시설’을 짓고 ‘종교인’을 양성했다. 결국 북한 정권이 양성한
李 康 媛/시인84번째 맞는 3·1절. 어느 해인들 독립을 위해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그 의미를 되새기지 않고 넘어갔을까. 그러나 이번 3월 1일은 역사적 의미를 되새김질하고 넘어가기엔 우리의 발등에서 타고 있는 시급히 꺼야 할 ‘분열의 불똥’이 너무 크게 느껴진 하루였다. 이념과 세대 그리고 계층의 차이는 그 모습에서, 부르짖는 목소리에서 너무 확연하게 보여져 “이걸 어쩌나!” 하는 탄식이 소름처럼 돋았다. 왜 며칠 전 사회각계 원로 188명이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모임을 가졌는지 그 의미도 새삼스러웠다. 1일 정오, 서
◇'3·1민족대회'에 참석한 북측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중앙위 서기장(오른쪽)이 2일 서울 소망교회 주일예배에서 곽선희 목사로부터 성경을 선물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 종교 행사의 하나로 북한의 개신교 대표단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일 2부 예배가 시작됐다. 기도와 설교, 헌금 등이 끝나고 곽선희 담임목사가 북한 대표단을 소개했다. 북한 여성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이어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서기장이 단상에 섰다.오 서기장의 인사말을 듣던 교인들은 “우리
지난 1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광장. 각계 각층 인사와 종교·시민단체가 참여한 ‘반전반김(정일) 3·1절 국민대회’에서는 대형 태극기가 유엔기·성조기와 함께 휘날렸다. 무대 앞에서 뒤쪽 대열까지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덮어 이동시키는 ‘월드컵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한·미 우호’를 다짐했다.5시간 뒤 서울 탑골공원. ‘여중생 추모 범대위’ 등이 주최한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 대행진’에서도 참가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이들이 흔든 태극기에는 ‘SOFA 개정’
북핵 위기가 빠른 속도로 몰려오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한반도는 북한과 국제사회가 본격 충돌하는 재앙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위험신호가 계속 켜지고 있다.지난 주말 국내에 타전된 외신 보도들은 북한이 핵 재처리 시설 가동을 준비 중이고, 미국은 이에 맞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공습은 물론 필요한 경우 전술핵무기까지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도 북핵 관련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그만큼 북핵 문제가 위기로 빠르게 치닫고 있는 셈이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李炳浩/전 안기부 차장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중대한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그것은 안보적 재앙도 우리의 안보 불감증과 방심에 의해 갑작스러운 인재(人災)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함으로 그의 취임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노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보다 시급하고도 무거운 책무는 우리의 안보체제의 철저한 재진단을 통해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 뒷돈 의혹’ 특별검사제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특검법 통과는 법 절차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하자가 없었다. 민주당이 특검법 표결 때 퇴장했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퇴장은 상대방의 표결 처리를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의사표시로 이용되어 왔다. 이렇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 ‘하자’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다면 거부권은 수도 없이 행사돼야 할 것이다. 지난
3·1절을 맞아 서울에서 열리는 반북(反北)과 반미(反美) 성격의 두 상반된 집회는 지금 우리가 처한 안보위기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압축해서 보여주게 될 것이다. 보수성향의 단체들과 교회가 중심이 돼 개최하는 ‘국민대회’가 북한 핵과 김정일 그리고 우리 내부의 ‘친북 반미’ 성향을 규탄하는 반면, ‘여중생 사건 범대위’가 주최하는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대회’는 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념적으로 상반된 성격의 대중집회가 서울서 같은 날 열리는 이런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징표라는 견
로버트 두자릭/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의 노무현 16대 대통령이 25일 취임했다. 노 대통령의 새 한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대북 접근에 관한 견해차 때문에 썩 좋지는 못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첫째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한 지지를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한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져온 미국인들조차도 상당수가, 지난해 미군 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의 비극적 죽음 이후 한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시민 시위가 반드시 반미적인 것은
金奎/국방대 초빙교수·예비역 공군소장 한국의 정치세력을 양분한 듯한 진보와 보수 논쟁에서 진보주의는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을 급진적으로 개혁하려는 성향’으로, 보수주의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불합리한 부분은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성향’으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개념하에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을 ‘사회주의 성향을 가진 급진적 변혁세력으로 일부는 반체제적 혹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을 ‘가식적 자유와 민주를 내세우고, 냉전구조를 이용해 기득권이나 유지하고
반국가단체의 핵심인물로 9년간이나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아온 사람이 버젓이 집권당의 대통령선거 대책위원회 간부로 활동한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으로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국가 핵심부의 인적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공안당국의 기능이 무기력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참으로 어이없고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문제의 인물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판명된 ‘구국전위’의 선전이론책으로 94년 이후 지명수배를 받아 온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가 민주당과 인수위에 들어갈 때 간단한 신원조회 한번 거
특별검사의 몫으로 돌아간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관한 수사의 기본은 어떠한 유보나 제한도 없이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특별검사가 「진실이 곧 국익(國益)」이란 자세로 의혹 속의 대북송금 전모를 낱낱이 밝혀낸 후에만, 이 사실에 대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 판단의 기준도 세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특검의 성역없는 수사가 지금까지 권력의 편의적 국익 판단에 의해 왜곡되어왔던 대북관계를 뒤늦게나마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여권 일각에서는 은밀한 부분들을 까발리는 게 현대를 파산 상태로 몰아넣고
우리 사회의 각계 원로 인사들이 엊그제 시국선언을 통해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미군철수 반대와 한·미 동맹의 굳건한 유지,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그 구체적 실천으로 오는 3·1절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국민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국정(國政)과 사회활동에서 오랜 경륜을 쌓아 온 원로들의 시국선언에는 국가의 안보와 나라의 앞날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담겨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를 놓고 반미(反美)적 성향의 일방적 흐름만이 부각돼 왔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취임사에서 밝힌 대북·대미 정책의 기조(基調)는 일단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평화번영 정책’이라고 명명한 대북정책에서 대내외적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나, 북한의 핵개발을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대해 ‘핵 보유’와 ‘체제안전 및 경제지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촉구한 것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그리고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한 부분도 노 대통령의 취임사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적절한 내용이었다.이제 중요한 것은 취임사에서 천명한 이런 기조들을
빅터 차/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내일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노무현 당선자가 2008년 퇴임할 때까지 고민하게 될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이 될 것이다. 역사적인 독특한 징후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한미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한 미 지상군은 북한 침략을 방어하고 이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체적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주한미군 같은 맞춤형 전력의 필요성은 감소됐다. 동시에 한국군은 50년 전과는 달리 강하고 능력있는 존재로 성장했
대북 거액 뒷돈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과 고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야는 하등 대치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의 국회 관례와 국회법 절차에 따라 두 사안을 처리하면 그만인 것이다.지금 야당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보다 특검법안을 먼저 표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이 특검법안 표결을 물리력으로 막을 경우, 그 다음 총리 임명동의안도 제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란 경고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는 관례상 두 개 이상의 안건이 있을 경우 인사(人事) 안건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솔직한 입장과 구상을 밝힐 때가 됐다. 엊그제 한 세미나에서 리온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새 정부 등장으로 한·미동맹을 변화시킬 기회가 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류의 발언이 미국측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시대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강화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핵심은 방향의 문제다. 한·미 양측 모두 겉으로는 ‘발전적 재조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