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수병, 내일 새벽까지 근무라서 피곤할 텐데 내가 몇 시간 대신 서줄 테니 눈 좀 붙여라." 신 하사는 함정 뱃머리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정 병장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정 병장은 선임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내무반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0여분 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1200t급 초계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 내무반이 있는 후미 쪽은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다. 신 하사는 죽음을 면했지만 정 병장은 돌아오지 못했다.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 두 장병은 그렇게 생사(生死)가 갈렸다.▶이후 신 하사도 사는 게
피우진 보훈처장이 '일제 때 의열단장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배제한다'는 역대 정부의 원칙을 뒤집으려는 것이다. 김원봉은 항일 운동을 했지만 월북해 북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부위원장 등을 지낸 북한 정권 핵심이었다. 피 처장은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북한
김연철 통일장관 후보자가 과거의 일방적 북한 편향 주장을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손바닥처럼 뒤집었다. '우발적 사건'이라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천안함은 북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통과 의례'라더니 이날은 "북 책임"이라고 했다. 2012년 강연에선 "금강산 사건 발생 뒤 시일이 흘러 진상 조사는 의미가 크지 않다. 관광 재개 추진이 현실적"이라고 했으나 청문회장에선 "(북측) 사과와 재발 방지가
북한 김씨 3대 왕조 체제에 대한 조직적 내부 반발 가운데 알려진 가장 극적 버전은 1995년 '6군단 쿠데타 미수 사건'이다. 함북 청진에 주둔하던 6군단에서 쿠데타를 준비하다 발각돼 군관 등 300명이 처형됐다는 것이다. '평양 공격 계획을 세웠다' '김정일이 관할 지역 온천을 찾았을 때 제거하려 했다' '한국군과 손잡고 함북을 내주려 했다' 등의 거사 계획이 떠돌았다.▶하지만 사전 발각돼 연루자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손발이 묶인 채 군용 트럭 짐칸에 매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 트위터에서 "재무부가 오늘 발표한 대규모 추가 제재에 대해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를 통보한 지 17여 시간 만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철회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전날 미 재무부가 발표한 중국 해운사 2곳 등의 제재일 수도 있지만 미 언론들은 "이번 주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던 대규모 다른 제재"라고 보도했다. 내용이 무엇이든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추가 제재 철회' 메시지는 하노이 2차 미·북 회담 결렬 이후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던 미 행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들을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22일 기념식엔 작년처럼 총리가 참석한다고 한다. 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 3대 서해 도발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고 안보 결의를 다지기 위해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북한 도발로 목숨을 잃은 장병만 55명에 이른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군(軍) 통수권자라면 모든 일정과 다른 행사를 뒤로하고 최우선으로 참석해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7일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미국의 대북 '빅딜' 추진과 관련해 "미국은 '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충분히 괜찮은 합의'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완전한 핵 폐기'를, 북한은 영변 고철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했다. 청와대는 이 중 북한 입장에 더 가깝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 이 관계자도 하노이 회담에서 여러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세계에서 이런 평가를 하는
아세안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6일 밤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공식 일정 없이 참모들의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의 6박 7일간 외교로 국익에 보탬을 준 소식은 거의 없었던 반면, 국내에선 대통령이 만들어 놓고 떠나버렸던 현안들이 계속 악화됐다.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이 출국 직전 발표하고 떠난 개각의 장관 후보자들을 정리하는 문제다. 집값 안정을 앞세워 "두 채 이상 가졌으면 파시라"고 해 온 정부가 이번에 지명한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4명이 다주택자였다. 더구나 주택 정책을 총괄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재테크
'지난달 27일 베트남에서 열린 미북(美北)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자 먹을 음식이 담긴 접시를 받지 않고 식탁에 음식을 놓은 뒤 나눠서 덜어 먹었다면 더 긍정적인 협상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보도 내용이다. 당시 메뉴는 새우 칵테일 전채에 배속 김치를 곁들인 채끝 구이 요리로, 각자 접시에 나눠서 서빙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사에서 미국 코넬대의 케이틀린 울리 교수와 시카고대의 아엘렛 피시바흐 교수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심리
미 국무부가 13일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민과 탈북 단체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면서 탈북민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북에 대한 비난을 줄이라는 직·간접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 사례로 탈북민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끊고, 재정·운영 정보를 내놓으라 하고, 대북 전단 보내기를 차단한 사실 등을 적시했다. "한국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탈북민들에게 북 비판을 삼가라는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탈북민들이 정부 대북 정책에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중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과 그에 담긴 생각이 매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한 강연에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사건이 발생한 뒤 시일이 흘러 진상 조사는 의미가 크지 않다. 관광 재개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관광 간 국민이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이런 살인 사건도 4년이 지나면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상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김 후보자가 인터넷에 쏟아부은 막말은 정치·정책 성향을 떠나 기본적인 인성(人性)을 의심케 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말레이시아가 11일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을 화학무기 VX로 암살한 인도네시아 여성을 갑자기 석방했다. 검찰이 살인 혐의 기소를 취하했다는 것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베트남 여성도 곧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암살자'로 지목한 북한인 리지현·홍송학·리재남·오종길 등 4명은 범행 직후 북으로 달아났다. 북이 2017년 2월 백주에 국제공항에서 최악의 화학무기로 사람을 살해했는데도 처벌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다. 앞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누구나 이런 범죄를 저질러도 되나. 이상한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칼럼과 인터뷰 등에서 줄곧 '대북 제재 무용론'을 주장해왔다. 2016년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자해 수단"이라고 했고, 지난 1월엔 "지금이 제재 완화라는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했다. 제재받는 북 경제가 "오히려 좋아졌다"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청와대가 이런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미국 등의 반대에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김 후보자는 '현 단계에서 두 사업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노력해야겠죠"라고 했다.그러나 대북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장 복구가 사실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사진에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내 이동식 건물이 8개월 만에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가 안 되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미 연합훈련 폐지까지 김정은에게 선물로 던져주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회담이 결렬된 지 이틀 후부터 동창리 미사일 시설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북 간
청와대가 국가안보실 조직을 개편하면서 2차장 산하에 대미(對美) 소통을 전담케 하는 평화기획비서관을 신설했다. 이 비서관은 남북 경협을 위한 제재 완화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외교·통일 문제를 총괄하는 안보실 2차장에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했다. 안보실 외교 담당을 미국의 대북 제재 푸는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비핵화가 어찌 되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NSC 전체 회의에서 결렬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매우 중요한 성과"라며 "영변 핵 시설의 영구 폐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영변 핵 시설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황당한 얘기다. 영변 시설은 기본적으로 쓸모없는 플루토늄 시설이고 우라늄 농축 시설은 협상용으로 쓰기 위해 일부러 외부에 공개한 곳이다. 북이 바보가 아니면 이런 곳에서 진짜 핵 생산을 할 리가 없다. 그런데 영변을 폐기한다고 어떻게 북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게 되나. 김정은이
작년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올랐을 때 KBS는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지(天池)가 두 정상에게 모습을 허락했다"고 했다. 또 "중요한 결단의 순간마다 백두산 정상을 오르곤 했던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했다. 그러자 KBS 공영노조가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성명을 냈다.▶베트남 미·북 정상회담에서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오후 각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혀를 찼다. 언론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마치 갑자기 상(喪)을 당한 집안 풍경처럼 보였다고 한다. 큰 뉴스가
"아들은 내가 아는 오토가 아닌 영혼 없는 괴물이 돼 있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17개월 만에 의식불명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자 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들은 코에 호스를 꽂은 채 초점 없는 눈으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내는 '사람 소리 같지 않은 울부짖음'이 수송기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 속에서도 또렷이 들렸다"고 했다. 막내 여동생은 울면서 수송기를 뛰쳐나갔다. 스물두 살 아들은 고향에 돌아온 지 6일 만에 숨을 거뒀다.▶버지니아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평양을
한·미 국방 당국이 올해부터 한·미 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폐지한다는 것이다.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는 그동안 방어와 반격 훈련을 각각 일주일씩 해왔는데 이번부터 '동맹 훈련'으로 이름을 바꿔 방어 훈련만 일주일 실시할 예정이다.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연중 실시하는 소규모 부대 합동 훈련으로 대체된다. 매년 8월 실시해온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작년부터 유예된 데 이어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까지 폐지함에 따라 한·미 연합사 차원의 3대 훈련이 모두 없어지는 셈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남긴 글을 보고 한 여당 의원이 "균형감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김정은 글에는 '역사(歷史)'가 두 번 나오는데, 앞에는 북한식으로 '력사'라 쓰고 뒤에는 한국식으로 '역사'라고 썼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흘림체 글씨 때문에 혼선이 빚어진 것일 뿐, 김정은은 뒤 글자도 '력사'로 썼다. 그걸 보고 '김정은의 사려 깊음'을 부각했으니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다"는 말을 들을 만했다.▶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