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로 확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은 그 동안 혼선과 갈등양상을 보여온 한·미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잘 추스려질 것인지, 아니면 상처가 덧날 것인지를 가름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실질적으로 다지고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이라크전쟁 이후 예상되는 국제정세와 북핵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민족적 자존심’이나 ‘자주의식’ 같은 개념을 마치 ‘동맹관계’와 배치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금대로라면 이라크 전쟁은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라크를 덮고 있는 포연(砲煙)이 걷히기 시작하면 세계의 눈과 귀는 한반도로 향할 것이다. 부시 미국 정부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독재정권이라는 이유로 북한과 이라크를 ‘악의 축(軸)’으로 지목한 바 있고, 미국은 이라크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북핵(北核) 해결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먼저 북한은 이 순간부터 더 이상의 도발을 중지해야 한다. 북한은 작년 말
차우셰스쿠 전(前) 루마니아 대통령은 수도 부쿠레슈티에 방 1000개가 넘는 궁을 지었다. 이 호화판 궁전은 샹들리에만 3500개가 넘고, 집무실과 연회장을 모두 대리석으로 꾸몄다. 벽과 천장, 화장실은 금 도금으로 치장했다. 저격수의 사거리(射距離)까지 계산해서 지었지만,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이곳에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2인자로 불리던 아내 일리나와 함께 89년 처형당하고 말았다. 지금 이 호화판 대통령 궁의 일부는 이름난 관광 코스로 변신,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다.▶투표로 선출한 대통령의 관저를 궁(宮ㆍpalace)이라고 부르는
金周榮/소설가삽시간에 결판날 것 같았던 이라크전쟁은 예상을 뒤엎고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뿜어내는 분진이 사방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반미·반전시위가 던진 역(逆)반사의 무게까지 전쟁의 치열성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올곧지 못하다는 여론이 있는 이 전쟁이 지루하다 해서 흐지부지 끝날 것 같지 않겠다는 불안이 가슴속에 자리잡는다. 전쟁을 흐지부지 끝낼 때 미국과 영국은 그들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급전직하로 상실당하는 치명타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
북한이 지난 1일 서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지의 여부에 대한 국방부의 판단이 혼선을 빚은 사실은 우리의 대북 군사 정보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더구나 이를 놓고 한·미·일 간에 “쏘았다” “아니다”며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은 3국 간의 대북 정보공조에 틈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3일 북한 미사일 발사를 부인하고 한·미간 정보교류도 잘 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일에 담긴 의미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첩보 위성이 촬영한 사진 정보 등이 필수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해 북한에 공급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고착 상태에 놓여 있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화력 발전으로 대체하고 천연가스를 공급해주자는 방안이다.공급 가능한 천연가스 프로젝트로는 이르쿠츠크와 사할린의 사업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르쿠츠크 사업은 현재 한·중·러 3개국의 공동 타당성 조사작업이 추진 중이며 오는 6월 완료될 예정이다. 사할린 사업은 99년 이미 원유가 생산되고 있으며 2005년 천연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한국의
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北核)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러시아와 남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가스 일부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우선 말이 너무 가벼웠다. 나 보좌관은 “하나의 예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국가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 조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논란을 초래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다자(多者) 간 대화’라는 총론적 원칙에 합의가 이루어졌을 뿐 구체적 접근법은 전혀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Kim Jong-il and His Money윌리엄 브라운작년 7월 1일 북한은 모든 물가를 40~50배 인상했다. 가령 당신이 100원을 갖고 있었다면 그게 갑자기 2원50전이 된 것이다. 돈이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정의(定義)엔 맞지 않는 일이다.하지만 이 물가상승은 북한에서 나온 소식들 가운데 오랜만에 가장 좋은 것이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에 대해 안다. 지도자들은 ‘신(神)처럼’ 숭배를 받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초기에 북한은 과거 수천년간 있어왔던 화폐 경제를 없애버렸다. 1958년까지 대부분
金慶敏/ 한양대교수·국제정치학일본이 꿈에 그리던 첩보위성을 보유하게 되었다. 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발사실험이 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첩보위성 보유계획을 추진했던 일본은 드디어 2003년 3월 28일 광학위성과 레이더 위성 각각 1기씩 발사했다. 올 여름엔 또 다시 2기를 발사하게 돼 있다. 총 4기를 보유하게 될 일본은 하루에 한번은 지구 어느 곳도 탐색할 수 있어 한반도까지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지난 68년 일본 중·참의원 결의로 ‘우주의 평화이용 원칙’을 천명한 후 30여년 만에 스스로 족쇄를 풀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별검사로 추천된 후보들이 조사 대상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던 사실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다. 하나는 인선과정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이 너무 허술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하자를 가진 특별검사가 엄정하게 수사를 지휘할 수 있고, 그 수사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당장 두 후보의 이사재직 기간이 2000년 6월 대북 송금 시점과 겹쳐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이 이 기간에 계열사를 통해 모금한 5억5000만 달러를 비밀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은 산업은행 대출금 2억 달러가 북한
제주 4·3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진상조사 보고서 확정 문제를 놓고 담당 위원회가 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반 세기가 지난 이 사건의 역사적 실체를 재조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민감한 사안인지를 보여준다. 보고서 채택을 위한 회의가 결론 없이 잇달아 연기되고 사퇴 의사를 밝히는 위원까지 나올 정도다.위원회에 상정된 보고서 초안에는 4·3사건 당시 국가 공권력이 부당하게 민간인을 살상한 데 대해 국가 책임이 인정되며, 따라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당시 미군이 진압작전을
빅처 차 Victor Cha/미국 조지타운대학 교수·국제정치이번주 미국을 방문하는 윤영관 외교부장관이 대북(對北)정책을 둘러싼 서울과 워싱턴의 정책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한 강제적 조치들, 가령 고립이나 제재, 군사적 수단 등을 모두 배제하고 있다. 또 서울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보다는 다자(多者)형식을 통하려는 것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이 두 가지 점이 워싱턴의 한미동맹 전문가들을 크게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미 전문가들은 말랑말랑한
김기천/논설위원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도전과 불확실성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다음의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외교·안보 문제로 묶을 수 있는 북핵(北核)사태와 대미(對美)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정책의 방향설정과 비전을 둘러싼 의문이다.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과 가계대출, SK 분식회계 같은 국내 경제현안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라크전(戰)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문제이며, 가계대출 등은 위의 두 가지 이슈에 비하면 사소한 장애다.북핵과 한·미(韓美)관계, 경제정책의 기본노선에 특히 주목해야 할
이라크전 개전 직후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우리 군의 경계태세가 한 단계 높아졌다는 듯이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는 바람에 정작 국방부가 발칵 뒤집히고 외신들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처럼 보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은 송 대변인의 발표를 빌미 삼아 즉각 “남조선의 불장난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고는 곧이어 남북경협 관련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통보해 왔다.국내외 정세가 극도로 예민한 때에 청와대 대변인의 말 한마디는 곧바로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점에서 송 대변인
南柱洪/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이라크전이 시작됐다. 미국은 예측한 대로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첨단 전자전 능력을 총동원해 육·해·공 입체작전을 펼치고 있고, 후세인 정권은 성전(聖戰)을 외치며 결사항전을 하고 있다. 순전히 전략적 측면에서만 판단한다면 이번 전쟁은 승패가 이미 판가름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라크의 능력이 절대적 한계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발발하면 끝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현대전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번 전쟁은 의외로 오래갈 수도 있다. 즉 전투는 미국의 계획대로 일방적인 단기결전으로 끝날 수 있으나 테러
김대중·理事기자“한국(코리아)은 미국을 너무 모르고 미국은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 한·미 문제를 비교적 성실하게 추적해 온 사람들의 총평이다. 다르게 말하면 미국은 한국을 ‘미국이 구해주고 온갖 혜택을 베풀어 준 수혜(受惠)의 나라’로만 생각하고 한국은 미국을 ‘패권주의에 젖은 강대하고 오만한 나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한국은 한국이 이제는 민족적 자긍심을 가진 나라이고, 미국은 한국이 언제까지나 미국편인 나라로만 여겨왔다는 생각도 곁들어 있다. 미국에 주재하는 한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특히 그런 경향이 최
노무현 대통령이 요 며칠 사이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 언급을 해 무엇이 진심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 인터넷 매체가 현직 장관의 말을 빌려 미국 관리가 북폭(北爆) 타진을 해왔다고 보도하자, 다음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장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수라 하더라도 엄청난 실수”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문제의 장관이 김진표 경제부총리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인 18일 국무회의에선 김 부총리에게 “아무것도 아닌데 뭘…”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국방부의 핵심 당국자가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이전 계획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한국정부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과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미국측 복안에는 한국에서의 반미감정 고조에 대한 감정적 대응의 분위기마저 느껴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주한미군의 재배치문제와 관련해 고건 총리는 이달초 허버드 주한미대사에게 선(先) 북핵문제 해결, 미군의 전쟁억지력 유지, 미군의 인계철선(引繫鐵線) 역할 지속의 3대 원칙을 제시했고, 이는 한국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朴斗植/논설위원조만간 시작될 이라크전(戰)은 ‘부시의 전쟁’이다. 세계 여론이 뭐라고 해도, 국제사회의 다수가 말려도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꿈쩍도 않는다. 이들은 ‘9·11 테러’ 사태 이후 신(新)질서를 창조한다는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 주말 미국 NBC 방송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한 딕 체니 부통령은 “지금은 세계가 우리를 이해 못하지만 곧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어지간한 믿음이 아니고는 쉽게 하기 힘든 말이다.하지만 체니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 집중 연구한 주제가 로마제국의
대북 비밀송금 특검과 관련해 북한이 연일 한나라당의 대북밀사 파견설을 주장하면서 남한을 흔들어 놓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해 민주당이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은 현명하고 올바른 태도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에 대한 내정간섭적인 공세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민주당이 “북한의 주장은 여야 관계를 악화시키고 우리 국민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북한당국의 내정 간섭과 분열책동에는 여야 구분 없이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정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