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친구인 트루먼 대통령이 나와 한국민을 위해 보낸 사람이니 통일될 때까지 내 곁에서 힘껏 도와줘야 할 것이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초대 주한 미국대사 무초에게서 신임장을 받고서 한 말이다. 자유당 정권 내내 미국대사는 경무대와 직거래를 했다. 하지만 3대 레이시는 필리핀에서 근무할 때 막사이사이를 지지해 정권교체를 이룬 주역이어서 이승만이 매우 경계했다. 레이시는 이승만에게 접견을 거절당하자 5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미국대사들의 영향력은 시국의 결정적 국면에서나 파티장의 얼굴 모습에서 확인되곤 했다. 5대 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이 맡아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를 비롯한 특정 임무를 한국군에 넘기기로 하고 그 구체적 범위와 일정에 관해 합의를 이룬 것은 우리의 안보환경 변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우리의 우려는 이 변화의 속도가 한국의 적응 능력을 추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 국방당국은 당초 특정임무의 인수 시기는 2010년 전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동맹회의에서 미국측이 강경하게 2004~06년을 고집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한미군의 재배
한반도를 전쟁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북한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작년에 한반도와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노동미사일 1개 대대를 증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북한이 영변에 있는 기존 핵 재처리 시설 외에도 핵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제2의 비밀시설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8000여개의 핵연료봉 재처리를 끝냈다고 주장했고, 한·미 정보기관은 북한이 지난 5년간 70여 차례의 고폭(高爆) 실험을 실시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이 같은 일련의
함한희최근 미국여행을 하면서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이동전화기와 컴퓨터를 잘 만드는 나라, 반미를 외치는 이들도 있고, 이민이나 유학생도 많은 나라, 동계올림픽 개최에는 실패했지만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라. 아메리칸리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투수 BK의 나라. 골프로도 유명한 나라. 그 유명세에는 선수들의 공헌도 있지만, 골프광이 되다시피 한 한국인들 때문이다.미국에 심겨진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은 코리언 아메리칸들의 성공적인 이민생활에서 비롯된다. 어느
1980년 대학 생활을 시작한 기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인물 중 하나가 중국 공산당 지도자 모택동(毛澤東)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가 신(新)식민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당시 상황에서 중국 인민을 해방의 길로 이끈 모택동은 위대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이끄는 홍군(紅軍)이 천신만고 끝에 중국을 장악한 후 모택동이 천안문 광장을 내려다보며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하는 사진은 제국주의(帝國主義)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생각하던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모택동에 대한 이런 인식에 큰 변화가 생긴
미국 정부가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의 탈북자를 미국에 받아들이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워싱턴포스트지(紙) 보도는 이제 탈북자 문제가 인도적 차원을 넘어 미묘한 국제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음을 뜻한다.북핵 위기의 와중에 미국이 탈북자문제에 적극 나서는 데는 김정일 정권에 압력을 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정권의 기반을 허물겠다는 의도가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은 미사일이나 마약 수출을 봉쇄하는 등 바깥에서 북한을 조여 나가는 방법과 함께, 고위관리와 과학자들의 탈출을 유도하는 식으로 북한
백두산에는 세 가지 괴물이 있는 것으로 구전돼 내렸다. 그 하나는 당나라 임금들이 그 가죽 갖기를 원했다는 화서(火鼠)다. 화산인 백두산에는 불구덩이 속에 사는 쥐처럼 생긴 괴물이 있었으며 그 모피로 옷을 지어 입으면 불 속에서도 타지도 데지도 않는다 했다. 다른 한 괴물은 온몸에 털이 난 사람으로 짐승처럼 네발로 나무를 타고 토굴에서 사는 모인(毛人)이다. 흉년에 함경도에서 산에 들었다가 눈에 갇혀 야생화한 모녀(毛女)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야생인간이 백두산 괴물의 하나였다. 그 세 번째 괴물이 천지에 이따금 출몰하는
북한에 관한 다음 문제들을 한번 풀어보자. 모두 10개다. 1)북한의 국가(國歌)는? 2)국화(國花)는? 3)실질적 최고권력기관은? 4)북한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법률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준수해야 하는 것은? 5)북한 소학교(초등학교)는 몇 학년까지? 6)북한 농촌이나 도시변두리의 연립주택을 주민들은 보통 뭐라고 부르나? 7)주민들이 정초에 통째로 외워야 하는 신년사의 분량은? 8)평양의 대동강 다리는 몇개? 9)김일성 시신이 보관돼 있는 곳은? 10)김정일의 혈액형은? ▶답은 이렇다. 1)애국가.(물론 한국의 애국가와는 다
“한반도 상황이 전쟁을 향해 흘러가고(drifting) 있다”는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의 경고는, 북핵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실감케 한다. 페리는 워싱턴포스트지(紙)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점점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고, 이르면 올해 안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페리 전 장관은 미국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직접 다룬 경험을 갖고 있는 최고위급 전문가다. 94년 1차 북핵 위기 때 국방장관이었던 페리는 한반도 전쟁 계획을 만들기도 했었고, 98년부터 1년여간 대북정책조정관 일을 맡아
楊相勳/논설위원 jhyang@chosun.com지금부터 50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6·25전쟁의 포성이 멎었다. 이 전쟁의 진실은 1994년 러시아 정부가 6·25전쟁 관련 문서를 공개함으로써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다. 김일성은 남침을 위해 소련을 집요하게 설득하면서 중국과도 긴밀한 전쟁 협의를 계속했다. 문서에 따르면 1950년 5월 14일 중국의 모택동은 김일성이 파견한 김일과 만난다. 모택동은 김일성에게 기습전과 지구전 모두에 대비해야 하며, 만약 지구전이 되고 최악의 경우엔 중국군을 파견할 수 있다고 약
李東夏/서울시립대 교수·국문학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얼마 전 중국 방문 중 존경하는 중국 정치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등소평(鄧小平)과 더불어 모택동을 들었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연전에 작고한 재중(在中) 조선족 작가 김학철(金學鐵)이 한국에서 출판한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모택동(毛澤東)이 대약진 운동이니 인민공사니 하는 것들을 밀어붙이면서 중국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던 1950년대 후반기에 얼마나 혹독하게 진실이 억압당하였으며 얼마나 철저하게 인권이 유린되었던가를 폭로·고발하면서,
“국민은 앉아서 죽으란 말인가?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보다 이 (사실을 알린) 문제가 더 기밀사항이란 말인가? 기가 막힌다”“이게 무슨 이야긴가? 국민의 안위에 직접적으로 유관한 사실을 국민은 알면 안 된다는 이야긴가?”“대북송금도 극비사항 아니었나? 그럼 대북송금을 밝힌 사람도 국보법으로 넣어야 하나?”“지난번엔 국정원 간부를 대문짝만하게 사진으로 공개하더니….”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핵개발 고폭(高爆)실험 사실을 언론에 전한 국회 정보위 의원들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 대해 조사할 것이란 방침이 14일 알려지자 조선일보 인터넷
북한이 폐 핵연료봉 8000여개에 대한 재처리 작업을 마쳤으며, 2기의 원자로 건설 작업을 재개했다고 미국측에 통보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4~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이다. 그동안 한·미·일 정부가 재처리야말로 북한이 절대 넘어서는 안될 선(線)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통보를 통해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비웃었다.만약 ‘재처리 완료’라는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닥칠 상황은 두가지다. 하나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보유를 선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핵물질을 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상하이(上海)를 거쳐 귀국한 지난 10일 저녁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에서는 파티가 열렸다. 주최자는 북한 주재 중국 대사 우둥허(武東和). 파티의 제목은 ‘중조(中朝)우호협력조약 체결 42주년 기념 연회’. 파티에는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양형섭(楊亨燮), 조중우호협회위원장 김학수(金學秀) 등이 초대됐다. “중조우호협력조약은 국제적인 풍운(風雲)의 변화라는 엄준한 시험을 거쳐 양국의 우호관계가 공고히 발전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지난 12일 끝난 제1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결과는, 과연 한국정부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남북이 발표한 공동보도문 1항은 “최근 한반도에 조성된 정세에 우려를 표시했다”며 “핵문제를 적절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대체 남북이 우려하는 한반도 정세가 무엇이며, 또 핵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내놓은 ‘적절한 대화’는 무슨 뜻이고, 이 급박한 상황에서 ‘평화적 해결’이란 주문(呪文)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최근 북핵 문제는 위기 증폭(增幅
/柳浩烈(고려대 북한학과)북한이 97년부터 작년 9월까지 70여차례에 걸쳐 고폭실험을 실시해왔음이 고영구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를 통해 처음 공개적으로 밝혀졌다. 또한 북한의 고폭실험 재개 사실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출범 직후인 98년 4월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함으로써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써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공동선언과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핵무기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음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동시에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생존전략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며, 오히려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무기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북한이 핵무기 개발용 고폭(高爆) 실험을 70여 차례나 실시했으며, 이를 한국정부도 알고 있었다는 고영구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에 국민들은 배신감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휴지조각처럼 취급했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지금 국민들이 참을 수 없는 건 북한의 핵도발을 포착하고도 5년 동안이나 이를 덮어둔 채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몰래 북한에 현금을 갖다바친 한국정부의 태도다. 솔직히 국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완전히 저버린 이런 정부에 어떻게 나라의 안보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
최흡/도쿄특파원70·80년대에 걸쳐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 납치(拉致) 피해자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던 지난 6월 하순, 일본 언론에는 연일 이들의 활동이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일본 언론만을 접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한국의 실제 상황과는 관계없이 한국에서도 역시 납치문제에 대해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한 일본 신문에는 ‘한국에서도 납치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고조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납치 피해자의 인권문제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이 과연 옳은지의 문제를 떠나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鄭昺善/모스크바 특파원 bschung@chosun.com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多者) 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북핵 문제 발생 이후 러시아처럼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나라도 없었다.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긴장으로 치닫던 지난 1월 로슈코프 외무차관을 대북(對北) 특사로 파견,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 간, 북·미 간 조율을 시도했다. 이례적으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로슈코프 특사를 만나 북미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다자 회담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북핵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가 된
文興鎬(한양대 교수, 중국정치)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안과 그 해법 마련을 위한 당사국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자 간 첫 대면이라는 점 때문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더욱이 한국은 북핵문제의 실질적 당사자이며 중국은 북·미 간의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그렇다면 베이징 정상회담은 무엇을 남겼는가? 한·중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주요 의제를 대체로 신지도부 간의 신뢰 증진, 북핵문제 등 한반도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