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평양축전」 사태로 국민의 개탄은 계속되고 있고 이 정부의 그동안의 대북정책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선공후득」을 내세운 그간의 「햇볕정책」이 결국은 평양에서의 어처구니없는 「통일전선 한판굿」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작금의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 내부는 여러 갈래로 찢겨지고 있다. 다수국민들은 국가적 정체성의 혼미에 빠져 있다.

한마디로 정권과 나라가 흔들리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음에도 책임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권측은 「이번 일은 임동원 장관의 책임이 아니라 방북단 일부의 책임」이라고 감싸고만 있다. 심지어 『임 장관을 교체하라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특정 각료 한 사람이 없으면 존립하기 어려운 정책, 그러한 햇볕정책이라면 그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임 장관이 이번 평양축전 대표단 선발에서부터 최종 방북허가의 모든 단계에서 궁극적 행정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결과는 「나라와 국민」은 차치하고 통일부장관으로서 우선 자신이 충성스럽게 보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통령에게까지 심각한 누를 끼쳤다는 점이다. 임 장관은 며칠 전 민주당 회의에서 「진행과정에서 물의가 생겨 유감」이라는 입장표명을 하기는 했다. 그러면서 「돌출사태나 불확실한 추정을 근거로 방북을 불허하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어」 최종 허가를 했다고 경위설명을 했다.

그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자신의 표현 그대로 평양축전은 충격적인 「돌출사태」로 이어졌고, 그러한 판단착오에 대한 최종책임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임 장관은 이 정권 들어 지금까지 안보수석, 통일원장관, 국정원장, 통일원장관을 거치며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해온 대북정책의 최고 브레인이며 집행자이다. 그러한 그가 「돌출사태」에 대한 예견이나 「확실한 추정」에 실패한 이상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난번 건교부장관이 간단히 교체된 것과는 너무 대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번 「실패」가 이 정권의 근본적인 「대북 착시」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가 아니냐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정부의 햇볕정책에 다시 한번 빛을 쏘여 재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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