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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칼럼]「햇볕」을 정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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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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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에게 한 가지 거스를 수 없는 정치적 대망이 있다면 그것은 「남과 북을 열고 통일을 이룩한 지도자」로서의 역사적 평판이다. 그가 오매불망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것도, 모진 정치적 탄압과 박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역사에 그런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노벨 평화상에 그토록 의미를 부여한 것도 남북화해의 챔피언으로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가 오늘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하게 된 것도 그 근원은 남북문제에 있다고 본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는 김정일의 서울답방을 낙관했고,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대망이 실현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 자신감에는 자신의 햇볕정책과 대북지원의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해온 일부 비판언론을 손봐야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의 답방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시기적으로 일부 언론사에 「재갈을 물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햇볕정책을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미국정부를 비난하는 것도 마다않을 정도로 그는 무모하다면 무모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햇볕정책은 그 진행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더 이상 추진력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쯤에서 김 대통령은 자신의 햇볕정책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햇볕정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필수적인 요소들이 있는데 그 요소들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거나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필수적인 것은 햇볕정책의 수혜자인 북한의 수용태세다. 북한은 남한과의 당국자간 대화를 끊은 지 오래다. 재개될 전망도 희박하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일 답방」이 일거에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주리라 철석같이 믿고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평양축전 사태」이후 답방도 그 마력을 발휘할 여지가 좁아졌으며 남쪽국민 다수의 완강한 반북(반북) 기류를 확인한 이상 김정일의 서울행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있어 DJ의 효율성이다. 『북한은 더 이상 DJ에게서 얻을 것이 없다고 보고 있더라』는 북한통인 한 종교지도자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둘째로 햇볕정책 성공에 필수적인 것은 남쪽사람들의 컨센서스이며 대북 열정이다. 이것이 식어가고 있다. 남쪽을 깔아뭉개는 북한의 오만한 자세, DJ정부의 도가 지나친 퍼주기와 「현대」봐주기, 일부 친북·좌경세력들의 광신적 태도, 그리고 정부의 대내외 정책의 정체 내지 실패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실망 내지 식상함을 안겨주었다. 특히 최근 「평양축전 사태」는 결국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 때문에 벌어졌다는 광범위한 인식은 대북분위기를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있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김 대통령 자신이 시인했듯이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가와의 지지와 협조다. 미국은 일단 「햇볕」을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지지하면서 대북창구를 열어놓고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저자세에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햇볕」은 그 속성상 「퍼주기」는 아니더라도 「주기」를 해야 하는데 미국은 그럴 의사가 없는 것 같고 따라서 북한이 그런 미국을 봐서 「햇볕」에 호응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본격적인 재가동의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직후 통일은 몇 십년 뒤에나 올 것이며 따라서 당대에 무엇을 이루어내겠다는 생각보다 다음 대를 위해 초석을 쌓는 심정으로 일해나가겠다는 생각을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김 대통령은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당대에 무엇을 이루겠다는 조바심에서 벗어나 「오로지 북한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비켜가야 한다. 앞으로 김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포용의 길을 되돌리거나 허물어버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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