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도 평양이 지난 8월 40년 만의 대홍수로 물에 잠긴 것은 적절한 시점에 수문을 개방하지 못한 게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선양(瀋陽)의 한 대북소식통은 11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 고위관계자로부터 평양이 침수된 것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제때 수문을 열지 못하고 대동강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게 원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동강 수문관리소는 작년 강물 수위를 낮게 조절했다가 가뭄으로 용수부족 현상이 빚어져 전임 책임자가 문책을 당하고 물러나게 되자 올해는 상류쪽 수문을 닫아두고 수위를 높게 유지해왔지만 많은 비로 대동강이 불어나는 와중에서 수문 개방을 머뭇거리다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늑장 개방이 문제가 됐던 수문은 평양시 교외의 대성구역과 사동구역 사이를 가로 지르는 미림갑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림갑문은 대동강 수위가 크게 상승한 뒤에야 수문을 개방하고 방류를 시작했으며, 대량의 강물이 대동강 본류로 일거에 흘러 들어가면서 지류인 보통강에 역류현상을 일으켜 저지대에 위치한 보통강구역에 집중적인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수해 당시 평양에 머물고 있었던 한 조선족 사업가는 이와 관련, "보통강이 급격히 불어나 아파트와 상가, 호텔 등 건물들이 침수될 위기에 처하자 건물 관리인들이 다급하게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실제로 수문이 열린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다"고 전했다.

북한은 1967년 대홍수로 평양이 물바다가 되는 대홍수를 겪은 뒤 대동강 범람을 막기 위해 지난 81년부터 갑문공사에 착수해 하류쪽에 남포갑문으로 불리는 서해갑문과 상류쪽으로 평양시 외곽에 미림갑문을 차례로 완공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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