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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에 '교훈'도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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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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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매닝(Robert A Manning)
/ 미 외교협의회(CFR) 선임연구원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다. 김정일은 진지한 개혁주의자도 아니고 (엄청난 규모의 뇌물이 없다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 같지도 않다. 북한은 군사 중심 체제의 덫에 빠져 있어서, 그 변화의 속도는 빙하가 녹기를 바라보는 것 같다.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이 계속 손쉬운 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김정일은 새 무기 공급원으로 러시아를 활용하려고 했고,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려고 했으며, 미국에 외교적 압력을 넣으려 했다.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강조한 공동선언을 발표함으로써 한국엔 피해를 주고 모욕까지했다.

김정일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를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의 우주발사센터를 방문함으로써 그는 사실상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초청한 셈이다―물론 자신이 요구하는 조건에 의한 협상이다. 그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말과 상치됨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 것은 미·북 대화 의제에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빼려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제는 북한에 관해 현실과 신화를 분리할 때다. 북한은 힘든 결정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위험·부담으로 이익을 취하려 한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화해과정을 일방적으로 동결한 것은 좋은 기회를 비극적으로 허비하는 것일 뿐이다.

북한이 부시 행정부의 자세에 기분 나쁜 것은 분명하고, 이를 구실로 이용하려고도 했지만, 사실 북한은 이미 부시 취임 이전에 남북대화의 거의 모든 부문을 중단하고 있었다. 북한이 200만㎾의 전력―정확히 경수로 2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을 공짜로 지원해 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관대함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북한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의 지뢰제거를 거절했고, 거의 모든 교류를 중단했다.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 외상을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고, 심지어 조명록·올브라이트 공동성명 내용을 재확인하기까지 하고 난 지금에도,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을 토의하려는 부시의 희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의제의 한 항목으로 제안된 것일 뿐, 전제조건은 아니다. 만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타나서 자기들은 우선 미사일 문제부터 초점을 두고싶다고 말한다면, 미국이 과연 반대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친애하는 지도자’는 거꾸로 가고 있다. 워싱턴으로 오려면 서울을 거쳐서 와야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미·북 관계의 진전을 위한 최선의 동인이다.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 북한은 ‘남 탓하기 게임’에는 세계 챔피언이지만,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중국과 베트남이 경제 회생을 위해 택했던 조치들을 취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개혁이 두려운 북한은 단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수십만명의 주민들을 굶주리게 한다.

김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주도한 것은 옳았다. 북한을 포용하자는 것보다 더 좋은 생각은 없다. 한국이 북한의 진지성을 시험해본 것도 옳았다. 그 결과가 제한적인 데 그친 것은 김 대통령이나 정책의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북한인 것이다.

이젠 포용정책을 조정해야 할 때다. 친애하는 지도자는 시험을 치렀는데, 현재로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김정일을 서울에 오게 하기 위해 계속 구걸하고 간청하고 당근을 흔들어보이는 것은 품위도 없고 생산적이지도 못하다.

대신, 베를린 선언에 담겼던 큼직한 보따리와 남북 협력사업들이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라. ‘친애하는 지도자’에게 청와대 전화번호도 알려주라. 김정일은 서울에 오겠다는 엄숙한 약속을 했다. 그는 이제 행동해야만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배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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