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이 14일 이산가족 상봉 등 4개분야에 합의함에 따라 남북의 스포츠교류도 급한 물살을 타게됐다. 우선 거론되는 부분은 시드니 올림픽의 남북 선수단 동시입장과 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단일팀 출전. 이밖에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의 분산 개최 등도 현실성있게 논의되고 있다. ‘코리아’라는 이름아래 남북이 함께 국제대회에 나설 경우 각 종목의 ‘단일팀 시너지 효과’는 만만치 않다. 북한의 탁구, 마라톤, 축구, 레슬링, 복싱, 아이스하키, 유도, 사격, 역도 등은 북한이 단일팀에 기여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2001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탁구의 경우 여자쪽이 확실히 강세다. 두정실, 김현희, 위복순, 김향미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 김성희, 이근상 등 간판급들의 뒤를 잇는 스타가 없으나 무시할 수 없는 기량을 갖고 있다.

마라톤과 축구, 역도는 남남북녀(남남북녀) 현상이 두드러진 분야. 한국에 이봉주가 있다면 북한엔 작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깜짝 우승한 정성옥을 비롯해 시드니올림픽에 함께 나가는 함봉실 등이 버티고 있다. 남·북한이 개마고원 등 고지에서 합동훈련을 한다면 훈련의 상징성이나 효과가 모두 극대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밖에 유도의 계순희(여자 52kg급)와 여자역도 58kg급 용상 세계신기록(131.5kg) 보유자 이성희 등도 세계적인 스타로 인정받고 있어 ‘단일팀 출전’이 이뤄진다면 빼놓을 수 없는 멤버들이다. 골잡이 김금실과 수비수 김순희가 버티고 있는 북한 여자축구도 세계 최정상 미국이나 중국이 껄끄러워할 정도의 투지와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월드컵과 맞물려 관심이 쏠리고 있는 남자축구는 실력 차가 문제. 귀순한 전 북한축구단장 윤명찬씨는 “북한의 경우 골키퍼 박경철, 수비 조인철, 미드필더 주성일, 포워드 이창화 등이 기량이 돋보인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남쪽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수 수 배분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인간장대’ 이명훈(2m37), ‘북한의 마이클 조던’ 박천종이 서장훈, 현주엽, 허재 등과 호흡을 맞춘다면 ‘코리아’ 남자농구도 세계무대에서 한번 해볼 만한 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기자 donjua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