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은 폐쇄성으로 이름 높은 지도자이다. 북한의 과묵한 실력자는 지난 화요일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을 공항까지 마중나왔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서상 포옹과 맞먹는 양손 악수로 김 대통령을 맞이해 남한의 방문객들과 관찰자들을 놀라게 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는 사상 처음으로 포토제닉한 몸짓으로 남한 지도자에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1953년 휴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냉전 분계선으로 나뉜 한반도 양쪽의 이산 가족들에게 재회라는, 나아가 한민족이라는 보다 확대된 개념의 가족이 재통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남북 간의 악수는 서로의 합법성에 대한 상호 승인을 의미하는 큰 행위이다. 양 측은 수십 년 동안의 저밀도 전쟁과 완만한 평화를 거치면서도 서로를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남북의 두 지도자는 전용 승용차에 함께 올라 공개되지 않은 회담장으로 향했다. 두 지도자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동안 오래도록 손을 마주잡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커다란 반목을 겪은 가족이 재결합할 때와 흡사한 우호적 분위기가 아직도 상호 승인 협정의 관계라기보다는 휴전관계에 놓인 두 나라의 간극을 메우는 데 필수적일 수 있다. 휴전선으로 갈린 이산가족의 재결합 허용, 기아로 허덕이는 북한에 대한 풍요로운 남한의 경제 지원 등의 분야에서 낙관적인 전망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 명단’에 포함시킨 주요 원인이 된 미사일 개발을 늦추라고 김 대통령이 북한에 촉구한다면 진전은 느려질 것이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그의 손님에게 휴전선 부근 3만여 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 또한 진전을 더디게 할 것이다.

평양은 개인숭배적 공산주의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세계를 향해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서로간의 커다란 차이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수년간 이어질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두 지도자는 ‘21세기 첫 10년의 가장 위대한 순간들’에 포함될 것이 확실한 몸짓으로 분단된 민족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 토니 캐론 (Tony Karon) 타임 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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