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15분부터 만수대의사당에서 북측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가진 공식면담은 예정보다 길어져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간간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서로 갈라져 살아온 것은 우리 민족 탓이 아니고 전적으로 외세 탓”이라며 “우리 민족이 외우내환을 겪은 적은 있지만 1000년 이상 통일국가를 유지해 왔다”며 반외세 통일론을 주장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가 28년 전 7·4공동성명, 8년 전 기본합의서에 합의했지만 실천이 없었던 것이 오늘까지 남북관계에 이어져 왔다”면서 “이제 실천할 수 있는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을 반복해 설명한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대북 3국 공조에 대해 우리의 자주문제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국가보안법이 교류·협력에 방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대통령은 “3국 공조는 대북 정책에서 바로 북측에도 유리하고 우리에게도 좋은, 모두 이기는 윈·윈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며, 결코 북측을 해롭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돼 논의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많은 대화를 통해 이견이 있는 부분은 해소해 나가야 한다”며 단계적인 의견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날 면담에서 장시간에 걸쳐 마음속에 담고 있는 ‘속내’를 털어놓고, 북측이 이를 진지하게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