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조선일보)는 14일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5개항 합의에 대한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평가와 분석을 들어봤다.

◈ 백진현 서울대 교수

14일 공식 면담에서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통일 등 정치 관련분야다. 과거부터 우리는 교류, 협력 등을 하다보면 점진적으로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그 반대 아니었느냐. 가령 양측의 입장을 애매하게 절충하는데 성공했다면 이를 현실화하는데는 역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과거처럼 100~200명의 이산가족을 일회의 이벤트성으로 상봉하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전 이산가족을 상대로 한 서신교환 등 제도적이고 일반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 박두복 외교안보원 교수

남북의 정상이 화해와 통일협력 등 5개항의 분야에 대한 의견이 접근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것이다. 이는 적대상태를 개선하고, 평화공존체제를 본격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이번 의견접근의 내용은 92년 발효된 기본합의서와 비슷한 것이다. 이는 남북 최고 지도자간에 맺어진 약속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남북 관계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교류, 평화공조체제의 구축과 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규율하는 기본원칙으로 작용할 것 같다.

◈ 이항구 통일연구회 회장

김정일 위원장은 집권 6년째를 맞으며 이제 자기 비전을 제시해야만 하는 그런 시기를 맞았다. 구체적으로 사회주의 인민 경제계획을 주민들앞에 내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김정일은 최근 중국에 가서 4억달러 벌어왔으며, 조만간 러시아 푸틴 총리가 방북, 도움을 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 갔을 때 중국은 “돈 받기 까다로운 미국, 일본보다 가까운 한국으로부터 대대적인 경제지원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을 것이다.

북한은 작년 9년만에 플러스 성장을 했고, 식량도 40% 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김정일 자신도 독재 체제의 권력기반이 다져진 것 같다. 북한은 이제 남한으로부터 대담하게 경제협조를 받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 같다. 북한은 체제 회생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고, 김정일은 자신이 나서야 할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 권민웅 경북대 초빙교수

합의한 5개항 중에 우리가 요구해온 남북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3항에 별도 항목으로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상당한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부 사항에서는 1항(화해 통일 협력)과 3항이 서로간의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북한은 1항에서 국내의 법률적 사회환경적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즉 국가보안법 폐지와 미군 철수를 통한 자주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3항에서 북측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약속을 받아내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 전현준 통일연구 연구위원

회담 첫날부터 김정일의 행보를 보면서 합의될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화해와 이산가족 상봉 등 우리 정부가 주장했던 것이 많이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일이 명실상부한 실권자 된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나서 합의를 이뤘으므로 지금까지 북한과 합의를 해도 실천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큰 의미가 있는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를 보면 김정일의 전체적 대남 전략까지는 몰라도 상당한 정책적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성과가 나온 것은 우리 대북(대북) 정책과 북한의 태도 변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남북한 화해 협력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지금부터 여러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외국에서는 남북간의 급격한 화해무드를 경계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이 한 민족이고 합치게 되면 굉장히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경계심이 나타날 것이므로, 우선 미북(미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국제단체 가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것이다.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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