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네다~. ”

서울 S중학교에 다니는 김모(14)군은 14일 아침 교실을 들어서며 깜짝 놀랐다. 반 친구 10여명이 동시에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북한식 인사를 했기 때문. 평양 순안공항에서 화동(화동)들이 김대중 대통령 내외에게 꽃다발을 전하면서 선보인 북한 소년단원식 인사법이다.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신세대를 중심으로 북한 신드롬이 일고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보여준 파격적 행동이나 말투 따라하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서울 K중학교 이모(15)군은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한 첫 인사말 ‘반갑습네다’를 노래음에 맞춰 교실과 학원에서 종일 따라불렀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학교 운동장에서는 멀리 보이는 친구들을 부를 때 ‘장관들 이리 오세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 우리 측 국무위원들에게 ‘장관들 이리 오세요’라고 한 장면을 TV에서 보고 따라 했다는 것이 이군의 설명.

서울대 대학원 조모(25)씨는 “선배에게 점심 사달라고 했더니 ‘섭섭지 않게 해드리죠‘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오늘 온종일 김정일의 말·행동이 화제였다”고 말했다. “섭섭지 않게 해드리죠”란 말은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대통령에게 한 인사말.

정치인을 상대로 한 사이버 주식시장 포스닥에는 13일 ‘김정일 주(주)’가 상장된 이후 ‘사자’ 주문이 쇄도, 연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5만200원에 공모된 김위원장의 주가는 14일 오후 현재 6만742원이다.

인민군 위병대 걸음걸이, 북한노래 부르기도 유행이다. 서울 S초등학교 고모(10)군은 “북한 군인들이 걷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과 따라하면서 누가 빨리 걷나 시합도 했다”고 말했다.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가요를 가수 길정화(19)가 불러 발표한 ‘통일소녀’도 음반시장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 ‘반갑습니다’는 젊은층 사이 휴대전화 벨소리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휴대전화 벨소리 제공업체 체인지벨 관계자는 “이 노래의 벨소리 다운로드 순위가 처음에 등록한 4월에는 22위였는데, 최근에 12위로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젊은 층들의 요청으로 ‘휘파람’도 벨소리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주부터 북한서적 코너를 따로 마련중인 교보문고의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는 ‘김정일 100문 100답’ ‘현대북한의 지도자’ 등이 올라와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달부터 북한 관련 서적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이세민기자 joh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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