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하나 묻고

윤복진

봉사나무 씨하나 꽃 밭에 묻고,

하루해도 다 못 가 파내 보지요.

아침결에 묻은 걸 파내 보지요.

아침마다 동시를 배달합니다





까만 씨앗 하나 묻어 놓는데, 거기서 파릇한 싹이 돋고 꽃이 핀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요? 그러기에, 꽃밭에 봉사(복숭아)나무 씨앗을 심은 아이는 혹시 싹을 틔우지 못하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이 아이는 자기가 한 일이 어떤 결실을 맺을까 조바심 내다가 때로는 일을 그르치기도 할 테지만, 그런 호기심이나 궁금증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요. 일제 강점기 때 동요시인으로 활약하다가 분단 이후에는 북한에서 살았던 윤복진(1907~?) 시인이 지은 동시입니다. 씨 묻은 데를 파 보는 아이처럼, 그가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군요.

/김용희·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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